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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부헤라 지역에서 콜레라 유행 대응

2024.02.22

2023년 10월부터 콜레라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짐바브웨 남동부 마니칼란(Manicaland)주의 부헤라(Buhera) 지역 소재 차판두카(Chapanduka) 마을에서 한낮 태양 아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고 현지 보건 인력을 지원하며 치명적인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 관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소유 차량이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지역 진료소로 향하고 있다.

갑자기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이 멈추어 선다. 한 남성이 길가에 누워있고, 구경꾼들이 몰려든다. 대부분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콜레라 증상을 보이는 해당 남성이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여기서 5km 떨어진 진료소로 가는 도중에 탈수 증세로 쓰러진 후 의식을 잃은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급한 대로 길가에서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링거로 수분을 보충시킨 뒤 추가적인 치료와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도록 진료소로 이송한다.

우리가 어디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 즉시 치료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바로 환자를 돕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니까요.”_로즈위타 마룬자(Rosewita Marunza) /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현재까지 부헤라 지역에서 콜레라에 걸린 환자는 2,223명이며 사망자는 44명이다.(출처: 2024년 2월 5일 기준 보건보육부 상황보고 통계치) 2023년 2월에 첫 콜레라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후, 짐바브웨 10개 주와 62개 구를 통틀어 24,885명이 감염되었고 501명이 사망했다.(출처: 2024년 2월 5일 기준 보건보육부 상황보고 통계치)

우리는 위독한 환자들을 목격했습니다. 그중 길가에 누워있던 환자도 있었고, 스카치 카트(scotch cart, 이륜마차)나 손수레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던 환자도 있었고, 우리가 직접 집을 방문해서 만난 환자들도 있었어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_로즈위타 마룬자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스카치 카트에 실려 있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 2024년 2월. ©MSF

로즈위타를 비롯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2023년 10월 초부터 부헤라에서 콜레라 유행에 대응해 왔으며, 해당 지역 소재 37개의 모든 의료시설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보건 직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제공했다. 또한 지역 의료시설에 콜레라 치료 센터 21개를 설치하고 부헤라 전역에 있는 마을에 경구 수분 공급처 6곳을 설치하는 것을 도왔다. 그뿐 아니라,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를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주민들이 시설에 찾아와 치료받도록 독려하고 질병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지역사회 의료보건 종사자들에게 지역사회 내 콜레라 환자 관리법을 설명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 교육 직원. 2023년 10월. ©MSF

부헤라 지역에는 깨끗한 식수와 위생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강물을 마시고 수풀에서 배변을 해결하는데, 이러한 생활이 콜레라 확산을 부추겼다. 또 다른 문제는 인구의 4분의 3(약 20만 명)이 주류 의학을 거부하는 종교 단체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종교단체 신도들은 의료시설에서 치료받거나 공중보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삼가는데,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죽고 있고 보건당국의 지침 없이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들이 비밀리에 매장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짐바브웨 보건보육부(MOHCC) 및 파트너 단체들과 협력하여 감염 사례 모니터링 및 확진자 조사, 위험 관리 커뮤니케이션, 지역사회 참여 및 신고 관련 교육을 362명의 지역사회 의료보건 종사자들에게 제공했다.

콜레라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사도적 공동체 소속 지역사회 의료보건 종사자들과 협력했고, 해당 지역사회 의료보건 종사자들은 느리지만 꾸준히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보건 지식을 전파하면서 올바른 위생 관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필요시 의학적 치료를 받으러 오도록 장려했다. 

지역사회 의료보건 종사자들은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증진교육 직원들과 함께 공공 집회에 참여하거나 시장 및 교회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에서 보건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콜레라 피해자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여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증진교육 직원들이 사도적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보건 인지 제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10월. ©MSF

저는 매일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행동을 바꾸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어요. 또한 우리 지역사회 주민들이 콜레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을 동기를 얻었습니다. 저는 교회 신도들을 포함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집집이 돌아다녔고, 근처 진료소로 가는 길에 콜레라 증상이 나타나면 저에게 연락해 구강 수분 보충을 받으라고 안내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 중에 콜레라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을 때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_테클라 만디즈보(Tecla Mandizvo) / 사도적 공동체 소속 지역사회 의료보건 종사자

베레냐즈비(Berenyazvi) 마을 이장인 제스로 본다이(Jethro Bondai)는 콜레라 퇴치를 위한 지역사회 의료보건 종사자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지역사회 봉사자들의 노력에 대해 마을 전체가 고마워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은 우리가 콜레라를 예방하고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_제스로 본다이

베레냐즈비 소재 진료소의 콜레라 치료 센터를 청소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들. 2024년 1월. ©MSF

본다이는 부헤라구 전역에서 콜레라 대응을 지원하는 270명의 전통적 지도자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 강물을 마시고 있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다른 대체제를 찾거나 살균을 위해 물을 끓여서 마시라고 조언하고 있다.

시추공이 부족해서 사람들 대부분이 강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저는 마을 사람들에게 콜레라 전염 방지를 위해 몇 안 되는 시추공에서 안전한 물을 길어오거나 물을 끓여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콜레라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했습니다.”_제스로 본다이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콜레라 확산을 억제하려는 지역사회 구성원 및 국경없는의사회, 짐바브웨 보건 당국의 노력이 효력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다른 지역에 활동을 집중하기 위해 부헤라 내 활동을 축소하고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Harare)에서 식수위생(WASH) 활동과 콜레라 환자 치료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환자 치료와 콜레라 예방 조치 강화는 모두 콜레라 유행을 통제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안전한 식수 접근성 보장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 없이는 부헤라에서 콜레라가 주기적으로 발병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0년부터 짐바브웨 보건보육부와 긴밀히 공조하여 짐바브웨에서 발생하는 콜레라 발병을 비롯한 보건 비상사태에 대응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