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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산모•임신부•아동 영양실조 위기 심화

2024.03.27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년간 예멘에서 영양실조 모성 환자가 늘어나는 사태가 우려스럽다. 


마야사(Mayasa)는 예멘 하자(Hajjah) 행정구역의 아브스(Abs) 종합병원에서 아들이 누워있는 병상 위에 앉아 있다. 모하메드(Mohammad, 2세)는 폐렴과 설사병을 동반한 영양실조 진단을 받은 후 해당 병원의 입원 치료식 센터에 입원했다.

마야사가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 모하메드를 돌보고 있다. 2024년 2월. ©Salam Daoud/MSF

모하메드는 한동안 어떤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모하메드가 아기였을 때 마야사는 분유를 살 수가 없어 우유, 빵, 감자 같은 것을 먹이곤 했다. 모하메드가 치료식 센터에서 지내게 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처음 왔을 때는 태어난 지 고작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아브스 병원의 치료식 센터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기 때문에 모하메드의 치료는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마야사는 집에서 아브스 병원까지 2-3시간 이동하는데 드는 높은 교통비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져야 했다. 그럼에도 마야사는 아들이 아플 때마다 항상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녀는 간혹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의 건강은 무척 세심하게 신경 쓴다. 현재 넷째 아이를 가져 임신 4개월 차에 이른 그녀는 영양실조에 걸렸다.

아이들은 오늘 아침을 먹으러 삼촌 집으로 갔고 저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밥을 사 먹을 돈이 없어요. 아침에 뭘 먹으면 점심과 저녁을 굶어야 하죠.”_마야사

수많은 예멘의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마야사 또한 매일 아이들 끼니 걱정을 하고 자기가 먹을지 혹은 자신의 몫을 포기해 아이들을 먹일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우리는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여러 보호자들을 만나는데, 이들조차 영양실조에 걸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예멘의 불안정한 식량 상황 때문이죠.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돌보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_닥터 힐레르 파토(Dr. Hilaire Pato) / 아브스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 전문의

아브스 종합병원의 모성 병동 밖에서 여성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3년 11월. ©Jinane Saad/MSF

아브스 병원의 모성 병동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임신 9개월 차인 사다(Saada)는 출혈과 장폐색으로 얼마 전 입원했다. 게다가 영양실조도 걸렸다. 사다는 가까운 보건 센터로 이동하는 데 드는 교통비가 너무 비싼 탓에 임신 중에 한 번도 산전 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

사다는 자신의 마을이 “죽었다”고 표현한다. 일자리도 없고 먹고 살길이 없기 때문이다. 총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가족은 충분한 식량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차와 빵을 먹습니다. 고기나 생선은 전혀 먹지 못하죠. 전에는 구호 식량을 받아 생활하곤 했어요. 밀가루 한 봉지와 기름 한 병뿐이긴 했지만요. 그런데 그마저도 다섯 달 전부터 중단되었어요.”_사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아브스 병원의 모성 병동에 입원한 모든 여성들의 상완 둘레를 측정해 그들의 영양 상태를 확인한다. 지난 2년간, 중등도 혹은 중증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들이 점차 늘어났다.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가 한 임신부의 팔뚝 둘레를 측정하고 있다. 2023년 11월. ©Jinane Saad/MSF

2021년, 아브스 병원의 모성 병동에 입원한 여성 중 51%는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으며, 그중 4%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였다.

2022년, 해당 수치는 각각 64%와 6%로 증가했다. 2024년 2월에는 모성 병동에 입원한 여성 중 무려 68%가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였다.

아브스로부터 60km 떨어진 알 후데이다(Al-Hudaydah)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알 카나위스(Al-Qanawis) 모자 병원 또한 유사한 상황이다. 2023년, 해당 병원에 입원한 여성 중 47%가 영양실조였는데, 2024년 2월에는 이 비율이 49%로 증가했다.

영양실조에 걸린 임신부는 임신 및 출산 중에 여러 합병증, 특히 철분 결핍증이나 빈혈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은 영양실조에 걸린 아기를 낳을 위험도 큽니다.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것도 더욱 힘들어질 거고요.”_힐레르 파토

영양실조에 걸린 산모가 출산을 하면 아기 또한 영양실조에 취약한 상태로 태어날 위험이 높다는 건 아브스 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의 영양실조 프로그램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2023년 해당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던 환자의 24%가 6개월도 채 안 된 아동들이었기 때문이다.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 및 아동을 발견하고 그들의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보건 종사자들은 알 후데이다에서 집집마다 방문하며 아동, 임신부, 산모들의 상완 둘레를 측정한다. 영양실조 징후를 보이는 이들은 영양실조 치료식 제공이 가능한 가장 인근의 보건 센터로 이송된다.

영양실조 검사를 위해 팔뚝 둘레를 측정할 때 사용되는 띠. 2023년 11월. ©Jinane Saad/MSF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지역사회 보건 종사자들은 영양실조에 걸린 임신부와 산모들을 대상으로 치료 지속성을 보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했다. 지역별 보건 센터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커다란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멘의 영양실조 위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10년 이상 지속된 분쟁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제적 위기로 예멘의 수많은 주민들은 생계를 잃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위축된 탓에 사람들은 이제 영양가 있는 식량을 충분히 구매할 여력이 없다. 세계식량계획(WFP)의 긴급구호식량지원사업(GFD) 중단을 포함해 예멘 북부에서의 구호 식량 배급이 감소되고 있는 추세는 이미 열악한 상황을 보다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가동 중인 1차 의료지원 시설 부재와 비싼 교통비 때문에 보건의료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은 심각하게 저해되었다. 이는 임신부들의 산전후 치료 접근성에 영향을 미쳐 영양실조 조기 발견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야기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알 카나위스 모자 병동 밖에서 여성들이 아기를 안고 서 있다. 2022년 8월. ©Jinane Saad/MSF

게다가 예멘 여성들은 모유 수유로 아동 영양실조 및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멘에서 산모 및 아동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양실조 및 식량 지원 프로그램에 존재하는 커다란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예멘에서 후원 기금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인구, 특히 5세 미만 아동•임신부•산모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접근 방식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유 수유 중요성에 대한 인지 제고 또한 시급하고요. 이를 통해 영양실조 및 관련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_힐레르 파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