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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산모와 신생아 건강 위협하는 모자보건 위기

2023.01.20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에서 무장 폭력과 불안정한 치안 상태가 수십 년째 지속되면서 임신부와 신생아가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심각한 치안 문제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자보건 등 일상 속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인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임신 28주에 태어난 조산아 아르샹주(Archange) ©Barbara Debout


방기(Bangui) 지역 병원의 분만 병동에서 수시간째 진통 중인 디바인(Divine)은 오른손으론 침대 기둥을, 왼손으론 출산복을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고통을 참고 있다.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아이는 나올 생각을 않고, 환자는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간호사는 자궁 근육 수축을 촉진하는 호르몬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했다. 
이 병동은 고위험 출산 전문 병동으로 의료진이 임신부의 상태와 태아의 심박수를 30분마다 확인한다. 분만이 너무 길어질 경우에는 수술실로 바로 이동해 제왕절개를 하기도 한다. 
디바인처럼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중아공에서 집중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매우 부족해 산과 진료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가정 분만을 하는데, 이때 합병증이 생기면 산모나 아이가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_ 아델 게어드-스윈(Adèle Guerde-Seweïen) / 국경없는의사회 방기 지역 병원 조산사

심각한 모자보건 위기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방기 지역 병원에 도착한 구급차 ©Barbara Debout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병동을 가득 메웠다. 몇 분 전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바로 수술에 들어간 언니가 출산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동생의 한 맺힌 절규다. 의료진은 산모와 아기를 모두 살리려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만 홀로 세상에 남았다. 제때 치료만 받을 수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이다.

중아공의 산모·신생아 보건 위기는 해결이 시급한 문제다. 중아공의 모성 및 아동 사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아공에서 임신과 출산 합병증으로 여성이 사망할 가능성은 유럽 대비 138배나 높다. 또한 중아공에서 태어난 아이가 1살이 되기 전 사망할 확률은 유럽 대비 25배나 높다. 

600만 인구 돌볼 부인과 전문의가 15명뿐 

중아공에서 태어나거나 출산하는 건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인구 600만 명의 국가에 부인과 전문의는 단 15명뿐이죠. 실력 있는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데, 특히 외곽 지역에는 합병증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받지 않은 전통조산사가 대부분이라 인력난이 더 심합니다.” _노베르 리샤르 응발레(Norbert Richard Ngbale) / 방기 지역 병원 산모·신생아 병동 산부인과 교수 

중아공에서 발생하는 모성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조기 임신(신체 발달이 미숙해 안전한 출산이 어려운 시기에 임신하는 것), 가정 분만 등이 있다. 이는 출산이나 가족계획 지원 등과 같은 서비스만 제공된다면 예방 가능한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중아공에서 고질적인 모자보건 문제가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다. 모자보건 서비스는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공식 방침이지만 실상은 치료비를 낼 수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임신 30주에 태어난 딸에게 수유 중인 상고우 플로랑스(Sangou Florence) ©Barbara Debout

중아공 인구 70% 이상의 하루 생활비는 2달러 이하입니다. 생명이 위독해도 돈이 모든 결정을 좌우할 수밖에 없죠. 병원에 간다는 건 돈을 써야 한단 의미인데 산전 관리는 차치하고 병원에 가기 위한 교통비나, 분만 비용조차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여성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참다가 뒤늦게 병원에 가거나 아예 가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무상 의료서비스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_르네 콜고(René Colgo) / 국경없는의사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현장 책임자

“이번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카린 뎀발리(Carine Dembali)는 여덟 아이의 엄마로 일곱째를 낳을 때 합병증을 겪은 후 다시는 병원에 늦게 와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첫째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정분만을 했습니다. 돈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일곱째 아이를 낳을 때 문제가 생겼어요. 아이만 나오고 태반이 나오질 않았죠. 가족들이 저를 급하게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이전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던 모성 병동이 있는 곳이었어요. 치료비는 한 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한번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분만하기 전에 미리 집 근처 병원에 갔는데 탯줄이 태아의 목을 감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방기 지역 병원에 와서 제왕절개를 했어요”_카린 뎀발리 / 현지 주민 

방기 지역 병원의 모성·신생아 병동은 위중한 상태의 임신부와 신생아를 전담으로 치료하는 병동인데,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으로 새 단장을 한 뒤 2022년 7월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과 현지 보건당국은 7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총 3,084명의 임신부에게 치료를 제공하고, 조산아 239명 등 총 860명의 신생아의 입원 치료를 지원했다. 
중아공에는 방기 지역 병원처럼 조산아나 호흡 문제 등 합병증을 앓는 신생아를 치료할 수 있는 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몇 개 없다.

방기 지역 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45일간 입원했던 아르샹주(Archange)는 평균 임신 기간인 38~40주보다 훨씬 이른 28주에 태어났다. 의료진은 살기 위해 하루하루 전력을 다하는 아르샹주를 보며 “꼬마 장군”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임신 28주에 태어나 45일간 방기 지역 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했던 아르샹쥬(Archange)와 어머니 스테파니(Stephanie) ©Barbara Debout

아이가 태어났을 때 800그램밖에 되질 않았어요. 태어난 지 2주 만에 쌍둥이 여동생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는데, 아들까지 잃는 줄 알았어요.”_스테파니(Stephanie) / 아르샹주의 어머니

아르샹주가 집중치료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는 상태가 되자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캥거루가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듯 아이를 24시간 엄마의 피부와 밀착시키는 ‘캥거루 케어’법을 권유했다. 장시간 피부를 맞대고 있으면 체온 유지 및 정서 안정의 효과가 있어 아이의 생존확률이 올라간다. 
처음 캥거루 케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이었던 스테파니는 자신의 품 안에서 하루하루 건강해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품게 되었다. 아르샹주의 몸무게는 1.5kg까지 늘었고, 두 사람은 곧 퇴원해서 함께 집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최우선 목표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아공의 열악한 모자보건 서비스 상황에 따라 중아공 전역에서 응급 산과 및 신생아 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현지 의료시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의료 시설 개조 및 의료물자 구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보건부 소속 의료진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총 19,600명의 출산을 지원했으며 이 중 1,020명은 제왕절개로 분만했다. 또 전국적으로 신생아 1,900명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신생아 병동에서 치료받았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여성과 아동이 전국 어디서든 필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으려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생식보건 서비스 접근성이 확실히 확대될 것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여성과 아동이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원인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더 많은 생명을 잃을 순 없습니다.”_르네 콜고 / 국경없는의사회 중아공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