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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바다로 나가지 못하면, 사막 혹은 집단 린치의 악몽이 기다려”

2023.09.22

지난 7월 유럽 정치인들이 튀니지 대통령과 이주민에게 치명적인 합의안을 재생산해내는 동안, 튀니지 내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은 '가장 끔찍한 악몽'같은 상황 속에 놓여있었다. 다수는 그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국가내에서 여전히 위협을 받으며 살아간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재개되어 해당 합의안을 둘러싼 논의를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오배런츠(Geo Barents)호에서 수집된 이주민들의 가공할 만한 증언들의 내용이 튀니지 내에서 사하라 이남 지역 출신 아프리카인들을 상대로 늘어나고 있는는 차별적 대우 및 폭력적 공격, 집단 추방, 안전·보호·보건을 비롯한 서비스 접근 불안정을 드러낸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EU 회원국들은 튀니지와의 양해각서에서 합의된 국경관리 조치 이행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강제 이주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례들에 책무성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 합의안 확산을 반대해야 한다.


2023년 8월 지오배런츠호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진행한 수색구조 작업 ©MSF/Stefan Pejovic
보니페이스(Boniface, 가명)는 2월의 어느 날 아침, 일터로 향하기 위해 매일 타던 버스에 탑승한 순간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느꼈던 당시의 기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는 길거리, 버스,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과 같은 아프리카계 흑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뿐만 아니라, 버스 안에 경찰이 있는 것을 보고 즉각  이해할 수 없었던 이상한 경계심을 느꼈다.

갑자기 버스를 타고 있던 누군가 제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리곤 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바로 옆에 경찰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막지 않았어요. 그러다 사람들이 갑자기 저를 버스에서 끌고 내려와 길거리에서 계속 때렸고 스크루드라이버로 저를 찌르기까지 했죠.”_보니페이스 / 튀니지 출신 이주민

보니페이스는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가 2023년 7월 15-16일 사이 중부 지중해에서 구조한 이들 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튀니지 스팍스(Sfax)에서 출발한 조난 보트 여럿이 유입됨에 따라 11건의 구조 활동을 연속 전개했다. 생존자들은 일단 지오배런츠호에 승선 후 안전해지고나자 국경없는의사회 팀에 튀니지에서 2월 말부터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공포, 고문, 학대, 폭력에 대한 끔찍한 경험담을 전했다.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체결된 합의안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수차례의 구조 활동을 통해 보니페이스를 비롯한 420명을 지오배런츠호에 승선시키고 있던  24시간 동안, 유럽과 튀니지 정치인들은 최종 합의안에 도달하고 있었다. 7월 16일, EU와 튀니지 정부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과 튀니지 정부에 10억 유로를 제공하기로 한 자금지원 계획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해당 지원금 중 1억 500만 유로는 “국경관리, 수색구조, 반(反)이주민 밀입국 및 고국 송환” 시행을 위한 것이다. 튀니지내 이주민 안전과 복지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합의다.

해당 양해각서는 위험한 EU의 이주민 정책을 되풀이 할 뿐인데, 이는 제3국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에 대한 제지 및 단속을 강화하는 것을 ‘독려’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번 합의안은 튀니지 내 이주민들을 겨냥한 폭력이 처벌되는 것을 막고 체계적으로 정당화되게 하고, EU가 이주민의 죽음과 학대에 가담하도록 할뿐입니다. 이렇듯 무책임한 이주민 정책은 이주민들의 삶의 질과 권리를 우선순위 최하위에 놓아 이들을 폭력, 학대, 절망의 굴레에 갇히게 합니다.”_후안 마티아스 길(Juan Matias Gil) /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 활동 책임자

2022년 3월 지오배런츠호로 구조된 후 갑판에 함께 서 있는 생존자들 ©MSF

“흑인들은 돌아가라”

제가 공격을 당하기 전날 밤, 대통령이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흑인인 아프리카인들을 적으로 돌리는 발언이 담긴 연설을 했습니다. 그때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죠!”_보니페이스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기 전부터 튀니지 상황은 이미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흑인들은 돌아가라는 말을 한 이후로 모든게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어요.”_파티마(Fatima, 가명) / 32세 여성

2023년 2월 21일, 튀니지 대통령 카이스 사이에드(Kais Saied)는 사하라 이남 지역 출신 아프리카인들을 비난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들이 튀니지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해당 발언으로 인해 특정 주민들 사이에서 흑인 이주민들에 대해 이전부터 존재했던 인종차별적 정서가 더욱 확산되었다. 

생존자들은 해당 연설 이후 구금 센터, 길거리, 혹은 검문소를 비롯한 곳에서 튀니지 치안 세력의 폭력 및 학대, 임의 체포, 소유품 절도 건수가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해당 연설 이전부터 발생하고 있던 알제리나 리비아 국경지대로의 집단 추방 역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도시 내 일반 시민들의 돌팔매질, 칼부림, 인종차별적 비속어 사용을 비롯한 폭력도 더욱 빈번히 발생했다. 이외에도 생존자들은 사하라 이남 지역 출신 세입자들이 겪은 대대적인 퇴거, 인종차별, 물품 및 서비스 접근성 거부와 같은 사례도 전했다.

대통령의 연설 이전에도 납치, 고문, 몸값 갈취와 같은 사태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2022년 10월에 튀니지에 도착한 후, 정체불명의 무장 남성들이 저를 납치한 뒤 공사장으로 데려가 12일간 두들겨 팼습니다. 긴 밧줄로 제 손발을 묶어둔 채 야구 방망이로 때렸죠. 그들은 제 가족에게 풀어주겠다는 대가로 몸값을 요구하면서 보낼 영상을 찍기도 했습니다.”_보니페이스

2023년 8월 지오배런츠호로 구조된 후 이탈리아 당국에 의해 지정된 하선 장소인 브린디시(Brindisi)에 하선한 이주민 ©MSF/Stefan Pejovic

습격, 퇴거, 집단 폭력

사람들은 우리를 길거리에서 보기만 하면 쫓아와서 때리고 괴롭혔습니다. 우리들 보고 ‘검은 집’에서 나가라고 하더군요. 우리집을 약탈하기도 하고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_보니페이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대통령이 당신 같은 아프리카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으니, 더이상 아프리카 사람을 세입자로 들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_파티마

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인종차별적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침을 뱉거나 길거리에서 지나갈 때 코를 막는 등 희롱과 놀림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튀니지에 머물었던 4개월 내내,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하고 약탈했지만, 맞서 싸울 수 없었습니다. 튀니지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 나라에 흑인은 필요없다'고 하기도 했죠.”_마마두(Mamadu, 가명) /  17세 

임의 체포, 고문, 추방

구금됐을 때 경찰이 우리에게 빵과 물 제공을 중단했고 ‘화장실이 폐쇄되었으니 이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3일 후, 경찰이 우리를 차에 태우곤 길거리에 세워두더니 떠났죠. 우리 휴대폰과 돈까지 가져갔고요. 모든 걸 빼앗겼죠.”_하킴(Hakim, 가명) / 26세 

생존자들은 경찰에 의해 구금된 동안 이웃 국가 리비아나 알제리로 수차례 추방당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스팍스에서 경찰은 관련 서류가 있건 없건 흑인들을 임의적으로 체포해 알제리 국경지대로 보냈습니다.”_파티마

또 다른 생존자는 다른 사람들과 사막으로 보내졌던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튀니지 경찰은 흑인들을 보기 싫어합니다. 우리를 혐오하죠. 그들이 우리를 알제리로 데려갔을 때, 사막을 거의 일주일 걸어야 했습니다.”

튀니지에서 피란하는 이주민 증가

2023년 초 이후부터 튀니지에서 출발하는 보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튀니지는 흑인들에게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흑인 형제들 모두에게, 튀니지로 가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튀니지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곳으로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_보니페이스

튀니지 시민과 이주민들을 비롯해 튀니지에서 대피하는 사람들 숫자가 계속해서 증가해, 2023년 지중해 중부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가는 주요 출발지가 리비아에서 튀니지로 변경됐다. 2023년 첫 6개월 동안, 지중해 중부를 통해 이탈리아로 유입된 인구 중 56%가 튀니지에서 승선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2022년 동기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바다를 건너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혀요. 저한테 바다로 나간다는 건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었으니까요.”_보니페이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겨우 피란길에 올라 바다에서 구조된 이들 중 극소수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이들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안전이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고 폭력, 인종차별적 박해, 악화되는 사회 및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이주 정책은 최근 튀르키예나 리비아와 체결한 합의안들처럼 국경관리를 공공연히 조장하고 튀니지와 리비아 같은 국가들로 하여금 이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밀어내고 제지하도록 독려해 이주민 복지와 권리는 박탈당한다. 

2023년 7월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팀이 구조한 생존자가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다. ©MSF/Michela Rizz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