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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말라위: “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뿐만이 아니에요. 홍수로 집도, 논밭도 모두 쑥대밭이 되어버렸죠.”

2019.04.03

마캉가는 3월 초 말라위에서 시작된 폭우로 인해 최대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이 폭우는 사이클론 이다이(Idai)로 이어져 3월 14일에서 16일, 모잠비크와 짐바브웨를 덮치며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열대성 사이클론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에 대응팀을 파견해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 예방과 식수 및 위생 시설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마캉가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물류 담당 및 지역 사회 보건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라바나 스티븐(Labana Steven)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들어봤다. 

라바나 스티븐(Labana Steven),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대응팀 물류 담당자 겸 지역사회 보건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팀 물류 담당자이자 지역사회 보건 활동가인 라바나 스티븐은 말라위 마캉가(Makhanga)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대응팀 활동을 하며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은 수 천명의 지역 주민들에게 보건 및 위생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말라위에서 20년 이상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해 온 라바나는 2008년과 2015년 극심한 홍수 발생 당시 대응 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말라위 남쪽 지역에서 현지 직원 및 지역사회와 협력한 경험과 그 동안 쌓은 지식으로 이번 사이클론 이다이 피해 지역에서의 국경없는의사회의 대응 활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치칼리(Chikali) 보건소(뒤 에 보이는 건물)가 홍수로 인해 물에 잠긴 모습.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라위 마캉가(Makhanga)에서 화장실을 짓고 공동 수도 시설을 복구하고 있다. 폭우로 피해를 입은 말라위 남부 지역에서 총 18명으로 구성된 국경없는의사회 대응팀은 보건부와 협력하여 시레(Shire) 강 동부 지역인 마캉가의 약 1만 8천명의 주민들에게 보건, 위생, 비식량 구호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MSF

“1만 8천명이 살고 있는 마캉가는 비옥한 토지를 갖춘 곳으로, 사람들은 가축을 기르고 옥수수나 쌀 같은 농작물을 재배하며 살아갑니다. 시레 강(Shire River)으로 둘러싸인 낮고 평탄한 지형으로, 최대 지류인 루오(Ruo)천이 흐르고 있어 마치 섬과 같아 보이는 곳이죠. 

그래서 홍수에 매우 취약하기도 합니다. 물란제(Mulanje) 근처나 블랜타이어(Blantyre) 상류에 비가 오면 루오천이 불어나 마캉가 지역은 물에 잠길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또는 내륙 지역에 비가 와서 므완자 강(Mwanza River)이 불어나면 셔 강이 넘치게 되어 그 주변 전체가 물에 잠길 수도 있어요. 3월 초 시작된 폭우로 인해 말라위 남쪽 지역이 전부 피해를 입었고 전 지역이 몇 주간 잠기게 되었죠.” 

구호품과 각종 짐은 반굴라에서 마캉가까지 보트로 이동한 후 소가 끄는 수레에 실어 육로로 이동한다.  ©MSF

 

이전 홍수 경험으로 얻은 교훈

라바나가 2008년과 2015년 마캉가 대규모 홍수 대응 활동을 한 경험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번 사이클론 이다이 대응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15년 당시 저희 대응팀은 가장 피해 위험이 높고 홍수에 취약한 지역을 지도로 만들어 피해 대응에 집중했고 해당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했습니다.” 

또한, 라바나는 이러한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마캉가에서 폭우가 시작되던 당시 국경없는의사회가 신속하게 대응을 시작해 현지 상황을 평가했고, 구호품 배급 경험이 있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즉각적 대응을 계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전 홍수 피해 대응 당시, 의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파악하고 이들을 우선시 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어요. 2015년 홍수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지만 올해는 사망자 수가 그보다 적었어요. 이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웠기 때문이죠."

마캉가 보건소도 깊이 물에 잠겼지만 라바나는 국경없는의사회가 과거 홍수 피해에 대응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2015년, 수많은 약품들이 물에 쓸려가 버렸어요. 그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대응팀은 약을 보관하는 선반을 더 높게 만들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약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어요.” 


식량과 식수 부족

올해 사이클론 이다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이전 홍수들에 비해 적었지만 주민들의 삶과 농작물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만 잃은 것이 아니에요. 홍수가 나기 전부터 이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던 지역에서는 집 안에 저장해뒀던 식량 마저 모두 홍수에 떠내려간 바람에 모두가 굶주리게 되었어요.” 

홍수로 인해 땅 아래 시추공에도 물이 차 올랐고 화장실도 모두 물에 잠겨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개방된 곳에서 배변을 볼 수 밖에 없어 설사병이나 콜레라 등 수인성 질병 위험이 커져가고 있다. 이 곳의 여러 습지들은 모기 번식지가 되어 사람들은 말라리아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집이 모두 무너져 내려 잘 곳이 없는 사람들은 야외나 닭장 속에서 잠을 자고 있어 건강도 매우 우려되는 상태에요.” 

마캉가 보건소에 있는 시추공도 홍수로 떠내려온 물에 오염이 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이를 복구하여 주민들이 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 식수 위생팀은 염소 배급, 수돗가 청소, 화장실 및 샤워시설 짓기 등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설사병과 콜레라의 창궐을 막는 것이 우리의 급선무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현지 당국이 협력해 마캉가의 치칼리(Chikali) 초등학교에서 기본 비식량 물품을 배급하고 있다. © MSF

 

치료도 받기 어려워진 주민들

마캉가에서 홍수가 발생하자 그 지역 보건의료 시설 직원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북부 지대로 이동하게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보건의료 시설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처음에는 보건부 의료 보조요원과 병원 직원밖에 없었어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두 명은 이들을 돕기 위해 기본 보건의료, HIV 서비스, 질병 감시를 제공했고 하루에 150건 이상 진료를 진행했죠. 현재는 호흡기 감염 환자와 말라리아 환자가 많은 추세에요.”

말라위 보건 사무소(Malawian District Health Office)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파견 진료를 통해 환자들에게 1차 의료를 제공했고 HIV나 결핵 등 만성 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다가 홍수 피해로 인해 약물 복용을 계속할 수 없게 된 환자들에게 약을 제공했다.


홍수로 피해를 입은 말라위 남부 지역에서는 대부분 비가 그쳤고 피해 지역으로의 접근이 가능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홍수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59명, 부상자는 677명이며 수재민 캠프에는 전체 8만7천명의 실향민이 머물고 있다(OCHA 기준, 3월 22일). 최대 피해를 입은 지역은 마캉가이며 이 지역의 전기 공급은 재개됐으마 모든 도로가 끊겨버려 섬처럼 고립된 상태다. 현재 수천 명의 수재민들이 학교, 교회, 실향민들을 위한 임시 캠프 등에 머물고 있고 일부는 자신이 살던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 집을 복구하고 있다. 

농작물부터 가축까지 대규모 피해가 있었다. 마캉가 내에서는 전체 작물 중 약 50퍼센트가 떠내려갔다.  18명으로 구성된 국경없는의사회 대응팀은 현지 당국, 지역사회 및 보건 당국과 협력하여 마캉가의 1만 8천명의 주민들에게 보건, 위생, 비식량 구호품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