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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지구: 이스라엘 군과 유대인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폭력 심화

2023.11.16

한국시간 11월 20일 업데이트: 

현지시각 11월 17일 이른 오전에 이스라엘군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칼릴 술레이만 병원(Khalil Suleiman Hospital)을 포함한 제닌 전역 병원들을 포위하고 제닌 시내 소재 난민 캠프를 급습했다. 병원 부지 내에서도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려왔다.

칼릴 술레이만 병원 응급실 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스라엘군의 구급차 진입 금지 조치로 인해 난민 캠프에서 발생한 사상자들을 수용 및 치료할 수 없었다.

오전 6시쯤, 이스라엘군은 확성기를 통해 병원 내부에 있는 사람들 모두 밖으로 나올 것을 명령했다. 직원들은 공포에 질려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한 시간 후, 이스라엘군은 철수했다.

10월 7일 이후, 서안지구 전역에서 의료 인력 및 시설을 겨냥한 공격은 일상이 되었고 점점 격화되고 있습니다. 의료 종사자들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자주 공격받고 있고, 구급차를 타고 부상자나 환자를 태우러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공격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_렌조 프리케(Renzo Fricke) /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 책임자


한국시간 11월 16일 업데이트:

새벽 2시 30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제닌 병원 입구 밖에 의사들이 모여 있다. 총격이 잠시 잠잠해진 사이,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타이어가 끼익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며 오토 릭샤(auto-rickshaw), 혹은 툭툭(tuk-tuk)으로 불리는 삼륜 택시가 병원 정문으로 들어선다. 곧이어 택시 뒷편에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복부와 허벅지 아래쪽에 총상을 입은 젊은 남성이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옮겨져 검사를 받고 붕대를 감은 후 급히 수술실로 실려 간다.

우리가 수용하는 환자 대부분은 복부와 다리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그중 간과 비장이 산산조각 난 환자도 있고 혈관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도 있습니다. 또한 병원 입구 바로 밖에서 걸어가던 한 남성이 저격수가 쏜 총에 머리를 맞은 매우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폭력사태는 현재 진행 중이며 우리가 치료하는 대부분의 환자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습니다.”_닥터 페드로 세라노(Dr Pedro Serrano) / 국경없는의사회 집중치료실 의사

2023년 10월 27일, 제닌 병원에서 난민 캠프 내 이스라엘군 진입 후 부상당한 환자를 치료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MSF/Faris Al-Jawad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치명적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안지구 전역으로 폭력사태가 번지고 있다. 제닌에서는 탱크와 지상군을 동원한 이스라엘 군의 침공으로 거의 매일 밤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실 의사들이 공립 병원으로 호출되고 있다. 지난 한 달 간,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제닌시에서만 30명이 사망하고 최소 162명*이 부상을 입었다. (출처: 팔레스타인 보건부)

제닌 난민 캠프 내 현지 구급대원들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한 툭툭을 타고 캠프의 좁은 골목을 누비며 부상자를 태워야 한다. 이스라엘 군이 종종 캠프 입구를 차단하는 바람에 구급차가 중상 환자들을 제때 구하기 위해 캠프 안팎으로 이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병원 밖에는 한 구급대원 무리가 총탄 흔적으로 점철된 구급차를 둘러 싸고 있다. 이들은 시끌벅적한 제닌의 밤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한 구급대원은 캠프 내 부상자들에게 다가가려다 총격을 받아 구급차에서 내려 이스라엘 군이 떠날 때까지 20분 동안 땅바닥에 웅크려 몸을 숨겨야 했다고 전한다.

파괴의 흔적은 제닌 병원 내 총상 및 파편상을 입은 이들뿐만 아니라 불도저와 탱크로 공공 시설과 팔레스타인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파괴된 도시 곳곳에서도 볼 수 있다.

2023년 11월 6일, 서안지구 제닌 난민 캠프 내 이스라엘군 불도저와 탱크 진입 후 파괴된 도로에서 매트리스를 옮기고 있는 소년 ©MSF/Faris Al-Jawad

폭력적인 공습과 분쟁사태는 제닌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팔레스타인 당국에 따르면, 10월 7일 이후 서안지구 전역에서 165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하고 2,4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팔레스타인 노동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전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무려 6,000여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취업 허가증이 취소된 이후 현재 서안지구 전역에 위치한 난민 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러한 난민 센터를 방문해 비전염성 질병 치료제를 포함한 의료 물자를 지원하고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한다. 일부 환자들은 10월 7일 이후 몇 주 동안 이스라엘 군에 붙잡혀 구타, 모욕, 학대를 당했다고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에게 전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군에게 포박 및 구타를 당한 흔적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왔습니다. 그들은 몇 시간 동안 고문을 당한 후 서안지구 국경지대에 방치되었다고 전했습니다.”_야니스 아나그노스토우(Yanis Anagnostou) / 국경없는의사회 제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

폭력사태와 강제 이주

서안지구 남부 헤브론 자치구에서는 이스라엘 군과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 강제 이주, 주민들의 이동 제한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부터 해당 지역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 현지 주민들은 길을 걷는 것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며, 식료품 시장과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고 전했다.

유엔(United Nations)에 따르면, 10월 7일 이후 약 905명으로 이루어진 최소 111개의 팔레스타인 가정이 이스라엘 군과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과 협박으로 인해 서안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우스 헤브론 힐즈(South Hebron Hills)에서는 정착민들이 집을 불태우고 태양열 패널과 물통을 약탈하고 수도관을 절단하는 바람에 피란길에 오른 수십 명의 가족 중 두 가족이 강제로 집을 떠나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피해자들에게 정신건강 지원과 피난민용 긴급구호 키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전개했다.

헤브론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담요, 매트리스, 히터 등 필수 구호 물자를 가족들에게 제공하고 폭력에 노출되거나 집에서 강제로 쫓겨난 이들에게 정신건강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살던 집이 전소되어버린 한 여성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고 두렵고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제게 ‘이렇게 제가 살던 땅과 집을 떠날 거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지만, 아들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무력감을 느낍니다’라고 했죠. 사람들이 극심한 폭력과 불안을 직면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_마리암 카바스(Mariam Qabas) / 국경없는의사회 헤브론 보건증진 관리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폭력과 강제 이주를 종식시키고 이들이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기본적인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제한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향한 폭격과 집단적 형벌이 계속해서 잦아들지 않고 불법 행위와 유혈 사태가 서안지구까지 확산되면서 인도적 휴전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주히르(Zouhir)는 서안지구 전역의 다른 가자지구 출신 피난민들 다수와 마찬가지로 제닌 내 과밀화된 실내 체육관에서 수백 명의 다른 실향민 노동자들과 잠을 청하며 가자지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 우리를 가장 괴롭게 하는 건 아이들과 가족들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가자지구에 있는 아이들과 통화할 때면 눈물이 흐릅니다. 저를 아이들과 손주들이 있는 가자지구로 돌려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무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괴롭습니다.”_주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