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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프랑스 국경지대: '밀어내기'로 내몰리는 이주민들

2023.08.16

 

폭력 및 비인간적인 대우, 임의 구금을 동반한 프랑스 경찰의 체계적인 국경지대 '밀어내기'로 인해 이주민들은 이탈리아에서 적절한 거처 없이 지내게 되며, 이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역시 제한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신규 보고서 “건널 수 없는: 이탈리아-프랑스 국경지대에 남겨진 이주민들의 계속되는 난관 (►영어 보고서 읽어보기)"은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벤티밀리아(Ventimiglia)를 경유하여 유럽 국가로 넘어가려고 시도하는 수백명의 이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증언을 담았다. 

벤티밀리아를 경유하는 이주민을 위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2023년 2월부터 6월 사이에 320명의 환자에게 의료치료 및 서비스 교육을 제공했다. 그 중에서 215명은 피부, 호흡기, 소화기 관련 급성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그리고 부상을 보고했고, 14명은 당뇨와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684명에게 건강 증진 및 사회적 의료 그룹 세션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한 1,004명 중 79.8%는 이전에 프랑스로 넘어가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국경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안전을 찾아 고국을 떠나 매우 험난한 여정에 오른 남성, 여성 그리고 아동들이 유럽에서 또다시 유럽에서 폭력 및 모욕, 위협, 비인간적인 환경에 노출된 것이다.

우리 팀은 극도로 취약한 사람들이 개별 상황에 대한 고려나 적절한 심사 없이 프랑스 경찰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돌려보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_세르지오 디 다토(Sergio Di Dato), 국경없는의사회 벤티밀리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가 만난 많은 사람이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입국거부를 통보받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개인정보 기록, 문화 중재자의 부재 또는 불충분한 정보 제공과 같은 절차상 위반 사항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아동, 청소년 및 임산부, 노약자, 중증 환자와 같은 취약한 사람들도 이러한 관행에서 예외는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을 제공한 성인을 비동반한 아동 및 청소년 48명 중 3분의 1 이상이 이탈리아로 강제 송환된 것으로 보고되었고, 몇 명은 여성 및 어린이를 위한 보호 장치가 없는 컨테이너에 임의 구금되어 밤을 보냈다고 국경없는의사회 팀에 전했다. 음식과 물 역시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않았고, 의료서비스가 종종 거부되었으며, 위생시설은 부적절한 가운데 과밀 상황에서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 게다가 보고 기간 동안에만 벤티밀리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확인한 입국 거부 과정에서 가족이 분리된 사례가 최소 4건이었다. 일부는 어린이를 포함한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이탈리아 벤티밀리아 강가에 설치된 이주민 임시 거처  ©MSF/Candida Lobes

우리는 어제 니스에서 경찰한테 제지당했습니다. 아내는 임신 상태인데, 경찰이 아내한테 수갑을 채우다가 아내가 기절하자 병원으로 실려 갔죠. 나는 두 살짜리 아들과 함께 망통(Menton) 국경 경찰서로 끌려갔습니다. 우리는 추위 속에서 밤을 보냈고 오늘 아침에 이탈리아로 강제 송환되었는데, 아내에 대한 소식은 못 들었습니다.”_장(Jean, 가명), 코트디부아르 출신 이주민

더욱이 벤티밀리아를 경유하는 이주민들은 적절한 임시거처, 의료서비스, 깨끗한 식수,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 놓인다. 프랑스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극도로 취약한 이민자들이 며칠간 피난처로 삼는 벤티밀리아에 ‘초기 지원 센터(Punto Assistenza Diffusa – PAD)' 2개가 최근 신설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의 경유 이주민들이 여전히 길거리나 임시거처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다. 운영 예정이었던 PAD 4곳 중에서 2곳은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숙박·의료서비스·법적 지원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지역단체와 시민사회가 제공하고 있다. 피부 질환 및 위장·비뇨기·상기도 감염은 국경없는의사회에 등록된 질환 중 일부에 불과하며, 상당 부분 열악한 생활 환경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이동중인 이주민들이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수요에 맞게 포괄적인 보호 및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벤티밀리아에서 나타나는 병목현상은 예외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기본권과 국제적 보호보다 봉쇄와 보안을 우선시하는 유럽 이주 정책의 추세를 반영합니다.”_세르지오 디 다토 / 국경없는의사회 벤티밀리아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벤티밀리아 및 이탈리아-프랑스 국경지대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수집한 증언과 의료 자료를 바탕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탈리아, 프랑스 및 기타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취약 인구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이행할 것을, 구체적으로 다음 조치들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 체계적이고 무차별적인 밀어내기 및 유럽연합 역내외 국경지대에서 이루어지는 모멸적이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중단한 것
  • 이동 중인 사람들에 대한 임의 구금과 국경에서의 폭력 사용을 중단할 것
  • 벤티밀리아, 이탈리아 및 유럽 전역에서 이동중인 이주민에게 인도적·존엄한 대우 및 의료서비스, 적절한 생활환경을 보장할 것
  • 유럽에서 도움과 보호를 찾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합법적인 통로를 보장·확대할 것
  • 외국 아동 모두 프랑스 및 유럽 영토에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

국경없는의사회 이탈리아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99년부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으며, 이탈리아 당국과 협력해 난민 등록 센터 및 비공식 정착지에서 바다를 건너 도착한 이주민과 난민에게 의료 및 인도주의적, 심리적, 사회·의료서비스 지원을  제공해왔다. 칼라브리아(Calabria) 지역에서는 이주민 도착 지점에서 의료 및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며 등록 센터에서 의료지원을 꾸준히 전개하고, 프랑스 국경에 인접한 벤티밀리아에서는 이동진료소를 운영해 해당 지역을 경유하는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시칠리아 팔레르모(Palermo)에서는 지역 보건 당국과 협력하여 고의적 폭력 및 고문 생존자를 위한 재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프랑스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프랑스에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일 드 프랑스(Ile-de-France) 지역에서는 2017년에 주간 등록 센터를 열어 신체적, 정신적, 법적, 사회적 지원 등 4개 영역에서 다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센터는 개소 이후 지금까지 3천명이 넘는 청년들을 지원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2020년 10월부터 파리 북부에 위치한 스브랑(Sevran)에서 성인으로 분류되기 모호한 나이대에 있는 비동반 청소년에게 거처를 제공해 왔고, 2020년 1월에는 마르세유(Marseille)에 침상 20개를 갖춘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파리 북부에 위치한 보비니(Bobigny)에서는 침상 10개를 갖춘 거처를 마련하여 2021년 4월부터 성년에 도달하지 않은 여성을 수용해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학제적 접근법을 채택한 이래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350명 이상의 성인 비동반 청소년을 수용하고 지원했으며, 재정 지원을 통해 900개 이상의 응급 침상을 임시거처에 설치했다. 
2023년 4월에는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칼레(Calais)에서 이주민과 난민에게 의료 및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을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