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그리스: 망명 신청자, 구타·알몸 수색 후 바다로 돌려보내져

2023.11.03

국경없는의사회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유럽에서 안전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이 그리스 에게해 섬들에서 수갑이 채워지거나 구타·알몸 수색·소지품 강탈을 당하는 등 공격적이고 치욕적인 처우와 신체적 폭력을 겪고 바다로 돌려보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2일, 국경없는의사회는 레스보스(Lesvos) ·사모스(Samos) 의료팀이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수집한 신고 및 정보를 담은 보고서 “눈앞에서(In Plain Sight): 이주 정책 및 그리스 해안 국경에서의 폭력으로 인한 인적 손실”(►영문 보고서 보러 가기)을 발간했다. 환자 65명의 증언과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데이터 및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유럽에서 안전을 찾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이 국경에서 마주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이주민 대부분은 폭력·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 위험하고 종종 매우 끔찍한 여정을 겪은 채로 국경에 도착한 이들이다.

지난 7월, 레스보스섬에 갓 도착한 사람들이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을 받은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MSF/Evgenia Chorou

일부 환자들은 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폭력을 당했다고 전한다.

그리스 해역에 진입하자마자 작은 회색 보트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남자가 우리가 탄 보트에 뛰어올랐어요. 그 남자는 막대기를 들고 있었는데,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엔진을 뽑아서 물에 빠트렸습니다. 결국 우리는 엔진도 없이 바다 한가운데에 남겨졌습니다.”_파티마(Fatima, 가명)

다른 국경없는의사회 환자의 증언에 따르면, 작은 보트를 타고 레스보스 및 사모스에 도착했을 때 제복을 입거나 마스크를 써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들에게 붙잡혀 손목이나 발목이 플라스틱 끈으로 묶이고, 곤봉이나 막대기로 구타당하고, 언어 폭력을 당하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몸을 강제로 수색받는 등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처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자베스(Elisabeth, 가명)는 한 임신부를 포함해 같은 무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손이 포박된 채 구타를 당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은 임신부를 바닥에 끌고 갔어요… 사람들 손목을 이렇게 몸 앞쪽에 모아서 줄로 묶었고요. 임신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여자는 배가 발로 밟히면서 구타당했어요.”_엘리자베스

일부 환자들은 휴대폰, 돈, 의약품 등 소지품을 압수당한 후 강제로 보트에 실려 바다로 끌려간 뒤 구명 보트로 옮겨져 표류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는 소위 ‘밀어내기(pushback)’로 알려진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난 2년 동안 레스보스와 사모스에 도착한 1,520명의 아동을 포함한 총 7,904명에게 이들의 도착 거의 직후부터 의료 지원을 제공했다. 새로 도착한 사람 중 상당수는 온몸이 흠뻑 젖어 있고, 탈진·갈증·허기에 시달리고, 극심한 더위나 추위에 고통받고, 폭력으로 인한 부상 및 타박상으로 뒤덮여 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이들 중에는 임신 초기를 지난 여성 및 신생아, 보호자 비동반 어린이, 고령자도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557명에게 신체적 부상 치료를, 정신건강팀은 8,621명에게 심리·정신 치료를 제공했다. 일부 환자들은 그리스로 오면서 겪은 경험의 직접적인 결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지난 8월 말, 사모스섬에 도착한 여성이 어린 딸을 안고 있다. ©MSF/Myrto Mouzaki

이들 대부분은 폭력과 박해가 만연한 국가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전쟁 부상, 성폭력, 인신매매 등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이미 취약한 사람들이 국경에서 폭력이나 학대를 당하면 과거의 끔찍한 경험 때문에 입은 의학적, 심리적인 피해가 커집니다.”_소냐 발레론(Sonia Balleron) /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현장 책임자

한편, 시민사회단체 및 구호단체가 에게해 섬들에서 취약한 사람들을 지원하려는 과정에서 당국에 의해 활동이 차단되거나 기소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에서 안전을 찾는 개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그리스 정부와 유럽 지도자들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러한 조치에는 유럽법과 국제법에 따라 안전을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가하는 이들이 처벌받지 않고 있는 환경 종식이 포함됩니다. 또한 국경지대 ‘밀어내기(pushback)’가 영구적으로 근절되고, 에게해 섬들에 독립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상 수색 및 구조 활동을 강화할 것을 촉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전을 찾는 사람들이 국경에 도착했을 때 공정한 망명 절차와 의료·인도주의적 지원이 보장될 것을 촉구합니다.”_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Dr Christos Christou) /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