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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모잠비크: 5년째 이어진 카부 델가두 분쟁의 정신건강적 여파

2022.10.07

카부 델가두 분쟁으로 인해 팔마(Palma)로 피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국내실향민의 모습. ©Igor Barbero/MSF

2017년 10월 모잠비크 카부 델가두(Cabo Delgado)주에서 시작된 무력 분쟁으로 주민들이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모잠비크 북부에서 백만 명 가량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 중 대다수는 얼마 없는 재산과 생계 수단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남기고 고향을 떠나 수 차례 피란 행렬에 올라야만 했다. 카부델가두의 장기화된 폭력 사태는 심각한 정신건강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분쟁이 지속된 5년 동안 카부 델가두의 일부 지역사회 주민은 매일 공포에 떨며, 지속적인 정신적 외상과 상실로 고통받고 있다. 다른 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도 많고, 가족이나 친지와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어요. 저는 일궈놓은 것을 다 잃고 팔마(Palma)의 임시 캠프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걸 처음부터 다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이곳저곳에서 소식을 접하는 중이지만,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도 병문안을 갈 방법이 없고,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에도 가질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은 깊어지기만 합니다.”_ 카부 델가두 북부 모킴보아 다 프라이아(Mocímboa da Praia)  지역 출신 피란민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 타티아네 프란시스코(Tatiane Francisco)에 따르면 카부 델가두 출신 피란민의 삶은 수년째 멈춰 있다. ©Mariana Abdalla/MSF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 타티아네 프란시스코(Tatiane Francisco)는 피란민들이 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상실과 슬픔으로 인한 급성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피란길에 자녀와 생이별하고 생사를 모르는 어머니부터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아이까지,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들처럼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면 미래를 생각하거나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이들은 하루하루 생존만을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수년째 외면된 채, 같은 곳에서 멈춰 있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_타티아네 프란시스코 /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


불과 몇 주 만에 8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분쟁으로 피란길에 오른 안쿠아베(Ancuabe) 출신 마리아 말레베(Maria Maleve)는 7월 몬테푸에즈(Montepuez)에 도착했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전부 뿔뿔이 흩어져서 저 혼자만 남았어요. 피란길에 만난 아이와 함께 이곳에 왔는데, 아빠는 총에 맞아 죽고 엄마는 납치당했다더군요. 분쟁이 빨리 끝나서 우리 모두 고향에 돌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_마리아 말레베 /안쿠아베 지역 출신의 국내실향민

 

몬테푸에즈 임시 캠프에 거주하는 안쿠아베 출신 국내 실향민 마리아 말레베. ©Mariana Abdalla/MSF

많은 이들이 마리아처럼 집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하고 다시 농부, 어부, 지역사회 구성원의로서의 삶을 살길 꿈꾼다. 하지만 불투명한 미래와 극심한 공포, 정신적 외상으로 점철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서 강제로 다시 피란길에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고향에 돌아가서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당장은 잠잠하더라도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심리적인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다른 곳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걸 보고 우리 몸이 ‘공격이 끝나지 않았구나, 다음에는 또 어디에서 터질지 모른다’고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극심한 폭력은 피해자에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정신적 상흔을 남깁니다.”_타티아네 프란시스코 /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그럴 용기를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끔찍한 기억 때문에 상황이 확실하게 안정되기 전까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당시의 경험과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건,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는 의미입니다.”_조슈엘 모레이라(Josuel Moreira) /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조슈엘 모레이라가 정신건강 상담을 진행 중이다. © Mariana Abdalla/MSF

카부 델가두에서 분쟁이 지속되면서 의료서비스, 식수, 음식, 거처  등 필수 서비스 접근이 어려워진 데다,  정신건강 문제 또한 심각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부터 카부 델가두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활동을 개시했다. 2021년에만 52,000명의 말라리아 환자를 치료했고, 3,500여 명에게는 개인 심리 상담을, 64,000여 명에게는 집단 심리 상담을 제공했다.
상황이 불안정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유연하고 민첩하게 적응해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적인 카부 델가두 남부에 인도적 지원이 집중된 상황이다.
마코미아(Macomia), 팔마, 모킴보아 다 프라이아 등 국경없는의사회가 구호활동을 전개 중인 지역에는 현지에 남아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 구호단체가 거의 없다.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도 생존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구호활동 규모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들은 재산과 가족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잃었습니다.” 조슈엘 모레이라 /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이라는 활동 원칙에 따라 활동하는 인도주의 의료구호 단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4년 내전이 발발했을 때부터 모잠비크에서 구호활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카부 델카두주의 마코미아, 모킴보아 다 프라이아, 팔마, 무에다(Mueda)와 인접 지역인 무이둠베(Muidumb), 난가데(Nangade), 멜루코(Meluco)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지역 병원에서 1차 의료서비스, 정신건강 서비스, 식수위생 개선, 2차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구호품을 배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