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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가자(Gaza):‘위대한 귀환 행진’ 시위 1년 후 고통은 계속 돼

2019.04.01
  • 국경없는의사회, 1년 전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환자들 여전히 치료 대기중, 수요에 비해 의료 지원은 턱없이 부족
  • 국경없는의사회, 가자 지구 내 무고한 시민 희생에도 구체적 움직임 없는 국제사회에 실망 표해

1년 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시작된 시위는 매주 이어졌고, 시위대는 이스라엘과 접한 분리 장벽 근처에서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총상을 입었다. 장벽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이 지역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중상을 입게 되면서 의료, 경제적 비용 및 인명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환자들을 돕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가자 지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2019년 2월) ©Simon Rolin
 
지난 주말 (3/30)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위대한 귀환 행진 (Great Return of March)’ 1주년 기념 시위가 열렸다.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4명이 사망하고 64명이 총격을 당했다 (보건부 통계).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 보건 당국을 도와 분리 장벽 근처에서 총상을 입은 환자들을 치료했다.
 
“30일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나세르 병원에 있었습니다. 복부에 총격을 당한 3명의 젊은이와 머리에 총격을 당한 2명의 젊은이가 입원했어요. 저는 2개의 수술에서 현지 외과의들을 도왔습니다. 첫번째 수술은 총알이 가슴 동맥과 정맥에 구멍을 낸 심각한 경우였습니다. 동맥은 매우 두꺼워서 치료가 매우 어렵지만 정맥은 얇아서 연약합니다. 상처를 꿰맬 때 손상이 갈 수 밖에 없어요. 수술은 성공했지만 출혈이 심해 100% 수혈이 필요했습니다. 두 번째 환자는 아주 어린 소년이었는데, 신장을 제거해야 했어요. 결국 수술 도중 출혈이 심해 사망했습니다.  “_미쉘 사우어 혈관 전문 외과의
작년 가자 지구의 분리장벽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 중 6,500명이 이스라엘 군에 의해 총격을 당했다. 이들 중 중상을 입은 수 많은 환자들은 (대부분 다리 부상 환자) 온전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분리장벽이 세워진 지 10년 이상이 지나며 가자 지구의 보건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들은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불안으로 공공 기관의 기능이 마비되어 공공 보건은 관심 밖으로 멀어진 상태다.
가자 지구에서는 보건부 및 보건 단체들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 상황은 의료, 경제, 인도적으로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초 가자 지구에서의 활동 규모를 3배 확대했지만,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이 입은 부상은 봉합 수술 정도의 간단한 치료로 해결되는 부상이 아니다. 다리가 잘려 나가고 뼈가 산산조각이 난 수많은 중상 환자들은 몇 번의 재수술 이후에도 상처가 소독 및 봉합되는 정도다.  많은 이들이 감염된 상태라, 가자에서 아주 극소수만 받을 수 있는 재건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김용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정형외과의)가 2018년 가자 지구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2차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그는 1년 만에 가자 지구 미션에 다시 참여해 2019년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간 환자들을 진료하고 최근 귀국했다. ©Laurie Bonnaud/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입원 치료 병동을 세우고 외과의를 추가 파견했으며 진료소에서 하루 수백 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진료소에서는 환자 수에 비해 병상이 충분치 않고 중증 감염 치료나 골접합술 등 복잡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도 부족하다.
 지하오 운(Zhihao Oon) 마취과의와 간호사가 환자 피라스(Firas) (19)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 피라스는 작년 ‘귀환의 행진(March of Return)’ 중 이스라엘 군의 폭격으로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Simon Rolin
 
가자 지구 사태와 관련이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은 구체적 조치를 취해 수천 명의 삶이 걸린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분리장벽 주위에는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몇 주 간은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물론 현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쉽지는 않지만, 민간인들에 대한 의료 지원은 제공돼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속적으로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없는 것에 대해 실망을 표한다.
팔다리를 절단하거나 평생을 장애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단지 이들의 운명에 맡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큰 위기다. 총상을 입은 환자들뿐 아니라 이미 분리 장벽으로 가로막힌 채 거의 붕괴 직전에 이른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양 당국의 정치적 분쟁 속에 이미 희생되고 있는 무고한 시민들은 앞으로 더 큰 비극에 내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