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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중부: 유럽 각국은 정치보다 사람들의 생명을 중요시해야 한다

2018.06.18

 지난 주말 지중해에서 구조돼 아쿠아리우스에 승선해 있는 629명의 난민들

2018년 6월 17일

지중해에서 구조된 사람들의 운명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진 뒤, 국제 인도주의 의료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구조된 630명의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와 해상 구조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유럽 정부들을 비난했다.

“아쿠아리우스 호에 탄 사람들은 분쟁과 빈곤을 피해 고국을 떠나 리비아에서 끔찍한 학대를 당했습니다. 짐짝처럼 이리저리 옮겨 타야 했고, 바다 위에서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끄럽게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인도적 책임을 저버리고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보다 정치를 중요시하는 이때, 스페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데 감사합니다.” _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총괄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

다음주 유럽 이사회 모임을 앞두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 각국이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촉구한다. 구조된 이들이 인근 항구로 신속히 들어와 적절한 지원을 받도록 돕고,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망명 등 보호를 얻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독립적인 비정부기구의 수색 • 구조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지중해 중부에서 적극적으로 운영할 수색 • 구조 전담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항구를 걸어 잠그고 629명의 목숨을 가볍게 다룬 이탈리아

6월 9일과 10일, SOS 메디테라네와 국경없는의사회가 공동 운영하는 아쿠아리우스 구조선은 200여 명을 구조한 뒤 이탈리아 군함과 해양경비대로부터 400여 명을 추가로 받았다. 애초에 630명의 구조 • 이송은 이탈리아 해양구조협력센터(MRCC)에서 총괄했으나, 이탈리아 당국은 아쿠아리우스 호가 이탈리아 인근 항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과거 관행과 국제법을 어긴 것이다. 가장 가까운 안전항이 있던 몰타 역시 이탈리아의 역할과 책임을 운운하며 아쿠아리우스 호의 정박을 거부했다.

결국 6월11일 스페인 정부가 나섰다. 스페인은 1,300킬로미터 털어진 발렌시아에 아쿠아리우스 호가 정박하는 것을 허락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해상법에 명시된 데로 인근 안전항으로의 정박을 허락해야 된다고 이탈리아 당국을 계속 압박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승객 630명이 적절한 거처 • 음식도 없이 4일 넘게 과밀한 배로 이동하면 안전상 또한 인도적 상황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탈리아 당국은 종종 냉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취약한 사람을 누구든지 이송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요. 미동반 아동, 환자, 부상자, 임산부, 아이를 데리고 있는 편모 등 약 200명의 명단을 제시하자 입항을 거부한 겁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임산부 7명만 이송하라고 했습니다. 가족들이 서로 떨어질 문제가 있고 임신한 아내 곁에는 남편이 있어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내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_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총괄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

국경없는의사회는 발렌시아까지 해상 이동할 때 발생할 인도적 • 의료적 여파를 우려했지만, 6월 12일 이탈리아 당국은 524명을 이탈리아 선박에 태우라고 아쿠아리우스에 알렸고, 그 밖의 106명은 나흘간 이동해 스페인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부끄럽게도 이탈리아 당국은 구조된 630명의 입항을 거부하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들을 바다로 내몰았습니다.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균등하게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불평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 보인 모욕적인 처사에는 그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습니다.” _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총괄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

구조된 사람들, 유럽의 정치 의제 사이에 갇혀

금주 지중해 중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주를 둘러싼 유럽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유럽 각국은 바다 위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이주민 • 난민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우선시하기보다는 국경을 강화하고 문을 닫았다. 또한 공해상에서 구조된 사람들을 리비아로 돌려보내려고 리비아 해양경비대를 적극 지원한 결과, 사람들은 리비아에서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대우를 받는 상황에 처했다.

유럽 전역의 국가들은 들어오는 망명 신청자 • 이주민 대다수를 처리하는 이탈리아 • 그리스 등 최전선 국가들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 유럽 각국이 망명 신청자들을 골고루 받아들일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다.

“유럽 정부들은 수색 • 구조 활동의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2018년 들어 지중해 중부에서 벌써 500여 명이 낡은 배를 타고 위험한 여정을 시도하다가 익사했습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에도 12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배가 전복된 뒤 미국 군함이 생존자 40명을 구조했다고 합니다.” _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총괄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

아쿠아리우스 호는 지중해 중부에서 운영을 지속하는 극소수 비정부 구조선 중 하나다. 그렇다고 이제 구조가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다. 2018년 들어 아쿠아리우스 호는 6월 8일까지 벌써 2350명을 구조해 이송했다. 이들 모두가 구조 받지 않았다면 익사했을 것이다. 사실 지난 1년간 독립적인 수색 • 구조 활동 역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비정부 단체의 수색 • 구조 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에 반대하는 관료적 장애와 법적 소송 때문이다.

“비정부기구 구조선에 대한 비방 행진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우리의 의도는 바다에서 생명을 살리자는 것뿐입니다. 대체 왜 아쿠아리우스 호가 629명을 항구에 내려주지 못하고 4일이나 이동해 스페인으로 가야 했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하루 뒤 이탈리아 해양경비정 디시오티(Diciotti)는 900명을 이탈리아에 상륙시켰는데 말입니다.”

“630명의 고된 시련은 발렌시아에 이르러 드디어 끝났습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생명을 살리고 구조된 사람들을 안전하게 상륙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각국 정부가 자신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아쿠아리우스 호의 팀들은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 • 구조 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_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총괄 칼린 클레이어(Karline Kleijer)

 

아쿠아리우스 호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아모인 술레만이 지중해에서 구조된 임산부들을 돌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