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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단 한 사람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015.02.10

최근 몇 주간 에볼라 감염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에볼라 확산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감시 체계 개선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질병 연구기관 에피센터(Epicenter)에서 근무하는 전염병학자 아만다 티파니(Amanda Tiffany)는 아래 글을 통해, 에볼라 유행을 끝내는 데 바이러스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들려주었습니다.현장 연구를 감독하는 전염병학자 암나다 티파니. 이 연구의 목적은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으로 말라리아 유병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Philippe Latour/MSF

이번 에볼라 유행은 기니 게케두에서 나타난 단 몇 명의 환자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협소한 고립지역에서 에볼라 유행은 대개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작게 시작된 이번 유행은 3개국을 넘나들며 크게 확산되었는데, 이곳 주민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나라에서 나라로 이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음에 기니에서 에볼라로 숨진 사람들과 접촉한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사람들은 ‘아, 그 사람 시에라리온으로 갔는데요.’ 혹은 ‘그 사람 지금 라이베리아에 살아요.’라는 답변을 주곤 했습니다.

시에라리온의 수도인 이곳 프리타운에서, 우리가 만나는 에볼라 환자의 절반 이상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릅니다. 어떤 집에서 에볼라 환자가 나왔는지는 알지 몰라도, 과연 그 감염이 맨 처음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는 것입니다.

발병률 제로를 달성하려면,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했던 모든 사람을 규명해내야 합니다. 하지만 아픈 식구가 있는 집에 들어가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이 누구냐고 묻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가족의 신뢰를 얻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이 나중에 벌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이해시켜야 합니다.

에볼라 유행 초기에 바람직한 접촉 추적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사람들을 이렇게 격리시켜야 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기니의 경우, 정부는 그 어떤 가구도 격리한 적이 없습니다.

인구가 밀집된 프리타운은 에볼라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 곳으로, 자원이 부족하여 대응 활동에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시에라리온 정부는 격리 조치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시에라리온 정부가 왜 격리 조치를 쓰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장소를 이동하면서 질병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인구 이동은 이번 에볼라 유행이 급속히 퍼져나갔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격리된 가정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에게 식량, 깨끗한 물, 의료 지원 등의 적절한 도움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도 격리된 가정을 한 곳 방문했습니다.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앓아 눕게 되었을 때, 이미 아동의 식구 5명은 프리타운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치료센터에 입원한 상태였습니다. 가족들은 에볼라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고, 앰뷸런스가 와서 아동을 이송해 주었습니다. 아동의 가족들은 다른 식구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센터로 아동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앰뷸런스 팀은 그 아동을 다른 센터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어제 방문해 보니, 여전히 식구들은 아동의 소식을 거의 듣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몹시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이가 에볼라 감염자로 판명되면, 우리들은 또 다시 21일 격리에 들어가야 돼요. 열흘 후에 아이 엄마가 아프게 되면, 그 때부터 또 다시 21일을 격리되는 거고요. 이러니 이 조치를 계속 따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프리타운에 있는 집들은 서로 가까이 있는데, 특히 인구가 밀집된 ‘슬럼’ 지역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샛길로 들어가 몸을 숨기기란 어렵지 않죠. 결국 격리를 빠져나가기가 아주 쉽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가 하면 격리된 사람들에 대한 이웃들의 압박이 매우 심한 동네도 있습니다. 누가 누군지 서로 다 아니까요. 그래서 스스로 격리된 채 지내기로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랍니다.

물론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죠. 사람들의 행동도 바뀌었어요. 다들 너무 지친 나머지 이제 그만 에볼라가 마을에서 사라져 버리길 간절히 바라고들 있어요. 에볼라 치료센터 운영, 감염 통제 및 지역사회 방문 실시, 환자 이송 활동을 하고 있는 기관들도 많고요.

하지만 지금 에볼라 유행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국제사회가 일찍이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향후 또 다른 유행이 일어났을 때 지금과 다르게 해야 할 일은,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면, 이번에 에볼라 유행을 겪었던 나라들은 그리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훈련되었고, 치료센터들도 생겼고, 앰뷸런스 체계도 강화되었고, 환자들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기술도 계속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밑거름 삼아, 향후 에볼라 유행은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