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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 10주년, 우리가 기억할 5가지

2024.03.22

10년 전인 2014년 3월 23일, 기니에서 에볼라 유행이 선언되었다. 그때까지 에볼라 유행은 위험하지만 규모는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해당 전염병이 종식되기까지 무려 2년이 걸렸고 1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4년 이전부터 이미 저명한 에볼라 전문가였던 닥터 미셸 반 에르프(Dr. Michel Van Herp)가 사상 최대 규모의 에볼라 유행을 되돌아보며 다섯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한다.

1. 1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2014년 초 기니에서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서아프리카에서는 극히 드문 질병이긴 하지만 아마 에볼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에볼라 팀을 현장으로 파견했죠. 당시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 유행 대응 경험이 있는 소수의 단체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에볼라가 수개월 동안 잠복해 있었으며, 전례 없는 수준으로 수많은 지역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점차 명백해졌죠.

당시 기니에서 활동하던 국경없는의사회 역학조사관 미셸 반 에르프가 주민들에게 에볼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4년 3월. ©Joffrey Monnier/MSF

아무도 에볼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당국의 관심도 못 받던 지역에서, 아무도 에볼라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습니다. 각국 정부, 유엔 기구, 구호 단체들이 에볼라 유행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필사적으로 수차례 경종을 울렸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죠.

국경없는의사회 진료 보조자로 활동하는 잭슨 니아마(Jackson Niamah)가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에볼라 실상에 대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2014년 9월. ©Morgana Wingard

2. 당시의 에볼라 유행이 달랐던 이유는 뭔가요?

이렇게 많은 국가에서 동시에 에볼라가 발생한 적은 없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에서 확산되었지만 세네갈, 말리, 나이지리아에서도 감염 사례가 발생했죠. 또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시에라리온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에볼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는 모습. 2014년 12월. ©Anna Surinyach

당시 이 전염병의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2016년 3월 에볼라가 마침내 종식되었을 때 28,000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었고, 그중 11,000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보다 이전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에볼라 유행 때는 425명의 감염자가 나왔었죠!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해 모두가 당시 사태에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3. 그럼 대응 방법도 달랐나요?

거의 6개월 동안 전 세계는 이 사태를 못 본 체하려고 했습니다. 2014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야 다른 정부 및 구호 단체들이 마침내 도움을 주기 시작했죠.

 

당시에는 에볼라 치료제가 없었습니다. 환자들은 주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 에볼라 진료소에 입원해야 했죠. 유행 초기에는 가족 구성원이 환자와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엄청난 수의 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 거대한 시설을 지어야 했습니다. 안전 조치가 매우 엄격해야 했고, 가족 동반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접근 방식은 환자와 가족들을 두렵게 했죠.

 

2014년 말에는 에볼라 대응 경험이 없던 수십 개의 구호 단체가 다방면으로 대응에 참여했습니다. 여러 국가의 여러 장소에서 이 모든 단체를 조율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죠. 몇몇 정부들은 고압적 전략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이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는 그들을 더욱 두려움에 질리게 했고요. 

 

기존 발병 억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건 환자와 가족들에 중점을 두는 것이었는데요. 거대한 기계처럼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에볼라 대응 과정에서는 이게 완전히 도외시된 겁니다.

4. 해당 사태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요?

우리가 “교훈”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 2014년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도 배우긴 했죠. 우리는 누군가 에볼라로 사망했는지를 검사하기 위해 구강 면봉을 사용해 사망자로부터 검체를 간단히 채취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해당 전염병의 역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죠.

 

또한 임상 연구를 통해 자이르(Zaire) 변종에 대한 좋은 백신을 찾아냈고요. 이렇듯 임상 연구를 진행하며 배운 것들을 통해 우리는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자이르 변종에 대한 항체 치료제를 발견했죠.

5.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사항들이 있습니다. 가령 에볼라 진료소에 가족 구성원이 환자와 동행하는 것을 다시 허용해야 합니다. 이제 예방접종 및 노출전 예방요법을 통해 그들을 전보다 더 잘 보호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중증 환자들은 항체 치료를 훨씬 더 빨리 받아야 합니다. 항체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며 빨리 접종받을수록 효과가 더 좋습니다. 이것을 최대 활용하기 위해 치료법을 변용해 나가야 하죠.  에볼라 바이러스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강력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염증 반응을 줄여주는 약이 있다면 더 많은 에볼라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회복 이후 환자의 후속 치료도 개선해야 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생존자의 뇌, 눈, 고환에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의 약물인 항바이러스제는 이러한 부위에 남아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완전히 회복된 후 6개월이 지나면 백신을 접종해 면역 체계를 다시 강화해야 합니다.

시에라리온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 전문가가 에볼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시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11월. ©Tommy Trenchard

지난 10년간 우리가 에볼라 발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잘못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부는 어쩔 수 없었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는 분명히 진전을 이루어 왔고, 더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다음 에볼라 발병 시 에볼라 환자가 살아남을 확률은 10년 전보다 훨씬 높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