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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결핵의 날, 오래된 질병인 결핵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 시급

2014.03.21
  • 결핵은 전 세계에서 단일 감염 질환 중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
  • WHO 통계로 매년 약 860만 명이 결핵 발병, 약 45만 명이 다제내성 결핵 발병
  •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발병/사망률 1위, 다제내성 결핵(수퍼 결핵) 1위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는 새로 발표한 결핵 보고서를 통해 세계 보건에 심각한 위협인 약제내성 결핵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치료하는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이 시급하다는 내용을 알렸다.

가장 최근 WHO 결핵 통계로 2012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860만 명이 결핵에 감염되며 이 공기 전염 질병으로 1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결핵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결핵과 기존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약제내성 결핵이 확산되고 있다. 매년 약 45만 명이 새로 다제내성 결핵에 감염되며 감염 사례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담당 이사 시드니 웡(Sidney Wong)은 “매년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약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지만, 현행 치료법은 이 전염병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향입니다. 더 효과적이며 단기간에 이뤄지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현재 세계가 이 질병을 이겨낼 전망은 암울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제내성 결핵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의 사용 증가로 더 많은 환자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기존 결핵 치료제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의사들은 완치율이 50%에 불과한 장기간의 복잡하고 값비싼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환자들은 2년간의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루 평균 20알씩, 2년간 약 1만 4600정의 알약을 복용해야 하며 첫 8개월 동안은 매일 독성이 강한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신체 통증에서부터 영구적 청력 상실과 정신 질환에 이른다. 또한 비용 부담이 커서 약값만 환자 1인당 4000달러 가량이 들어가며 여기에 장기간의 치료에 드는 비용과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비용이 추가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항생제 리네졸리드를 써서 완치된 광범위 다제내성 환자의 경우 2년간 약 4760만원이 들었다.

이처럼 효과가 낮고 비용이 높은 치료 때문에 약제내성 결핵 치료가 전 세계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치료가 필요한 환자 5명 중 1명만이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공기로 전염되는 이 질병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 맞서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의 약제내성 결핵 환자, 의료진과 함께 결핵 치료 개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www.msfaccess.org/TBmanifesto/index_kr.php) 이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모은 전 세계인의 서명을 5월 19~24일에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 세계보건총회에서 제출할 계획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5년간 결핵 퇴치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1999년부터는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시작해서 이제는 세계 여러 곳에서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제공하는 주요 NGO 단체이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91개의 결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2007년부터 함께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의사 김나연은 지금까지 6차례의 해외 파견 중에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우간다의 결핵 프로그램에서 일했다.  “우간다는 세계에서 결핵 위험 높은 22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열악하여 진단을 받는 것조차 어렵고 실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뿐입니다. 제가 본 환자 중에 4살난 아들과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기억이 납니다. 이들은 우간다 남부에서 이틀에 걸쳐 버스를 타고 걸어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 시설이 있는 아루아까지 와야 했습니다.”

한국도 결핵과 다제내성 결핵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인구 10만 명 당 결핵 환자 97명으로 34개 OECD 국가 중 결핵 발병과 사망률 1위, 인구당 다제내성 결핵 환자 비율도 1위다. 일본이 인구 10만 명 당 21명, 미국이 4.1명, OECD 평균이 12.7명인데 비하면 높은 수치다. 2012년에 한국에서 새로 발견된 결핵 환자 수는 약 4만 명, 수퍼 결핵이라고 불리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수는 1212명이었다.

최근 40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결핵약 두 종이 출시되었지만 의사와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치료 혁신을 이루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2년과 2013년에 베다퀼린 Bedaquiline과 델라마니드 Delamanid가 약제내성 결핵 치료제로 미국FDA와 유럽의약청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결핵 치료는 여러 약제를 결합해서 사용해야만 약효가 있는데, 이 신약을 결합하는 임상 시험은 아직 착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번에 내놓은 결핵 보고서는 약제내성 결핵 위기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적인 약제내성 결핵 보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으며, 더 단기간에 치료 가능하며 부작용은 덜하고 더 효과적인 새로운 병용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