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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개발된 세 번째 결핵 신약, 저렴한 가격에 책정돼야 

2019.08.20

치료 기간을 대폭 줄인 새로운 결핵 치료제 프레토마니드(Pretomanid)는 광범위 약제내성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퇴치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프레토마니드가 저렴한 가격으로 처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 난얀이소 발로이(Nanyanyiso Baloi)는 델라마니드와 베다퀼린을 사용한 결핵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프레토마니드를 결합한 3제 병용요법은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치료 자체도 더 간단해 광범위 약제내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 ⓒSydelle WIllow Smith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신약 프레토마니드(pretomanid) 승인을 환영한다. 50여년만에 처음 개발된 세 번째 신규 결핵 치료제이며, 즉시사용형(ready-to-use) 요법으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프레토마니드 승인은 치료가 어려운 약제내성 결핵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프레토마니드 개발에 많은 세금 자원과 인도주의 단체들의 기금이 투입된 만큼, 어떤 환자든 저렴한 가격으로 프레토마니드를 처방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개발된 3제 병용요법인 BPal 요법은 베다퀼린(Bedaquiline), 프레토마니드(Pretomanid), 고용량 리네졸리드(Linezolid)를 병용하는 치료법이며, 광범위 약제내성, 치료 불내성 또는 비반응성 다제내성 폐결핵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요법으로 지난 14일 미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법을 통해 결핵 치료 기간을 6개월로 대폭 단축하고, 치료 기간 동안 복용해야 하는 약의 양도 크게 줄이며, 광범위약제내성 결핵 완치율을 기존 매우 낮았던 34%보다 더 높이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승인된 BPal 요법은 치료제 투여법이 간단하고 치료 소요 시간도 더 짧다는 장점이 있으나 아직 고용량 리네졸리드 투여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집중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결핵약개발세계연맹(TB Alliance, TB얼라이언스)은 프레토마니드를 사용하는 이 치료법을 더욱 면밀히 평가해 보다 안전한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각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인 레오니드(Leonid)는 벨라루스의 결핵 연구소 집중치료실에서 한달 째 치료를 받고 있다. 자살 시도 위험과 현재 결핵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있어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격리되어있다. ⓒViviane Dalles 

“광범위약제내성 결핵은 발견 이후 현재까지 치료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효과적 치료요법이 있으면 결핵 환자들은 치유에 대한 희망을 가질 것이고 치명적인 결핵균 전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안전하고 간단한 치료법이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이번 새롭게 승인된 요법으로 치료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올바른 방향이자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_ 제이 아처 (Jay Achar) / 국경없는의사회 전염병 전문가 겸 결핵 의학 자문위 

호주, 독일, 영국, 미국 등 각국 정부 및 인도주의적 개인 및 단체 기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관 TB얼라이언스가 프레토마니드를 개발하게 되면서, 결핵 퇴치라는 목표를 이루고 ‘더 효과적이고, 빠르며, 저렴한 결핵 치료제 발견, 개발, 제공’이라는 기관의 미션을 실현하게 된다는 기대를 받게 됐다. 또한, TB얼라이언스는 상당 금액에 거래되는 열대성 질환 신약허가우선심사권(PRV)*을 획득할 예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TB얼라이언스가 이 우선심사권을 사용해 프레토마니드가 신속히 등록되고 저렴한 가격으로 시판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청했다. 

“프레토마니드를 사용하는 BPaL 요법 승인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지만 아직 기뻐하기엔 이릅니다. 미 FDA 승인으로 이 치료요법은 이제 첫 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합니다. 이제 프레토마니드가 등록된 후 모든 국가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어 결핵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_ 샤로난 린치(Sharonann Lynch) /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접근강화 캠페인 (Access Campaign) HIV/결핵 정책 자문위

올해 4월 TB 얼라이언스는 미국 제약사 밀란(Mylan)에 최초로 프레토마니드 제조, 등록, 공급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TB 얼라이언스와 밀란의 프레토마니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프레토마니드의 복제약(제네릭) 가격은 1일 치료당 0.36달러~1.14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BPaL 3종 약제 병용요법에 사용되는 나머지 두 치료제 베다퀼린(bedaquiline)과 리네졸리드(linezolid)의 최하 가격은 1일 치료당 3달러다. 결핵 환자가 이 두 가지 약제만을 사용하는 병용요법으로 6개월간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프레토마니드를 제외하고도 총 가격은 이미 548달러가 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약제내성결핵 치료제의 총 비용을 1인당 500달러 이하로 낮출 것을 주장해오고 있다. 

전 세계 결핵 치료제 접근성에 궁극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요소인 자세한 계약 내용을 공개하라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밀란이나 TB얼라이언스는 4개월째 해당 라이선스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밀란은 프레토마니드를 2020월 1일 출시할 예정이나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프레토마니드 사용 지침과, 다제내성 결핵 유병률이 높은 국가에서 밀란의 의약품 등록 신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TB얼라이언스와 밀란은 이 기회를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프레토마니드와 BPaL 병용요법 개발은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 기금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TB얼라이언스는 ‘저렴한 결핵 치료제 제공’이라는 기관의 미션을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 치료제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어야 합니다.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에게는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_ 샤로난 린치(Sharonann Lynch) 

 

※ 프레토마니드 가격 책정

프레토마니드는 최근 수십 년 전 승인받은 결핵 신약인 델라마니드(delamanid)와 같이 니트로이미다졸(nitroimidazoles)계 약물로서 오츠카(Otuska) 제약이 개발했다. 델라마니드는 접근성 관련 문제가 매우 많다. 우선 2023년까지 인도를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특허가 걸려있고, 6개월 치료 과정에 필요한 약 가격이 매우 높다. (6개월 최소 치료 비용 1,700달러) 결핵 환자 중에는 20달 동안 델라마니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실제 치료에 드는 비용은 훨씬 높다. 프레토마니드 가격이 델라마니드에 비해 저렴하다면, 동일군 결핵약제 사이 가격 인하 경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 약제내성 결핵

결핵은 오래 전 발견된 질환으로, 전 세계 감염성 질환 중 최대 사망자를 낳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경우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95%에 이른다. 결핵은 약제내성 결핵(DR-TB)으로 인해 전염 유행이 더 심각해졌으며,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결핵을 국제 보건 비상사태로 선언하기도 했다. 2017년 약제 내성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55만 8천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약제 내성이 강한 결핵의 경우 치료가 더욱 어렵다. 2015년 기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 중 완치된 환자는 34%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약제내성 결핵 치료는 베다퀼린, 리네졸리드와 그 외 기존 결핵약제와 재개발된 결핵약제를 사용한 4제 병용요법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이 권고 치료요법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가들은 아직 이 치료법을 실행하지 않고 있어 환자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주사요법 등 오래되고 독성 위험이 있는 치료법으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BPaL 병용용법(베다퀼린+프레토마니드+고용량 리네졸리드)은 치료 기간이 짧고 간단한 요법으로,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 국경없는의사회와 결핵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30년간 결핵과 싸워오며 주로 각 국가의 보건 당국과 협력해 분쟁이 계속되는 지역, 슬럼가, 교도소, 난민 캠프, 농촌 지역을 비롯해 여러 다양한 환경에 놓인 결핵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8년,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환자 총 19,400명을 치료했으며 그 중 2,840명은 약제내성 결핵 환자였다. 2018년 9월 기준, 14개국에 걸쳐 진행된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2,000여명이 새롭게 개발된 약제인 델라마니드와 베다퀼린으로 치료를 받았다. 델라마니드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633명, 베다퀼린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1,530명이며 그 외 227명은 두 약제를 병용해 치료를 받았다. 

※ 국경없는의사회와 BPaL 병용요법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양한 환경에 놓인 국가에 약제내성 결핵 치료제를 제공하고 다른 기관과 협력해 약제내성 결핵 신규 치료요법의 장점과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제내성 결핵 또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의 청소년 및 성인 환자 치료를 위해 무작위-대조군 비교-다기관 및 적응적 설계형 임상 제2상/3상 시험인 결핵 프락테칼(TB PRACTECAL) 실험을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베다퀼린, 프레토마니드, 리네졸리드(표준 용량)을 포함하고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과 클로파지민(clofazimine)을 포함 또는 제외한 6개월 치료요법의 안전성과 약효를 평가하고자 한다. 이 실험을 통해 베다퀼린, 리네졸리드, 프레토마니드를 사용하는 치료요법으로 어떤 형태의 병용 설계가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으로 벨라루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 내 총 7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임상실험은 2022년 초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