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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벤티우에서 일어난 처참한 폭력 사태 규탄

2014.04.30
  • 벤티우에서 일어난 끔찍한 표적 살해, 병원도 안전하지 못해
  • 국경없는의사회 독자적으로 현장 조사, 목격자의 증언 수집

남수단 벤티우 일대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대규모 전투와 그후로 이어진 끔찍한 폭력 사태에 대해 국경없는의사회가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미 벤티우에서는 수만 명의 피난민이 안전한 곳을 찾아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기지로 들어갔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단체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현장에서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벤티우 주립병원 등에서 끔찍한 표적 살해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남수단의 폭력 사태와 잔혹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내 모든 무장세력에게 표적살해를 중단하고 소속 전투원들이 명령에 따라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보장할 것과, 각자가 통제하고 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을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남수단 벤티우의 피난민들 ©Hosanna Fox/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주 독자적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목격자로부터 직접 증언을 듣기 위해 국제 활동가를 벤티우로 파견했다.

제가 벤티우에서 목격한 장면은 인간성에 대한 모독입니다. 심각하게 부패하고 손상된 시신들이 거리에 나뒹굴고, 개와 새들이 시신을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남수단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존엄을 박탈하는 추악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책임자 라파엘 조르그(Raphael Gorgeu)

국경없는의사회는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벤티우 주립병원에서만 보건부 직원 한 명을 포함해 최대 33명이 사망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취합했다.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운영매니저 크리스토퍼 락이어(Christopher Lockyear)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활동가들은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병원 내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지 들었습니다. 특별히 환자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안전한 곳을 찾아 병원에 피신한 사람들이 소속, 신분, 충성도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표적이 되었습니다. 안전한 피난처로 지켜져야 할 병원에서 공격과 잔인한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을 다시 한번 남수단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격자 두 명의 증언에 따르면, 수단 다르푸르(Darfur)에서 온 21명이 병원에서 끌려나가 병원 부지 뒤에서 살해되었으며, 여성 한 명을 포함해 누에르(Nuer)족 민간인 5명도 병원 부지 내에서 총살되었다. 또 다른 다르푸르 출신 시민들과 딩카(Dinka)족 시민 한 명도 희생되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미 현장에 나가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수술팀과 의료 물자를 추가로 보냈다. 현재까지 부상자 230명 이상이 총상 치료를 받았다. 다음은 사건 당시 벤티우 병원에 있던 한 의료진의 증언이다.

“오전 6시 30분경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자 시민과 탈주자들이 병원 구내로 도망쳐 왔습니다. 9시 30분경 이 탈주자들을 쫓아서 반대 세력이 병원에 진입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정부 편을 든다고 했고, 정부 관할 하에 벤티우에 남아 있는 사람은 모두 배신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의료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병원 직원들과 함께 건물 중 하나에 숨어있었습니다. 눈 앞에서 여러 명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 중에는 보건부 직원 한 명, 다르푸르 출신 남성 한 명, 누에르족 여성 한 명과 남성 두 명도 있었습니다. 다르푸르에서 온 사람들은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전원 살해되었습니다. 병원 부지 뒤로 다르푸르 출신 22명이 끌려갔는데 그중 21명이 살해되었습니다. 한 명은 아직 어린 소년이었기 때문에 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병원 앞쪽과 병원 구내에서 각각 다르푸르 출신 시신 세 구씩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스크에서 부상당한 다르푸르 사람들을 데리고 왔을 때도 저는 이곳에 있었습니다. 다르푸르 사람들이 병원에 있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유니폼을 입은 환자들이 그들을 구타하고 약탈했습니다. 무장 세력이 떠난 뒤에 저는 유엔남수단임무단 기지로 갔습니다. 병원에 있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전 중인 무장 세력 양쪽 모두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유엔 구역을 벗어나는 것이 두렵습니다.”

수천 명이 인근 유엔남수단임무단 기지로 피신하면서 최대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에 며칠 사이 2만 2000명 이상이 운집했다. 구호단체들은 이렇게 대규모의 인원을 감당할 물량이 없다. 생명의 위협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이제는 또 다른 위협에 처해있는 것이다. 현재 화장실 시설은 130명 당 1개에 불과해서 노상방뇨가 보건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응급 상황에서 1인당 하루 최소 15리터의 물이 필요한데도, 현재 배급되는 물의 양은 6리터에 못 미친다.

전투 이후 벤티우와 인근 지역은 폐허가 되었다. ©Hosanna Fox/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위기 발생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폭력 사태를 규탄해왔으며 어느 쪽이건 무장 세력의 폭력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책임자 라파엘 조르그는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이 분쟁에 휘말린 사람들을 돌보고자 지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통제를 벗어나서 우리도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구호 단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무장 세력에게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도주의 지원을 받아들이고, 의료 시설을 존중하는 도덕적, 법적 책임이 있습니다. 반군과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라고 촉구했다.  

하루 속히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처럼 열악한 집단 생활 환경과 물과 위생 시설 부족 때문에 예방 가능한 질병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남수단 피난민들은 현재 유엔남수단임무단 기지 내에서 심각한 보건 위험 환경과, 기지 밖에서 생명이 위험한 치안 환경 중에 선택해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 피난민 중 일부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에게 벤티우 시내로 돌아가는 편을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활동

남수단 분쟁 발발 이전, 국경없는의사회는 벤티우 주립병원에서 에이즈/결핵 치료 프로젝트를 운영했으며 그밖에 남수단 10개 주 중 8개 주에서 프로젝트 11개를 진행하며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 분쟁이 시작된 2013년 12월 15일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의 긴급 의료 지원 대응 역량을 강화했으며, 현재 9개 주에서 프로젝트 21개를 진행하며 기본 의료, 영양 지원, 수술, 예방접종, 식수 및 위생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분쟁 발생 첫 4개월 동안 20만 명 이상의 외래 환자를 진료했으며, 이 중 약 8만5000명이 5세 미만 아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