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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콜레라: 예방 가능한 질병이 '아프리카의 뿔' 전역에 확산... 왜?

2023.08.01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콜레라가 발생하는 빈도수와 지속 기간이 늘고 있다. 테티아나 가비우크(Tetiana Gaviuk) 국경없는의사회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예방 가능한 질병인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파헤쳐 본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여 발생하는 급성 세균성 감염병이다. 콜레라는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거나 위생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극심한 설사를 유발해 치료받지 않으면 수 시간 내에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즉시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콜레라 환자의 99% 이상이 완치 가능하다. 이렇듯 예방 가능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전역에서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콜레라 확산의 주된 원인은 인구 과밀, 열악한 생활환경, 식수 부족, 열악한 수질, 적절한 위생 및 폐기물 관리 시설 부족, 정수 처리 시설 미비다.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영양실조는 지속적으로 위급한 수준이고, 질병이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국가간 전염병 확산을 야기하는 강제이주도 빈번히 초래되는 상황으로, 최근 콜레라 유행은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3년 2월 에티오피아 남오모(South Omo)지역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MSF/JULIEN DEWARICHET
분쟁 및 기후충격

최근 콜레라를 겪은 아프리카 북동부 다수 지역은 분쟁과 불안정한 치안에 시달리고 있다. 분쟁 사태는 인프라를 손상시키고 기존 서비스 및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 역시 저하시킨다. 강제로 피난길에 오르게 된 피난민들은 깨끗한 식수 및 적절한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거의 없고 인구가 밀집된 임시 거처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비롯한 기후충격(climate shock) 또한 피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기후 관련 요소들의 치명적인 조합이 콜레라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다. 콜레라는 기후에 민감한 질병으로 고온 또는 변화하는 강우 조건 하에 더 흔해진다. 엘니뇨 현상 때문에 강우 패턴이 바뀌고 홍수 취약성이 증가하여 동아프리카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기후충격은 특히 목축을 주 생계수단으로 삼는 유목민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많은 유목민이 가뭄과 홍수로 인해 가축과 생계 수단을 잃어 도시로 강제 이주하는데, 이로 인해 이미 제한적인 필수 서비스 공급에 부담이 가중된다. 도시에 거주하는 국내 실향민은 주로 과밀하고 위생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는 탓에 최소한의 위생 기준조차 충족하기가 어렵다.

생계유지 수단이 없는 피난민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영양실조 위험에 노출된다. 영양실조와 콜레라의 조합은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콜레라 발병 억제의 어려움

최근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억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입증되었으며 질병 통제를 위해 여러 차원에서 대응 공조를 필요로 했다. 공중보건체계에 인적 자원과 의료물자 및 도구가 부족해 필요한 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이고, 해당 지역 내 치안 불안으로 인해 콜레라가 발생한 지역사회로의 물리적 접근성이 제한된다. 콜레라가 수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오랜 기간 지속되는 탓에 콜레라 박멸은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해당 지역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유행 사태 중 하나로, 현재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콜레라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곳에서 콜레라를 종식시키면 다른 곳에서 또 새로운 유행이 시작됩니다.”_삼린 후사인(Samreen Hussain) / 국경없는의사회 에티오피아 의료 코디네이터

환경 문제 또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극심한 홍수로 인해 수원이 오염되고 불안정한 식수 공급 및 열악한 위생환경이 야기돼 콜레라 발병 위험이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홍수로 인해 일부 중요 콜레라 핫스팟(집단 감염 지역)에는 구호 단체가 접근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우리 팀은 4륜 차량 네 대를 몰고 지지가(Jijiga)에 위치한 프로젝트 사무실에서 출발해 케냐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와(Dawa) 구역으로 향했습니다. 일주일간 가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동물 사체가 늘어서 있는 비포장도로 위를 달렸습니다. 셋째 날에는 폭우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탓에 도로와 다리가 물에 휩쓸려 내려가 다른 길을 찾아야 했죠. 강을 건너려 할 때마다 차가 강바닥 진흙에 빠져 끌어내야 했죠.  탑승자들은 자동차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차에서 내려 걸어서 이동해야 했고요. 모두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건 숙련된 운전자들 덕분이었죠.”_모하메드 압디와하브 오마(Mohamed Abdiwahab Omar) /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활동 책임자

재원 부족

인도적 구호 재원의 만성적 부족 역시 콜레라를 비롯한 질병 조기 예방·대응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2023년 5월, 국제 원조기구들이 약속한 지원금은 가뭄 및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아프리카 북동부의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총 70억달러에 비해 고작 24억달러에 불과했다.   
   
소말리아와 케냐 국경에 인접한 다다브(Dadaab) 난민촌에서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개인의 건강 보호를 위한 보건교육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11월부터 콜레라가 확산하는 등 자금 부족으로 인해 보건 재앙이 이미 시작되었다.

2023년 2월에 보건증진 활동과 콜레라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긴 했지만, 식수위생과 같은 지속적 예방 차원 개입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할당하지 않으면 콜레라 확산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만약 해당 지역 내 위생 상태가 양적·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E형 간염과 같은 또 다른 전염병이 다다브 캠프에 발병할 것입니다. 이는 특히 신규 유입되는 난민과 적절한 변소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인 기존 난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겁니다.”_켈리 카발라(Kelly Khabala) / 국경없는의사회 케냐 의료 부코디네이터

2023년 5월 케냐 다다브 난민촌내 다가할리 캠프에서 진료 대기중인 환자들 ©MSF

만성적 보건 문제에 지속가능하게 대응해야

콜레라 위험에 노출된 사람을 대상으로 경구용 백신을 투여하면 콜레라를 예방할 수 있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콜레라 환자가 증가하면서 백신 가용성에 심각한 부담이 생겼다. 그 어떤 상황에도 백신 접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콜레라를 예방·통제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식수 및 적절한 위생에 대한 접근성을 우선시하는 한편 보건조사, 식수위생, 지역사회 조직, 치료 및 예방접종 등에 관해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깨끗한 식수와 적절한 위생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촉구한다. 예방이 가능한 콜레라라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증가하기 전에 아프리카 북동부내에서  지역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콜레라 확산 예방을 위한 조치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국경없는의사회 콜레라 대응 내용

  • 에티오피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오로미아(Oromia) 및 소말리(Somali) 지역에 교육 제공, 8개월간 700명 이상 환자 치료, 감염·예방·통제 조치 시행, 식수위생 관련 활동을 통해 현지 보건 당국을 지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의료품 및 식수위생 관련 물품 또한 후원하고 있다. 소말리 라헤이(Lahey)에서는 고위험 구역에 콜레라 치료병동 및 경구 수분 보충 지원처, 폐기물 처리 구역, 샤워 및 변소시설을 설치하고 감염예방, 지역사회 동원, 보건 조사 활동을 추진했다. 오로미아 모얄레(Moyale) 지역에서는 환자 치료, 감염·예방·통제 조치 시행, 의료품 기부, 식수위생 관련 활동을 전개하며 콜레라 치료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이 개선되었지만, 오로미아 및 남부민족인민지역(SNNP), 시다마(Sidama), 소말리 지역은 콜레라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 케냐

다다브 난민촌의 주요 3개 캠프 중 하나인 다가할리(Dagahaley)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기록에 따르면 2022년 11월 콜레라 발병 이후 1,120명 이상의 콜레라 환자 및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다브 병원에 30개의 침상을 갖춘 콜레라 치료센터를 마련하고 보건지소 2개를 추가 설치하여 다다브 캠프 외곽에 새로 도착한 난민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식수위생 팀은 현재 캠프 외곽지역으로 매일 5만 리터의 식수를 트럭으로 수송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에는 신규 유입된 난민 9,000명이 임시 거처를 세워 생활하고 있는 캠프 안팎으로 공공 화장실 150개를 설치했다.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1,000가구에 플라스틱 시트, 매트, 액체비누를 제공했다. 

  • 소말리아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소말리아에서 여러 차례 콜레라 발병에 대응했다. 2022년  4월- 10월,  소말리아 남서 지역에서 19,000명 이상의 콜레라 환자를 치료했다. 환자 대부분이 분쟁과 기후충격의 영향을 받은 실향민 공동체에서 발생했다. 2022년 11월-2023년 1월에는 주바랜드(Jubaland) 지역에서 콜레라 대응을 지원했으며 1,000명 이상의 콜레라 환자를 치료했다. 또한 바이도아(Baidoa) 지역에서는 화장실 추가 설치, 도시 내 식수 제공처 살균 처리, 보건교육 실시 등 국내 실향민 캠프 내 깨끗한 식수와 적절한 위생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2020년 5월 케냐 마사빗(Marsabit) 지역 콜레라 발발 당시 국경없는의사회가 설치한 10개 병상의 콜레라 치료센터 ©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