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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대응의 중요한 교훈

2020.03.16

트리시 뉴포트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현장 책임자 및 에볼라 프로그램 부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코디네이터 트리시 뉴포트(Trish Newport)는 지난 해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치료 센터에 가해진 무력 공격을 계기로 구호 단체가 에볼라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긴급 코디네이터 트리시의 글이다.

“에볼라 치료 센터가 공격받고 있어요!”

작년 2월 27일, 콩고민주공화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대응을 담당하다가 제네바에 복귀한 직후였습니다. 병상 96개 규모인 부템보(Butembo) 에볼라 치료 센터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는데, 무장한 사람들이 침입해 총격을 가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그들은 치료 센터에 불을 질렀습니다. 

공격이 일어났을 당시 치료 센터에는 50명이 넘는 환자가 있었는데 모두 피신했고, 60명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 또한 피신했습니다. 환자와 직원들은 인근 건물이나 숲 속에 숨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모두에게 공포의 순간이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더이상 환자와 직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다음 날 부템보와 인근 지역에서 모든 팀을 대피시켰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공격이 일어난 이후 우리는 에볼라 대응 활동에 있어 어떤 부분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콩고 출신 직원에게 에볼라와 관련된 인도적 대응을 향한 분노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 남편은 베니(Beni)에서 있었던 학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저의 유일한 바람은 어떤 단체라도 이곳에 와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국제단체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자녀 3명을 말라리아로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우리가 의료 서비스를 받거나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단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에볼라가 발생한 이후 많은 단체가 몰려 왔는데, 이것은 에볼라가 모금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를 위했다면 우리에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어봤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에볼라가 아니라 가족의 안전이 더 중요하고, 자녀가 말라리아나 설사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에볼라는 우리가 아닌 당신의 우선순위입니다.”_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우리는 이후 지역 주민의 보건 우선순위에 대해 귀 기울이고 대응하며, 지역사회의 온전한 지지가 있는 경우에만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깨끗한 물을 위해 우물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에볼라뿐만 아니라 설사, 말라리아, 폐렴과 같이 주민들을 위협하는 다른 질병에 대한 치료를 제공했습니다. 에볼라 치료센터를 열 때는 반드시 계획 및 설립 단계에 지역사회가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전에는 에볼라 격리 센터를 텐트로 만들었는데, 지역 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어떤 건물은 오두막 형태로, 어떤 건물은 지역 주민에게 익숙한 보건소의 모습과 유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의 지휘를 따랐고, 그 결과 주민들은 에볼라 치료센터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더는 격리를 거부하지 않았고,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에볼라 센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지역사회의 에볼라 환자 수를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교육팀이 지역사회 내 에볼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역주민과 의료인 사이의 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했다. ⓒPablo Garrigos/MSF

그러나 이것이 획기적인 일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발히 활동했던 2014-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 당시 얻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확산을 조기에 통제하려면 지역사회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해 모든 단체가 이를 잊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유행에 대한 대응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을 받아 콩고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해 많은 국제단체가 이 움직임에 함께 했습니다.

2018년 8월 에볼라 확산 초기,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모든 단체는 곧바로 ‘긴급 대응 모드’로 뛰어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보건 비상사태에 대응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백 명의 직원을 파견하고 신속하게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에볼라의 영향을 받은 지역사회와 교류하거나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았고 확산이 일어나는 지역이 지난 수년간 분쟁으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곳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에볼라에 대응하는 인도적 지원 체계에는 수백만 달러가 투입됐지만, 에볼라 환자는 계속 증가했고, 새로운 지역으로 계속해 퍼졌습니다. 

에볼라 대응팀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사회 참여를 늘려갔지만, 계속해서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했습니다. 무장 군인의 호위를 받거나, 환자를 강압적으로 격리하거나, 시신을 강제로 매장하거나, 의료 시설에 무장 경비를 배치하는 것과 같은 행동입니다. 

이런 방식은 에볼라 확산 통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은 에볼라 의심 환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의료 시설을 지키고 있는 무장 경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반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 조차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대응 방식 때문에 에볼라와 관련 없는 질병을 앓고 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불가합니다. 

이렇듯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에볼라 환자가 줄기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종식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에볼라 종식을 축하해야 할까요? 에볼라 대응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저의 우려는 모든 대응이 끝났을 때, 참여한 많은 단체가 이 대응 방식 덕분에 성공했다고 자축하는 것입니다. 실상은 이런 방식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인데 말입니다. 이 대응 방식이 향후 다른 전염병 대응에 선례가 될 것이 우려됩니다. 환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지역 주민이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고, 강압적인 방식과 무장 호위를 받고 의료시설에 무장 경비를 배치하는 등의 행동이 표준화되는 것이 우려됩니다.

저는 지난 2월 부템보로부터 받은 전화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직원이 총격을 당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부템보에서 철수하는 고통 또한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격 이후 적극적으로 지역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대응에 함께했을 때 그 변화가 가져온 강력한 영향 또한 잊지 못할 것입니다. 향후 전염병 대응에 우리가 이것을 잊지 않고, 간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