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난민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가 되기까지: 도크 존슨의 이야기

2019.04.11

도크 존슨(Thok Johnson Gony),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의료 코디네이터 (2019년 1월) © MSF/Musa Mahad

난민 캠프에서 자란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열악한 환경의 집에서 살아야 하고 식량도 부족한데다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을 수 없죠. 저는 바로 그런 난민 캠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 이름은 도크 존슨 고니(Thok Johnson Gony)입니다. 1975년 수단의 나일강 상류 지역 보르(Bor)에서 태어났습니다. 평화 협정으로 수단 내전이 끝난지 3년이 지났지만 평화가 지속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저희 가족은 에티오피아에 있는 이탕(Itang) 난민 캠프에 머물게 됐고 저는 그 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남수단 리어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도크 존슨은 이 곳에서 3년간 일했다. (2008.02) © Svenja Kuehnel/MSF

당시 난민이었던 저는 홍역에 걸려 거의 죽을 뻔했던 경험이 있어요.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게 기적 같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 시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빈곤하고 비참하고 희망도 하나 없는 생활이었죠. 구호 단체들이 제공해주는 집에서 식량을 배급 받으며 버텼어요. 현지 지역 주민들이 저희 가족에게 못되게 굴어도 난민 신세인 저희는 참고 견뎌야 했죠. 

어린 나이에 이처럼 쓰라린 경험을 하면서 어느 순간 인생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음을 내려놓고 새롭게 인생을 살기 시작했죠. 학교도 열심히 다녔어요. 

어느 날 난민 캠프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봤어요. 저도 의사 선생님들 덕분에 살 수 있었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대한 큰 감명을 받았죠. 그 때 저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의사가 되어서 제게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료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제 손으로 돕겠다는 열망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죠.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인 도크 존슨이 나이지리아 북부 고로뇨 마을의 모자 보건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모습 (2012.11) © Dirk-Jan van der Poel/MSF

그 후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했고 2000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에티오피아 국경에 위치한 아코보(Akobo) 병원에서 전염병 치료, 영양, 의료 응급 진료 등 여러 분과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계속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바로 남수단이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 마반(Maban)에서 환자들을 치료했던 시절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귀환했고, 많은 환자들을 치료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 곳곳에서 온 다른 의료 활동가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좋은 마음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직접 발로 뛰고 싶었죠.

2010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으로 입사 지원 후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제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고, 어릴 적 꿈꿔왔던 대로 세계적인 국제 구호 단체 활동가로서 남수단 국기를 자랑스럽게 휘날릴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첫 미션을 떠나고 싶은 열망이 커졌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환자들을 돕는 것은 어떨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활동하고 교류하는 것은 어떨지 궁금했고 설렘은 더욱 커졌죠.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인 도크 존슨이 나이지리아 북부 고로뇨 마을의 모자 보건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모습. 국경없는의사회는 고로뇨 마을에서 매일 2회 엄마들에게 음식을 나눠줬다. (2013년 1월) © Dirk-Jan van der Poel/MSF

2012년부터 저는 전 세계를 돌며 여러 의료 구호 활동에 참여했고 간호사로 시작해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장 의료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을 치료하는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환자를 치료한 저의 경험이 바로 남수단에 제 뒤를 이어 세계 어디서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수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난민 캠프에서 자란 한 아이가 국제 기구에서 현장 의료 코디네이터가 된 제 이야기,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