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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재원 삭감으로 북동부 구금센터 및 국내실향민 캠프 의료 위기

2024.05.10

심각한 재원 부족으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자금 지원을 받는 알홀(Al-Hol) 캠프 등 11개의 시리아 북동부 소재 캠프들에서 제공되는 의료 이송 시스템이 중단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로 인해 예방 가능한 사망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는 경종을 울린다.

2023년 12월 시리아 알홀 캠프 일부 텐트 전경 ©MSF

WHO 재원 부족으로 인해 3월 말부터 전문적이거나 복잡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이송 서비스가 더 이상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번 결정은 인도적 재원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환경에서 WHO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재원 삭감으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는 알홀 캠프와 시리아 북동부에 소재한 기타 캠프 내 주민들이 2차 또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 특히 아동들은 치료 또는 예방 가능한 질병에 시달리거나 수술과 같은 긴급 전문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입니다.”_앨런 머피(Allen Murphy) /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2024년 1월 기준, 알홀 캠프에 구금된 사람들의 93%는 여성 및 아동이며, 62%는 18세 미만 청소년, 43%는 12세 미만 아동이다.

2023년 국경없는의사회는 1,446명의 환자들을 외부 시설로 이송 지시했다. 하지만 이중 최소 22%가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거나 치안 문제를 이유로 거부되었다. 가장 최근에 이송 서비스가 줄어든 이후로는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조차 더 이상 캠프 외부 병원으로 이송할 방법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의료 이송에 대한 WHO 지원이 완전히 중단되기 전에도 11개 캠프 전체에서 약 1,000명의 환자가 ‘콜드 케이스(cold case, 비응급 상황이지만 이송 치료 없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는 사례)'로 분류되었으며, 알홀 캠프에서만 800명 이상이었다. 이러한 환자들은 가령 내분비과 및 신경과, 이비인후과(ENT), 일반외과, 안과 수술, 재건 수술, 소화기내과, 피부 질환과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어 캠프 밖에서만 제공되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2023년 12월 비가 내린 후 알홀 캠프 텐트 사이로 생성된 웅덩이 ©MSF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들은 이번 재원 삭감의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제 딸은 2023년부터 신부전을 앓고 있습니다. 딸은 매달 하사케(Hassakeh) 소재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저는 치안 문제 때문에 딸과 동행할 수 없었어요. 최근에는 딸이 더 이상 치료를 받으러 하사케 병원으로 이송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 이제 5일 내로 약이 떨어질 거예요. 딸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은 알홀 캠프에서 감내하고 있는 끔찍함보다도 더 고통스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때 느끼는 무력감은 정말이지 견디기 어려워요.”

5년 넘게 저는 알홀 캠프를 집이라고 불렀어요… 알홀 캠프에서 겪는 엄청난 어려움과 절망감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보살핌, 관심을 주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어요… 2년 전에 아들이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때 세상이 무너졌습니다. 아들은 그 작은 몸으로 끊임없는 코피와 구토를 견뎌야 했어요. 분쟁이나 캠프에서 목격한 공포가 무색할 정도의 고통이었어요… 아들이 진단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긴급 치료를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아들이 시력 장애를 겪기 시작하면서 고통이 더 심해졌어요. 무려 6개월 만에 하사케 병원에 이송되어 진료받았지만, 여전히 치료를 제공받지 못했고 아들은 시력을 잃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제 아들은 치료를 거부당했습니다. 출혈은 계속되고 있고, 아들은 매일 고통에 울부짖고 있어요… 인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어요. 알홀 캠프 안에서는 연민이 자리 잡을 곳이 없습니다.”

제 딸은 2023년에 만성 위장염 진단을 받았는데, 캠프 안에서는 필요한 약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필수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 이송 진료가 필요한 질병이에요. 안타깝게도 한 달 전 2024년 3월에 마지막으로 받았던 이송 진료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 이후로 약은 다 써버렸고 딸의 건강은 상당히 나빠졌어요. 딸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지만, 캠프 안에서는 그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지금 제 딸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어요... 절실한 마음에 저는 한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고국으로 보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런 요청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어요. 그들은 나의 조국이 우리를 버렸다고 말합니다.”


시리아 북동부에서 증가하는 인도적 지원 수요를 고려하여 공여국들, 특히 미국의 주도하에 ISIS에 맞서는 국제연대(Global Coalition) 회원국들이 의료서비스에 대한 재원을 줄이는 대신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외부 이송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특히 필요하죠. 알홀 캠프와 그 외 시리아 북동부 소재 구금센터 및 국내 실향민(IDP) 캠프들을 대상으로 이송 센터 역할을 하는 현지 의료시설의 역량을 향상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송 시스템의 공백을 메우려면 재원이 즉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시리아, 이라크 등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40,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알홀 캠프에 구금되어 있고, 이중 대다수는 여성과 아동입니다. 그중 다수는 2019년부터 캠프에 구금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태어난 일부 사람들은 캠프 바깥의 삶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_앨런 머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