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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2023 세계 여성의 날: 바다로 나간 여성들

2023.03.08

 

지중해 ©Nyancho NwaNri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국경없는의사회 사진 르포 ‘바다로 나간 여성들’ 통해 지중해 중부를 횡단한 여성 이주민과 그 과정을 함께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이야기를 전한다. 더 나은 삶을 모색하고자 지중해를 횡단하는 이들은 모두 취약한 상태에 처해있다. 하지만 이 중 여성은 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뿐 아니라 젠더와 관련된 온갖 고초를 겪게 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해상에서 구조한 생존자 중 여성은 약 5% 정도로 소수이기 때문에, 이주 과정 속 여성이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듣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의 여성 생존자들은 종종 강제 결혼 또는 여성 할례 등 악습으로 인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힘들게 지중해를 건넌다 해도 횡단 과정 또한 순조롭지 않다. 예컨대 여성 생존자들은 화학적 화상을 비교적 더 많이 입은 채 구조되는데,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사실 연료로 인한 화학적 화상에 취약한 자리인 보트 가운데에 주로 앉기 때문이다. 또한 정서적 폭력, 성폭력, 강제 성매매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한 생존자도 많다. 

국경없는의사회 사진 르포 ‘바다로 나간 여성들’여성 사진작가 두 명의 시선으로 바라본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팀의 여성 구조자와 여성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수색구조선의 심리학자와 구조된 여성 생존자들 ©Mahka Eslami 

데크리셸의 이야기 

여성들이여, 더는 폭력을 참지 마세요!”

카메룬 출신의 32세 여성 데크리셸 ©Mahka Eslami

생존자 중 한 명인 카메룬 출신 데크리셸(Decrichelle) 또한 폭력적인 성향의 남편과 강제로 결혼해야만 했다. 아이와 함께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한 데크리셸은 니제르를 거쳐 알제리로 향했다. 사막 횡단 도중 어린 딸이 병에 걸렸는데, 약을 구할 수도, 치료를 받을 수도 없어 사망하고 말았다. 데크리셸은 딸을 잃은 그 순간에 “그 어떤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겪었다고 전했다. 

데크리셸의 첫 지중해 횡단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체포 후 수감됐다가 곧바로 풀려났는데, 강제로 성매매 업소로 팔려갔다. 몇몇 친구들 덕분에 무사히 업소를 탈출한 그는 6개월 동안 길거리에서 생활하며 돈을 모아 다시 한번 지중해 횡단을 시도했다. 

친지의 연락처를 적어둔 코팅지. 지중해를 횡단할 때 데크리셸이 가지고 있던 유일한 소지품이다. ©Mahka Eslami

제 또래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만 살고 싶어요.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안전하지만 아이를 사막에 두고 왔다는 사실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습니다.”_데크리셸 (32세) / 카메룬 출신 여성 생존자 

크리스텔의 이야기 

유산을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 하선하는 크리스텔 ©Mahka Eslami

카메룬 출신의 크리스텔(Christelle, 42세)도 구조되기 전까지 갖은 어려움을 겪었다. 고향에서 가정폭력을 겪은 후 남편과 헤어진 세 아이의 엄마 크리스텔은 밭일을 하던 중 납치되어 나이지리아로 가게 됐다. 어떤 여성의 도움으로 탈출한 크리스텔은 6개월 동안 식당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아 유럽으로 가기 위해 다른 여성들과 함께 리비아로 향했다. 알제리를 거쳐 리비아로 향하는 여정은 끔찍했다. 

리비아에 도착하자 마자 길안내를 해주던 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2주 동안 정처없이 헤매다가 체포되어 수감됐는데, 어떤 남자가 자신과 6개월 계약 결혼을 하면 보석금을 내주겠다고 했어요. 그 후 감옥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됐지만 곧 유산하고 말았습니다. 유산을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_크리스텔 / 카메룬 출신 이주민 

선상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크리스텔 ©Mahka Eslami 

빈투의 이야기 

제 아이들은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빈투와 20세 딸 미리암 ©Mahka Eslami

코트디부아르 출신 빈투(Bintou)는 남편과 사별한 네 아이의 엄마다. 남편이 죽고나서 남편의 가족이 장녀를 강제 결혼시키려고 하자 큰딸과 둘째딸을 데리고 도망쳤다. 리비아에 도착하자 빈투는 붙잡혀 수감됐고,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가 겨우 탈출해 지중해를 건넜다. 

리비아에서 감옥을 탈출하다가 철조망에 걸려 생긴 부상 ©Mahka Eslami

고향에 남아 있는 두 아이를 2년째 보지 못한 빈투는 아이들이 자신과는 다른 길을 걷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제 아이들은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저는 어렸을 때 나쁜 일을 많이 겪었죠. 삼남매 중 유일한 딸이었던 저는 강제로 결혼해야 했어요. 학교도 가지 못했습니다. 제 아이들은 교육을 받길 바라요. 저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_빈투 / 코트디부아르 출신 이주민 

국경없는의사회 여성 구조자의 이야기 

절대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어떠한 폭력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똑같은 사람입니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은 더 강인해졌다는 거죠.”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수색구조 현장 부책임자 루치아 ©Nyancho NwaNri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수색구조 현장 부책임자 루치아는 성폭행 생존자이다.

제가 삶에서 한 시간 남짓 경험했던 폭력으로부터 이 여자들은 실제로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이들이 강인함과 희망을 잃지 않고 싸움을 계속하는 것을 지켜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_루치아(Lucia) /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수색구조 현장 부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문화매개자 네지마 ©Nyancho NwaNri

지오배런츠호에서 문화매개자로 활동하고 있는 네지마(Nejma)는 선상의 생존자들과 특별한 유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저는 아프리카계 중동 사람입니다. 여자이자 엄마이기도 하고, 한 때는 이주민이었습니다. 이곳의 생존자들과 공유하는 점이 정말 많죠. 생존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이런 공감대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이죠.”_네지마 / 국경없는의사회 문화 매개자 

사진작가들
사진 르포 ‘바다로 나간 여성들’은 두 명의 여성 사진작가가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됐다. 이란 출신 마흐카 에슬라미(Mahka Eslami)와 나이지리아 출신 니안초 은와은리(Nyancho NwaNri)는 사진을 매개로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문화적 민감성을 존중하며 수색구조선상에서의 작업을 마쳤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중해 수색구조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지중해에서 단독으로 또는 다른 구호단체와 협업하여 해상난민 수색구조 작업을 펼치며 85,000명 이상의 이주민을 구조했다. 특히 2021년 5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를 통해 6,194 명의 난민을 구조했고, 11구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산모의 출산을 지원했다.  ►관련글 더 읽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