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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시리아: 북동부 알홀 캠프 내 정신건강 지원

2024.01.29

햇빛이 폭우 구름에 가려진 오전, 가차없이 퍼붓는 비는 지붕 없는 감옥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이곳에 살고 있는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뒤덮는 암울한 상황을 반영하는 듯했다. 수많은 텐트가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 있는데 이 모든 텐트에 실향 및 고난, 생존 투쟁을 겪은 사람들이 머물고 있다.

2023년 12월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서 바라본 시리아 알홀 캠프 일부 전경 ©MSF

알홀(Al-Hol) 캠프에 구금된 여성 및 남성, 아동은 제한적인 물 접근성, 열악한 위생 시설, 치안을 이유로 제한을 가하는 절차들로 인한 의료서비스 제약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겨울비와 뜨거운 여름 햇빛에 의해 손상된 임시텐트가 거주민들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분리하는 유일한 보호벽으로, 생활 여건 개선과 더 나은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알홀 캠프는 시리아 북동부 알홀 마을의 남쪽 외곽에 있으며 시리아-이라크 국경에 인접해 있다.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가 패퇴한 이후, 현재 알홀 캠프는 사실상 야외 구금센터가 됐다.  이곳에는 2018년 데이르 에즈-조르(Deir ez-Zor)에서 발생한 시리아민주군(SDF)과 IS간 전투로 인해 실향한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알홀 캠프 인구의 93%는 여성 및 아동이며, 65%는 18세 미만, 51%는 12세 미만 아동이다.

폭력과 실향 등 충격적인 경험을 겪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캠프 생활은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우울증, 불안 증상이 캠프에 만연해 거주민들의 정신 건강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피란하는 과정에서 포격 때문에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서 11살 된 아들은 삼촌과 마을에 있고 저는 5살 된 딸과 하진(Hajin) 마을에 있었어요. 6개월 동안 아들과 형제자매들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모르고 지냈어요. 우리는 속수무책이었어요. 생존하기 위해 풀을 먹어야 했어요. 아무도 우리를 돕거나 옹호하러 오지 않았어요.”_시리아 북동부 데이르 에즈-조르(Deir ez-Zor) 출신 여섯 아이의 모친 움 오스만(Um Othman)  

2023년 12월 개별 상담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온 움 오스만 ©MSF

움 오스만이 캠프 밖으로 잠깐 나갈 수 있었지만 좋은 소식은 듣지 못했다. 

제가 처음 캠프를 떠난 것은 3년 후였는데, 6살 된 딸이 다른 아이와 놀다가 화상을 입었을 때였어요. 하사케(Hassakeh)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상당히 힘든 경험이었어요. 특히, 구급차에 무장한 남성이 우리를 호위하고 있는 상황이 힘들었어요. 하사케 병원에서 19일을 보낸 후, 딸은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피란하다 오토바이 사고를 겪었을 때는 살아남은 딸인데요.”

움 오스만은 고통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리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기억이 불러오는 무거운 감정이 그녀를 짓누르는 듯했다. 그리고 딸의 운명을 말하는 순간 슬픔이 선명해졌다.


아부 오마르(Abu Omar)는 이라크군과 ISIS 간의 격렬한 포격으로 인해 2015년에 이라크 안바르(Anbar) 주에서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나온 43세 이라크 출신 난민이다. 그는 당시 상황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

2023년 12월 개별 상담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온 아부 오마르 ©MSF

폭격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어났어요. 우리의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어요. 제 아이들은 안전을 찾아 저한테 찾아왔지만, 저 역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우리는 사흘간 시리아로 이동하던 중에 어느 순간 배고픔에 나뭇잎과 풀을 먹기도 했어요.”_ 아부 오마르

실향하는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가혹했고 제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우리는 집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죠.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사람은 자는 곳만 바뀌어도 잠을 못 잔다는데, 우리한테는 나라 전체가 바뀐 겁니다!”

아부 오마르는 그가 겪은 참혹한 여정에 대해 말하면서 돌아오는 기억의 무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본능적으로 손을 머리로 올렸다. 그때부터 그는 수면 장애와 불안에 시달려왔다. 또한, 가족을 위해 음식카트에서 음식을 팔아 적은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보통 캠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아서 하루에 버는 돈은 약 1만SP(미화 70센트) 정도다.

자신들의 통제 밖에 있는 상황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되어버린 아동들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상처에 시달린다.

캠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에게는 분명한 일이다.

보시다시피 정신건강 대기실은 오늘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요. 하루 평균 25명의 환자가 개별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고, 약 40명의 환자가 그 외의 정신건강 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어요.”_사마(Sama) / 국경없는의사회 알홀 캠프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가 알홀 지역의 정신건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치료에 대한 낙인을 없애는 게 필수적이었다. 정신건강에 대한 열린 대화를 촉진하는 것은 도움을 구하는 것이 나약함이 아닌 강인함의 신호로 여겨지는 협력적 지역사회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단계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 우울해하면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귀신을 쫓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적인 방법에 의존해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방문하기로 했어요. 정신건강 치료 세션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이웃이나 친구들한테 말하기가 부끄러웠는데, 제가 미쳤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이런 세션들을 통해 얻는 게 많은데, 이제는 인생에서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 나 자신도 돌봐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_움 칼레드(Um Khaled)

정신건강 활동은 모든 의료 대응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경험을 소화하고, 대응기제를 배울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에는 경증부터 중증까지 아우르는 정신질환 개별 상담(정신질환 환자 식별 및 이송 서비스 포함), 심리교육을 포함한 그룹 심리사회적 상담 세션, 건강한 생활 모임, 여가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2023년 12월 알홀 캠프 내 여성 집단 세션에서 여가 활동을 돕는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상담 및 교육 담당 직원 ©MSF

이제는 환자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옹호하고 있어요.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신규 환자의 70%는 환자의 친척, 친구, 지역사회로부터 추천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_사마(Sama) /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책임자

폭우가 쏟아진 뒤 알홀 캠프에서 진흙길을 걷다 보면 주민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이 생활환경의 물리적 제약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저는 다음 주에 이라크 정부에 의해 송환될 예정인데, 만감이 교차합니다.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행복하지 않아요. 동생을 포함해서 몇몇 친척과 형제자매를 남겨두고 떠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완전히 행복할 수는 없어요.”_움 이브라힘(Um Ibrahim) /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환자

*원문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은 환자들의 요청에 따라 가명 처리함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 9월부터 알홀 캠프에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023년에는 어린이, 청소년, 성인 여성 및 남성을 위한 심리사회적 단체활동을 제공하여 알홀 캠프에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지원했으며, 개별 상담치료 세션을 통해 2,000건의 상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