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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유럽연합위원회에 해상 수색구조 활동을 제한하는 이태리 관련법령 조사 촉구

2023.07.18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5개의 비정부기구는 유럽연합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이태리 법령 15/2023 및 인도주의적 수색구조활동으로 구조된 사람들이 지리적으로 먼 항구에 하선하도록 하는 이태리 정부 관행에 대한 소원을 제기했다. 

2023년 7월 3일 국경없는의사회 지오배런츠호는 몰타 수색구조지역에서 4회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이태리 당국은 마리나 디 카라라(Marina di Carrara)를 생존자 하선 장소로 지정했다. ©MSF/MICHELA RIZZOTTI

이를 제기한 비정부기구들은 국경없는의사회(MSF), 옥스팜 이탈리아(Oxfam Italia), SOS 휴머니티(SOS Humanity), 이민 사법연구회 (Association for Juridical Studies on Immigration, ASGI), 이머전시(EMERGENCY)다. 해당기구들은 이 법령이 관련 유럽연합 법령 및 해상 수색구조 활동에 관한 국제법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의무와 양립하지 않는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유럽연합위원회는 유럽연합 관련 조약들의 수호체로서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국제법 및 유럽연합 법령을 준수하도록 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유럽연합위원회는 유럽 전역에서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 권리가 지켜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색구조 활동 비정부기구들이 유럽연합 국가들이 바다에 내버려둔 부끄러운 빈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겁니다. 회원국들은 이들의 일을 방해하는 대신 수색구조 활동에 제대로 된 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에 이들을 참여시켜야 합니다.”_ 줄리아 카피타니(Giulia Capitani), 옥스팜 이탈리아 이주 정책 자문 

2023년 1월 이탈리아가 도입한 새로운 칙령은 3월부터 법령이 됐다. 법령 15/2023은 수색구조선들이 구조 활동 후에 지체없이 지정된 안전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수색구조선들이 한번에 한 가지 이상의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즉, 수색구조선들이 이때 위기에 처한 다른 배에 조력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 법령은 또한 구조 활동을 진행한 배의 선장들이 진행된 구조활동에 대한 불특정 정보를 이태리 당국에 제공할 것을 의무화함으로써 사실상 이들로 하여금 과도한 정보 요청을 받도록 만들었다.

최근 이태리 당국이 구조 작업 이후 생존자들을 지리적으로 먼 곳의 항구에서 하선하도록 하는 관행도 이 새로운 법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한 정책이 명시된 법령은 없지만 이러한 관행이 2022년 12월 이후로 흔해짐에 따라 수색구조선 하선 장소가 남부가 아닌 북부 이태리로 지정되고, 이에 따라 수색구조선의 이동 시간이 늘어나고 수색구조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에는 제한이 생긴다.   

소를 제기한 5개 비정부기구는 이러한 요소들이 수색구조 활동에 부당한 제한을 가하고 해상에서의 인명 구조 활동을 심각하게 축소시킨다는 의견이다.

우리가 수색구조 지역에서 벗어나 억류되어 있거나 지리적으로 먼 곳에 위치한 항구를 찾아가는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생명은 위협에 처해있습니다. 이 법령은 비정부기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가를 실제로 치루는건 지중해를 건너려다가 배에서 어려운 상황에 갇혀버리는 사람들일 겁니다.” _국경없는의사회 운영 담당자 쥰 베세링크(Djoen Besselink)

2023년 7월 3일 국경없는의사회 지오배런츠호가 몰타 수색구조지역에서 진행한 구조활동 ©MSF/MICHELA RIZZOTTI

지리적으로 먼 이태리 북부 안전한 하선 장소를 찾아가는데 드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배에 타고 있는 구조된 사람들에게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위험이 증가한다. 

구조 장소에서 1,000km 떨어진 곳에 안전한 하선 장소를 지정하는 것은 생존자들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우리가 구조한 199명 중에는 임신부와 아기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훨씬 가까운 곳에 다른 이태리 항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1,300km를 더 가서 하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_조쉬(Josh), SOS 휴머니티의 구조선 휴머니티1 (Humanity1) 선장 

구조된 사람들은 전쟁이나 기후변화, 인권 침해가 진행되는 국가들 출신입니다. 보통 매우 취약한 상태인데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태가 악화됩니다. 지리적으로 먼 항구가 하선장소로 지정되면 비정부기구들도 부담해야하는 연료 비용이 늘어 제한된 예산이 소진되며 이것은 향후 생명을 구조하는 활동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_카를로 마이사노(Carlo Maisano), 이머전시 구조선 라이프서포트(Life Support) 코디네이터 

이처럼 하선 장소와의 지리적 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비정부기구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2023년 2월 23일 법령 15/2023 첫 적용의 예로 안코나(Ancona) 항구 당국은 국경없는의사회 선박에 20일간의 억류와 5,000유로 벌금을 부과 및 통지했다. 이 벌칙이 부과된 명목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이전에는 제공한 적이 없는 특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관련글 읽어보기).

그 이후로 이태리 당국은 다른 4척의 인도적 수색구조선도 법령 15/2023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억류했다(Auroar, Louise Michel, Sea-Eye 4, Mare*Go). 지중해 중부에서 위험한 여정과 선박 침몰이 계속되는 동안 총 100일간의 인도적 수색구조 활동이 중단된 셈이다.

국경없는의사회와 옥스팜 이탈리아, SOS 휴머니티, ASGI, 이머전시는 유럽연합위원회가 이태리 당국의 법령 15/2023과 지리적으로 먼 하선 장소 지정 관행을 즉시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유럽연합 조약의 관리체로서 유럽연합위원회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관련법을 준수하고 비정부기구들이 인명을 구조하는 수색구조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 비정부기구들은 중부 지중해에서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수색구조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중부 지중해에서 수색구조 활동에 참여해 약 90,000명을 구조했다. 2021년 5월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 활동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8,114명 이상의 사람을 구조했다. 자세한 활동 내용은 영어 웹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웹사이트 방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