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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국경없는의사회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

2023.10.30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내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막고 절실히 필요한 인도적 구호 물품 반입이 허용될 수 있도록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 10월 27일 금요일 이후, 이스라엘 군의 폭격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되었다. 가자지구 북부는 완전히 파괴되고 있으며, 가자지구 전역이 폭격 아래 놓여 민간인들이 대피할 장소마저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국제사회 지도자들의 움직임은 효과가 미비할뿐더러 너무 더디다. 인도적 휴전을 골자로 한 유엔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 폭력사태를 잠재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이러한 유혈 사태를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민간인들이 살해당하고 강제로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물과 연료는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가자지구 내 이러한 잔혹함은 전례 없는 수준이다. 병원에서는 의료 물자가 고갈되고 있다.

병원들은 환자로 가득 찼습니다. 절단과 기타 외과 수술은 적당한 마취제도 없이 진행되고 있고 영안실은 시체들로 가득합니다.”_모하메드 오베이드(Dr Mohammed Obeid)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외과의

10월 27일에 발생한 전면적인 통신 두절 사태는 인도적•의료적 지원 제공 및 조정을 보다 어렵게 한다. 잔해 속에 묻힌 사람들, 분만을 앞둔 임신부들, 고령자들은 지원이 가장 절실할 때마저 이를 요청할 수 없다. 통신 두절 사태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직원들과 연락이 끊겼다.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들을 찾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 ©Mohammed ABED

현재 약 3,500개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가자지구 의료보건체계는 긴급 의료 지원이 필요한 부상자 수를 전부 감당하기 어렵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이전의 대규모 이스라엘 공세와 비교해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동료들이 계속 근무하고 있는 가자 시내 알 시파(Al Shifa) 병원을 포함해 가자지구 내 병원들은 현재 환자들로 가득 차 있는 상태다. 병원 밖으로 대피하라는 이스라엘 군의 명령은 실행 불가능할뿐더러 위험한 조치다. 현재 알 시파 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과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수만 명 인파로 가득 찼다. 국제 인도법에 따라 환자, 보건 종사자, 의료시설들은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끔찍한 폭격에 노출돼 있습니다. 가족들은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어 지옥 같은 상황을 마주합니다. 지금 당장 휴전이 필요합니다. 가자지구 내 물, 식량, 연료, 의료 물자, 인도적 지원이 시급히 복구되어야 합니다.”_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Dr Christos Christou) /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수백만 명의 아동, 여성, 남성들이 국제 인도법으로 금지돼 있는 집단적 형벌이나 다름없는 비인간적 봉쇄 조치 하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깨끗한 식수를 생산하는 담수화 공장뿐만 아니라 병원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도 필수적인 연료가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것을 계속해서 막고 있다. 10월 27일 금요일 저녁, 현지 보건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이미 7,300명이 넘었고 부상자는 약 19,000명에 달했다. 전쟁 발발 이래 가장 극심했던 심야 폭격이 이뤄진 이후로 상황은 보다 악화된 듯하다. 봉쇄 조치는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증가시킬 것이다. 의료진들은 누구를 치료할지 선택적이 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식량, 물, 약품이 없는 채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화상을 입은 어린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MSF

10월 7일 이전에는 매일 300-500대 사이의 구호 물자를 실은 트럭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가자지구로 진입할 수 있었다. 현재 라파 국경이 개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월 20일 이후 가자지구로 진입한 트럭은 84대에 불과하다. 가자지구 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인도적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경을 넘어 안전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향후 가자지구로 귀환할 권리를 침해받아선 안 된다. 전쟁 이전에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던 국경없는의사회 해외 출신 직원들은 현재 남부에 있지만 인도적 활동을 더이상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또한 이집트로 건너갈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300여명의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직원 중 일부 또한 가족들을 위해 폭격에서 벗어나 피난처를 찾고자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했다. 그 밖의 다수의 팔레스타인 동료들은 가자지구 전역의 병원들에서 생명을 구하는 활동을 계속 하고 있지만, 병원 및 의료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보호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지원 역량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의료 물자를 보내고 긴급 의료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팀들이 대기중입니다. 하지만 폭격이 지금과 같은 강도로 계속되는 한, 의료 지원을 아무리 확대하려 노력해 봤자 결국 부족해지고 말 겁니다.”_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


10월 29일 일요일,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내 긴급 의료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이집트 적신월사의 조정 하에 26톤의 의료 물자를 세계보건기구(WHO) 비행기에 실어 이집트로 수송했다. 이는 가자 내 응급 의료 대응 지원을 위한 것으로 해당 의료 물자는 800건의 수술 수요를 충당할 수 있으며 지역 보건 당국과의 협력 하에 가자지구 내 의료시설로 이동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내 여러 병원들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의 봉쇄 조치가 3주 이상 지속되고 있어 의료시설에는 환자들이 넘쳐나고 의료 물자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해당 의료 물자가 빨리 전달되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더 많은 사망자 발생을 막고 절실히 필요한 인도적 구호 물품 반입 허용을 위해 가자지구 내 휴전이 조속히 이루어질 것을 거듭 촉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자지구 긴급 의료 대응 지원을 위해 이집트로 수송한 의료 물자 ©W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