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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미국 국경 인근에서 이주민 납치 및 성폭력 사례 증가

2024.03.13

전에는 이러지 않았어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알았죠. 이제는 그게 힘들어요.”_카밀라(Camilia, 가명)

멕시코 타마울리파스(Tamaulipas)주 마타모로스(Matamoros) 지역 소재 이주민 임시거처에서 카밀라가 앉아서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이 눈물은 최근 몇 주 동안 그녀가 겪은 일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에 불과하다. 니카라과 출신인 카밀라는 미국 국경 너머에서 안전과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멕시코 북동부에서 겪은 잔혹 행위를 몸과 마음에 지니고 있다.

여러 국가를 거쳐 멕시코에 도착한 이주민들이 길거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년 1월. ©MSF

작년 8월, 카밀라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정치적 박해 때문에 조국에서 도망쳐 나왔다. 이동하던 와중 검문소에서 불법적인 금전 요구를 당한 것 외에는 멕시코 북동부의 산루이스포토시(San Luis Potosi)에 도착하기 전까지 여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었다.

버스가 꽉 찼었는데, 그들이 우리 모두를 내리게 했어요.  멕시코 가족 하나만 남겨두더군요. 그들은 우리를 다른 버스에 태워 과테말라로 돌려보냈어요.”_카밀라

카밀라는 포기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기 위한 두 번째 시도를 감행했다. 이번에는 몬테레이(Monterrey)시까지 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국경 도시 레이노사(Reynosa)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이동하던 중에 우리는 납치당했는데, 그때부터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들은 우리를 어떤 집에 데려가서 남자와 여자를 분리했어요. 더 이상 사람을 수용할 공간이 없어서 우리는 서 있어야 했죠. 밤에는 어떤 남자들이 와서 여자들만 집에서 데리고 나갔고, 우리를 한 명씩 계속해서 강간했습니다. 무자비했죠.”_카밀라

17일 후, 카밀라는 마타모로스에서 풀려났고, 해당 도시에 있는 소수의 임시거처 중 한 곳에서 머물 자리를 얻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갔습니다. 평온한 순간을 [내가 겪은 일과] 조화시킬 수가 없었어요. 극도로 불안한 순간들이 가령 커피를 마시다가도 찾아오는데, 내게 일어났던 일이 떠오르면 눈물을 참기가 힘들어요. 임상심리사들이 저를 많이 도와줬습니다. 저는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죠.”_카밀라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이주민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년 1월. ©MSF

안타깝게도 레이노사와 마타모로스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이런 카밀라의 경험과 유사한 이야기를 점점 더 자주 듣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성폭력 사건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환자들은 잡혀있는 동안 학대를 당하고, 충분한 혹은 먹을 만한 음식을 받지 못하고, 대부분 여성들은 성폭력과 폭력을 당한다고 말합니다.”_푸자 이예르(Pooja Iyer)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이러한 위험은 멕시코 전역에서 이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코아우일라(Coahuila)주 피에드라스 네그라스(Piedras Negras) 지역에서도 폭력 및 성폭력이 이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목격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인 로사우라(Rosaura, 가명)는 일주일 동안 납치되어 납치범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납치범들에게 석방 비용을 지불할 수 없었던 그녀는 미국 이민 당국과의 중요한 면담 약속을 놓쳤고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안게 되었다.

베네수엘라 출신 로사우라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앉아있다. 2024년 1월. ©MSF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몇 명이 추운 날씨에 대비해 겨울용 키트를 배급하고 있던 리오 브라보(Rio Bravo)강의 한 터미널에서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15명의 사람들과 여정을 계속해서 이어가길 바라며 이틀 동안 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국경에 거의 다다른 마당에 다시 돌려보내질까 두려워 우리를 봤을 때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부인했어요”_구스타보 마란고니(Gustavo Marangoni) / 국경없는의사회 물류 코디네이터

이는 비단 카밀라와 로사우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주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곳에서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증언을 매일 듣고 있다. 2023년 마지막 3개월 동안 레이노사 및 마타모로스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한 성폭력 진료 건수는 직전 3개월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2024년 1월에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성폭력 생존자 28명을 지원했는데, 이는 작년 어느 달보다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레이노사와 마타모로스에서 활동하는 정신건강 및 지역사회 지원 팀은 폭력 피해자 395명뿐만 아니라 납치되었다 풀려난 129명에게도 지원을 제공했다.

2023년 동안 피에드라스 네그라스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성폭력 생존자 95명을 지원했으며, 이주 여정 또는 국경에서 납치 및 구타, 협박 등 기타 유형의 폭력을 당하거나 폭력 행위로 인해 가족이 강제 실종되는 경험을 겪은 177명에게 지원을 제공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면 리오 브라보 강을 헤치며 걷거나 헤엄쳐서 건너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물살에 휩쓸려 갈 위험에 직면한다. 이주민 다수가 익사 위험 때문에 강을 건너기를 두려워하며, 다른 이들은 국경경비대한테 걸려 되돌려 보내진다. 심지어 미국 이민 당국과의 면담이 예약되어 있는 사람들도 멕시코 당국에 의해 돌려보내지는 경우가 많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통하는 리오 브라보 강의 전경. 2019년 2월. ©Juan Carlos Tomasi

이런 폭력 사건들은 사람들의 신체 및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타박상이나 신체적 외상부터 시작해서 원치 않는 임신, 성매개감염병, 불안·우울·급성 스트레스·외상 후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치죠. 향후 더 큰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주민 대부분은 미국에 도착했을 때 돌려보내지고 있습니다.”_라이언 긴터(Ryan Ginter)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열악한 환경 속 기약 없는 기다림

멕시코 북동부에서의 폭력 위험과 더불어 이주민들은 겨울과 여름에 극심한 기상 조건에 직면하고, 안전하게 잠잘 곳을 찾거나 식량•물•위생용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의료 및 심리치료 접근성이 제한되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이주민들은 온라인 앱 기반 신청 절차인 ‘CBP One’을 통해 미국 이민 당국과 면담을 예약하기 위해 무기한으로 기다리게 된다.

CBP One은 이주민들이 미국에서 망명하고 보호받을 권리에 접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합법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 이러한 절차는 오히려 이주민들을 더 큰 불확실성에 노출시키고 있다. 멕시코에 있는 많은 이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민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예약을 수개월간 기다려야 하며, 심지어는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한 이주민이 CBP One을 통해 미국 이민 당국과의 면담 예약을 신청하려고 시도했으나 선택한 시간대는 이미 예약이 꽉 차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뜬 모습. 2023년 3월. ©Yesika Ocampo/MSF

많은 사람이 예약 절차에 필요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거나 인터넷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안 되고, 일부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못하거나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CBP One은 이주 절차를 체계화하려는 목적 차원에서는 분명 작은 진전을 보였지만, 미국에서 복지와 안전을 추구하는 이들의 합법적인 입국 절차를 관리하기에는 부적절한 도구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_푸자 이예르

소피아(Sofia, 가명)와 리지아(Ligia, 가명)는 가족 여러 명이 살해된 4개월 전 온두라스에서 도망쳐 나온 자매다. 각자 4명의 자녀를 둔 이들은 큰아이들은 친척에게 맡기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하기로 했다. 소피아는 임시거처에서 가족을 위해 요리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떠올렸다.

코아우일라에서 우리는 리오 브라보시 소재 예수성심 교회 예배당에 있는 임시거처로 가기 위해 추운 밤에 8시간 넘게 걸어야 했어요. 가장 어린아이들은 더 이상 울지도 않았고 추위 때문에 거의 움직일 수조차 없었죠. 휴대전화도 없고 예정된 면담도 없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_소피아

멕시코 북동부에서 이주민들이 겪는 폭력 및 박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 및 미국 당국이 이주민들에게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합법적인 이주 경로를 확대하고, 더 나은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적절하고 대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