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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모자보건 위험 심화

2024.02.06

마하(Maha, 가명)는 출산이 임박해 병원으로 향했지만, 분만실이 가득 찼다는 이유로 돌려보내졌다. 낙심한 마하는 추운 겨울 국내 실향민들이 거주하는 라파(Rafah) 내 캠프 중 하나에 있는 그녀의 임시 텐트로 돌아갔다. 가자지구 남부 소재 도시인 라파에는 전쟁 이전 300,00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가자지구 북부 및 중부 지역(Middle Area)에 내려진 대피령과 폭격으로 인해 가자지구 주민들이 라파로 피난한 결과 해당 수치는 1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안타깝게도 마하는 병원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결국 공중화장실에서 사산아를 낳았다.

인도적 구호 부재와 의료시설 대상 공격으로 점철된 가자지구 전쟁은 모성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저하시켰고, 그 결과 산모와 아동 모두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보건 위험에 노출되고 말았다. 라파 지역에서는 에미리트 모성 병원(Emirati maternity hospital)이 실향민 임신부들의 모성 보건 수요에 대응하는 주요 의료시설로 남아있다.

에미리트 모성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24년 1월. ©Mariam Abu Dagga/MSF

가자지구 내 관련 인도 및 의료적 수요는 막대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임신부는 50,000명으로 추정되며, 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20,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급증하는 수요와 대응 역량 부족으로 인해 에미리트 병원은 현재 가장 긴급하고 생명이 위태로운 출산에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속되는 폭격, 인도적 구호 반입 제한, 의료시설 대상 공격으로 야기된 가자지구 내 산과 치료 부족 사태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실향민이 되면서 라파 내 상황은 끔찍해졌습니다. 모든 곳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사람들은 텐트, 학교, 병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에미리트 병원은 현재 전쟁 이전 대비 세 배에 달하는 출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_파스칼 코이사르(Pascale Coissard)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긴급대응 코디네이터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인도적 위기로 인해 임신부들은 수개월간 건강검진을 못 받고 있는데, 이는 1차 의료지원 서비스가 사실상 제공 불가 상태고 출산을 앞둔 여성들이 연료 부족과 그나마 남아 있는 소수 병원의 역량 부족 탓에 병원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실향민 여성들은 플라스틱 텐트나 공공건물 내에서 출산하고 있다. 병원에서 출산한 이들조차 제왕절개를 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임시 거처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에미리트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 2024년 1월. ©Mariam Abu Dagga/MSF

산모와 신생아의 발병률 및 사망률 위험 감소를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미리트 병원의 산후 치료를 지원하고자 병동에 병상 12개를 추가로 설치해 총 20개의 병상을 갖추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산후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료 물자가 부족하고 환자는 너무 많아 보건 체계는 과부하에 걸렸고 산모들은 출산 후 몇 시간 만에 퇴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산후 첫 24시간 동안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가장 큰데, 사람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을 가능한 한 오래 병원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_리타 보텔로 다 코스타(Rita Botelho da Costa) /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활동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활동 책임자 리타 보텔로 다 코스타가 에미리트 병원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년 1월. ©Mariam Abu Dagga/MSF

모성 보건 서비스 접근성이 너무 낮은 탓에 다수의 임신부들이 전쟁 시작 이후 어떤 치료도 받지 못했으며 아이의 건강검진 또한 받을 수 없었다.

6개월 차 임신부인 33세 라나 아부 하메이다(Rana Abu Hameida)는 임신 합병증 때문에 에미리트 병원의 모성 병동에 입원했다. 라나는 전쟁 발발 이후부터 한 번도 산전 검진을 받은 적이 없었다. 가자지구 북부 소재 베이트 라히야(Beit Lahya) 출신인 라나는 이제 마하와 마찬가지로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집을 떠나 실향민이 된 이후, 교통을 이용하거나 의료서비스를 찾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치료받을 곳이나 제 삶을 재정립할 곳을 찾아 매달 건강검진을 다시 받으러 다니는 것이 정말 힘든 상황이죠. 저는 텐트에서 지내고 있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역입니다. 특히 식량과 물을 찾아다니거나 제대로 된 침구도 없이 자야 할 때 더욱 그렇죠.”_라나 아부 하메이다

라나 아부 하메이다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2024년 1월. ©Mariam Abu Dagga/MSF

임신부가 의료서비스•충분한 식량•적절한 거처에 대한 접근성이 없는 경우, 산모와 아이 모두 감염을 비롯한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영양실조에 걸린 임신부나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의 아이는 각종 건강 문제와 장기적 발달 장애를 겪을 위험에 처한다.

산전 진료를 받는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빈혈 증상을 보였는데, 이는 철분 결핍과 관련된 질환으로 종종 철분 보충이 필요한 임신부에게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여성이 요로 감염과 같은 비뇨생식기 감염을 앓았다.

라파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에미리트 병원에서 정신건강 지원뿐만 아니라 산후 치료도 제공하고 있다. 알 샤부라 진료소(Al Shaboura Clinic)에서는 임신부에게 영양실조 검사를 비롯한 산전 진료를 제공하고 필요시 보조 치료식을 배급하기도 한다.

에미리트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환자를 채혈하고 있는 모습. 2024년 1월. ©Mariam Abu Dagga/MSF

1월 첫째 주, 국경없는의사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알 샤부라 진료소에서 200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산전 진료를 제공했다. 에미리트 병원의 산후 치료 병동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병동 확장 후 첫 주 만에 170명 이상의 환자를 수용했다. 그러나 인도적 구호물자가 가자지구로 충분히 반입되지 못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소수의 의료시설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료서비스 제공은 계속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과 생명 보호를 위한 의료시설 안전 보장을 거듭 촉구한다. 또한 가자지구 내 인도적 구호 반입의 조속한 복구와 가자지구 산모 및 아동들의 생존이 달린 보건 체계 재구축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