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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11번째 에볼라 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2020.11.12

10월 27일 국경없는의사회 역학자 가스통(Gaston)이 에볼라 유행 초기 8명의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에콰테르 음반다카 르텀프둥수아(Le Temps d'un Soir) 보건소에서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개인보호장비 착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보호 및 감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보건소에 개인보호장비를 제공했다. ⓒ Caroline Thirion/MSF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동부에서 발생한 10번째 에볼라 유행은 국가 역사상 최대 규모로 번졌다. 현재 민주콩고 서부 에콰테르 주(Équateur)에서 진행되고 있는 11번째 유행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띄는데, 진행 속도가 더디고 고립된 지역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대응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가이가이 마난가마(Guyguy Manangama)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콰테르의 현재 상황을 알아봤다.

현재 에콰테르 주의 에볼라 유행 상황은 어떠한가?

2020년 6월 1일 민주콩고에서11번째 에볼라 유행이 선언되었다. 이후 130명이 에볼라에 감염되었고 55명이 사망했다. 최초 환자는 에콰테르의 행정 중심지인 음반다카(Mbandaka)에서 보고됐으며 이후 주변 지역에서도 소규모 감염 집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느린 속도로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데, 현 상황으로는 통제가 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아 새로운 집단 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민주콩고 동부에서 발생한 10번째 에볼라 유행과 비교해 보면 바이러스량과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사망률은 43%로 여전히 높지만, 북키부와 이투리 주 발병 당시67%였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다.   

사망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에콰테르 주에 과거 에볼라가 유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주민에게 일종의 자연 면역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8년에도 에볼라 유행이 있었다. 에콰테르 주에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존재했기 때문에 주민 일부는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 노출을 경험했고,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면역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것은 관찰에 기반한 가설일 뿐이며,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는 예방접종 활용 역량이나 지난 북키부 에볼라 유행 당시 임상 시험에서 효과성이 입증된 근치적 치료(증상만 완화하는 보존적 치료가 아닌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 등 최근 이뤄진 과학적 진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번째와 11번째 유행의 주요한 차이는 무엇이며, 국경없는의사회의 대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10번째 유행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예외적이었다. 우선 과거 에볼라가 발생한 적이 없는 지역이었고, 분쟁 지역이기도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11번째 유행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띈다. 

도시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례가 산발적으로 나타나 확산 형태가 선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큰 장거리 도로가 없어 주민들이 마을간 이동할 때 구불구불한 수로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지역에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결과 환자들이 넓은 지역에 분산되어 있는데, 에콰테르 주의 17개 보건 구역 중 12개에 퍼져있다. 

에콰퇴르 이켄게(Ikenge) 지역, 국경없는의사회는 접근이 어렵고 멀리 떨어진 깊은 숲 속에 위치한 지역의 보건소에 가기 위해 콩고 강(Congo river)에서 배를 이용해 이동한다. ⓒ Caroline Thirion/MSF

최초의 에볼라 백신과 임상 시험의 일환으로 제공된 신규 치료법을 등 지난 유행 당시 개발된 새로운 의료 도구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이 의료 도구들은 11번째 유행 대응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백신은 11번째 유행 초기부터 사용되었고, 바이러스 확산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람들을 예방접종 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이었지만,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전체를 예방접종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보호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신규 치료법 또한 치료 센터에서 시행되었다.  

이제는 이런 새로운 방법으로 에볼라 대응 접근 방식을 근본적인 바꿀 수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목표지만, 점차 대응 방법이 환자 치료와 회복에 집중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를 격리하고 고열이나 탈수 등 증상에 대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근치적 치료가 가능해져 환자와 치료의 질에 집중하여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출 후 예방요법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중 하나는 바이러스 고위험 노출이 일어나 (예를 들어 혈액 접촉으로 감염된 경우) 감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노출 후 72시간 이내 단클론항체를 투여하는 것이다. 

보부아(Bobua) 치료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칼레(Kalle)가 합병증 없는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6세 아동 니콜(Nicole)의 어머니 멜라니 볼렘바(Mélanie Bolemba)에게 플럼피넛(Plumpynut)을 주고 있다.  민주콩고 에콰테르 주, 2020년 10월 23일. ⓒ Caroline Thirion/MSF

북키부와 이투리에서 겪은 어려움 중 하나는 대응팀에 대한 주민의 반응이었다. 에콰테르 주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민주콩고 북동부의 경우 폭력적인 분쟁이 장기간의 정치적 긴장으로 이어지며 극도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활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에콰테르의 환경은 훨씬 안정적이다. 
의료인력과 현지 주민이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대응에 있어 새로운 접근을 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외부 인력과 큰 규모의 중앙화된 시설을 최소화하고 현지 의료인력에 의존하며, 환자 및 지역사회와 가까운 현지 의료 시설에서 분산화된 소규모 에볼라 치료 조직의 역량을 강화했다. 우리는 현지 의료 네트워크를 지원하여 에볼라 환자 식별, 격리 및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병렬 시스템(기존의 현지 의료 시스템과 에볼라 치료가 별도로 존재하는 구조)의 필요성을 최소화했다. 

우리는 동부에서 발생한 에볼라 유행에 대응하며 2019년부터 이 접근을 권장했다. 이제는 보건부를 포함하여 의료 대응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이 접근을 도입했으며, 여러 이점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치료 센터는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에게조차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밀폐되어 있고 쉽게 출입할 수 없어 공포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 센터는 주민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였고 적대감을 유발하여 2018년과 2019년 사이 냉혹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때로는 폭력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가족이 잘 알고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의료 시설이 있는 경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에볼라에 감염된 경우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회복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이외에도 이동진료팀을 파견할 때 에볼라 외에 더 광범위한 건강 문제도 고려했다. 이것은 지역사회가 우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였던 에볼라라는 비로소 ‘생물학적 위협’이 아니라 ‘심각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되어가고 있다. 예방접종을 통해 일정 부분 예방이 가능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