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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열악한 식수위생으로 콜레라 확산 위험 고조

2022.11.24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콜레라 백신 접종받는 아동 ©MSF/Mohamad Cheblak
레바논이 보건 위기에 처했다. 콜레라 종식을 선언한 지 30년 만에 콜레라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데 더해 경제·연료난으로 깨끗한 식수 접근성이 차단되고 전국적인 폐기물 처리 인프라가 더욱 취약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전염병 대유행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기적인 노후 하수관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리와 집안으로 폐기물이 유입되는 일도 빈번한데다, 전기로 작동하는 수도 펌프가 전력난으로 멈추면서 각 가정에 물 공급이 끊어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주민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 위기로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대체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사설 급수를 사용할 여유가 없어 오염된 강이나 물웅덩이를 식수원으로 사용한다. 설상가상으로 의약용품이나 진단 키트도 부족해 제대로 된 치료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콜레라 창궐 초기부터 확산을 예방하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 50년간 콜레라 등 전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를 겪은 70여 개국에서 활동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레바논 보건 당국과 지역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 전략을 발 빠르게 실시했습니다. 예방부터 치료까지 필요한 도구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콜레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_칼린 리하옘(Caline Rehayem) /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의료 코디네이터

10월 6일 콜레라 창궐 공식 선언 이후 19명이 사망했고, 11월 16일 기준 확진 및 의심 환자는 3,671명이다. 


환자 치료 및 예방 접종에 집중된 대응 활동

베카 벨리(Bekaa Valley) 내 바르 엘리아스(Bar Elias) 지역에서 활동 중인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 병원의 병동 하나를 20병상 규모의 콜레라 환자 전담 치료 센터로 전환했으며 환자 급증 시 그 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 31일에 치료 센터를 개방한 후 총 33명의 환자를 치료했으며, 병동 개조 후에도 수술이나 상처 치료 등 여타 핵심 서비스도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에 가려면 무려 40km를 이동해야 하는 북동부 아르살(Arsal) 지역 주민을 위해 이곳에 20병상 규모의 야전병원을 설치할 예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콜레라 확산을 막기 위해 레바논 보건당국이 실시 중인 백신 캠페인에 참여해 북부 및 북동부의 아르살, 트리폴리(Tripoli), 아카르(Akkar)와 바알베크 헤르멜(Baalback- Hermel)에서 콜레라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감염 위험이 높은 열악한 고밀집 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을 집중 접종 중이며, 한 주 만에 14,224명을 접종했다. 접종 목표 인원수는 총 15만 명이다.

콜레라 예방접종 캠페인에 사용할 콜레라 백신 ©MSF/Mohamad Cheblak

이번 예방접종 캠페인은 레바논 보건당국, 국제 및 현지 구호단체 공조 활동의 일환으로 1차 확보 분량인 총 60만 회분의 백신을 접종해 콜레라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 사회 보건 인식 제고 및 의료진 교육

레바논에서 콜레라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건 1993년이다. 따라서 콜레라 감염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데도 필수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베카 벨리 등 북부와 북동부 지역의 각 마을, 가정, 상점, 캠프를 방문하며 예방 노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콜레라 확산 시 현지 의료진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7차례의 교육을 통해 총 148명의 의료진 및 응급구조사를 지원했습니다.”_ 칼린 리하옘 /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의료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의 콜레라 예방 노력 중요성 인식제고 활동 ©MSF/Mohamad Cheblak

예방 조치와 환자 치료 부족해

예방 조치 강화, 백신 접종 확대 및 환자 치료는 콜레라 대응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레바논 전역의 깨끗한 식수 접근성과 식수위생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콜레라나 다른 수인성 전염병이 계속 재발하고 확산할 것이다. 

오염되거나 고인 물에서 발견되는 콜레라균이 감염 원인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습니다. 콜레라 확산세를 꺾으려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 합니다. 레바논의 열악한 수자원 인프라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콜레라와 같은 고 전염성 질병이 계속해서 확산할 겁니다.”_마르셀로 페르난데스(Marcelo Fernandez) /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