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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사우디 동맹군의 ‘명분 없는’ 공습으로 수백 명 사상

2022.01.25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환자 이송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예멘.  ©Malak  Shaher/MSF

지난 21일 새벽,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동맹군이 예멘 북부 사다(Sa’ada) 지역의 임시 수용소에 공습을 자행했다. 예멘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82명의 사망자와 26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 추가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 사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용소 근처에 거주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현지 직원 두 명은 공습 당시 전투기 소리에 이어 세 번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공습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곳 주민 모두가 폭발음을 들었을 거예요. 수용소에서 1km 떨어진 곳에 있는 제집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었습니다.” _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사우디 동맹군은 2015년부터 예멘 반군 후티(안사르 알라)의 점령지에 주기적으로 폭격을 단행해왔다. 그 과정 속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다섯 차례나 발생했고, 민간인이나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도 이루어졌다.  

동맹군 측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번 수용소 공습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습 현장을 조사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은 "수용소가 확실히 붕괴됐고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쌓여있으며 실종자도 많아 정확한 사망자 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사다 지역의 알-감후리아(al- Gumhouriyyeh) 병원을 찾은 다른 직원은 넘치는 부상자로 병원이 과부하 상태에 있다고 전해왔다.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부상자들이 바닥에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합니다.”_국경없는의사회 직원 

국경없는의사회는 공습 직후 부상자가 밀려드는 병원에 의료물자를 지원했으며, 공습이 있었던 당일 추가 구호 물자를 실은 트럭을 병원으로 보냈다. 현재는 현지 보건부와 협력하며 추가적인 물자 지원이나 환자 이송 등 지원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번 공격과 같이 사우디 동맹군은 학교, 병원, 시장, 결혼식장, 수용소 등 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공습을 여러 번 자행해 왔습니다. 동맹군은 전쟁 발발 이후 예멘에 무차별적이고 끔찍한 공격을 수없이 많이 가했는데,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 공격을 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 예멘에서는 전쟁 당사자 간 대립각이 더욱 첨예해지며 지난 일주일 사이 사나에 공습이 이어졌습니다. 예멘 북부 지역 전반에 산발적으로 공습이 발생하고 있으며 사나 공항 또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동맹군이 호데이다(Hodeida) 지역 통신사 건물을 폭격해 예멘 대부분의 지역 인터넷이 끊긴 상태입니다.  

 

근래에 예멘 전역에서 무력충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예멘 내전은 벌써 7년 넘게 이어졌는데 예멘인들의 고통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_아흐메드 마하트(Ahmed Mahat) /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현장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는 1986년 처음으로 예멘에서 활동을 개시했다. 2020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에서 12곳의 병원 및 보건소 운영을 지속했고 13개 행정구역에 걸쳐 13곳의 병원 및 보건소를 지원했다. 예멘 반군 후티(안사르 알라)와 사우디 동맹군의 인도주의 단체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대응, 내전으로 인한 부상자 치료, 산모 및 신생아 치료, 영양실조 대응 등의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예멘 활동은 정부나 후원기관의 후원금이 아닌 개인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