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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감염된 미국인 활동가 완치

2014.11.12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가 오늘 뉴욕 벨뷰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크레이그 스펜서 박사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스펜서 박사는 고열이 나타나자 곧바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에게 알린 후 2014년 10월 23일에 입원했습니다. 뉴욕시 보건 및 정신위생국도 즉시 소식을 전해 들었고, 스펜서 박사는 즉시 벨뷰 병원에 입원되어 에볼라 감염 확진을 받았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검사 결과, 스펜서 박사의 담당 의료팀은 이제 그의 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으며 그는 더 이상 전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크레이그 스펜서 박사 성명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크레이그 스펜서입니다. 내과의사로서 국경없는의사회에 소속하여 현장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아프리카 에볼라 확산에 대응한 3300여 명의 활동가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저는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우선 제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기고 회복할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준 벨뷰 병원 의료팀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10월 23일 입원 이후로 저는 이례적인 수준의 의과적 치료와 지원을 받았고, 병원 의료팀과 행정팀의 든든한 격려도 받았습니다. 제가 병원에 처음 도착한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 같이 저를 돌봐준 주치의 로라 에반스 의사 선생님께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저는 건강하고, 더 이상 전염 위험도 없습니다.

제가 에볼라 감염에서 회복된 것을 통해서 서아프리카에서 귀국한 의료진에 대한 조치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조치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제가 산 증인이 된 셈입니다. 감염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고 환자를 격리하는 것이 환자 회복과 감염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국제적 관심을 많이 받았지만, 사실 서아프리카에서는 지금까지 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볼라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바이러스 확산의 한복판에서 수많은 가정과 지역사회가 무너졌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도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기니에서 일하기로 지원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에볼라 유행의 발생지였던 기니 게케두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5주 이상 일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눈물을 흘렸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몸이 너무 약해서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했던 어린 아이들을 볼 때는 정말 슬펐습니다. 하지만 제가 치료했던 환자들이 다 나아서, 퇴원 후에는 저를 자신의 형제로까지 여겨주는 사람들을 볼 때 느꼈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제가 에볼라 감염 진단을 받은 후 1주일 동안 그때 그 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제게 전화를 걸어 완치를 빌어주었고, 도와줄 일은 없냐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에볼라 발병이 공식 발표된 때부터 대응 활동에 참여해 가족, 친지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현지 동료들입니다. 이들은 여전히 고귀한 마음으로 이웃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서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활동가들이 고국에서 차가운 시선이나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바로 그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계속해서 대응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지난 몇 주간 제게 어마어마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준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모든 분들께도 깊이 감사 드립니다. 제 고향과도 같은 컬럼비아 대학 의료센터, 특히 응급의학과장 조셉 언더우드 박사님께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박사님은 제가 서아프리카로 가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귀국 후에 에볼라 감염으로 확인된 이후까지도 제게 큰 응원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와 가족들이 이 힘든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말할 수 없는 도움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끝으로 저와 가족들의 사생활 권리를 존중해 주시기를 언론 관계자 분들께 부탁 드립니다. 이 성명 발표 이후로 저는 공식적으로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가장 관심이 필요한 현장, 바로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유행 지역에 초점을 맞춰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게케두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치료센터 ©Julien Rey/MSF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사무총장 소피 들로네는, “크레이그가 회복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벨뷰 병원 의료팀의 헌신적인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지금도 에볼라 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싸울 의료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 또한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의료계 자원 활동가들과 대중들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활동가들은 크레이그 박사처럼 귀국 후에 부지런히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대중들은 돌아온 활동가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서도 안 되며, 활동가들을 위협해서도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3월 22일 기니에서 에볼라 발병이 처음으로 공식 선포된 후, 현재까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4959명이며, 감염자 수도 13,263명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이번 에볼라 유행은 지금도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계속 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치료센터 6곳을 운영하면서 총 600개의 병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환자 이송 센터 2곳도 운영하고 있다. 에볼라 발병 이래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서아프리카에 파견한 국제 활동가는 700여 명, 지금까지 치료센터에 입원한 환자는 5600여 명이다. 입원 환자 가운데 3500명 정도가 에볼라 감염 환자였고, 이중 1400여 명이 에볼라를 이기고 생존하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보건 인력 훈련, 감염 통제조치 보조, 감염 환자 추적, 역학 조사 실시, 가정용 보호 키트 배급, 시체의 안전한 매장 등의 활동도 펼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30만 명의 라이베리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항말라리아 치료제를 배급하기 시작했다. 수도 몬로비아에서 가장 빈곤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질병 감염률과 사망률을 낮추려는 것이다. 사실 몬로비아에서는 이미 의료 혜택을 받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다. 이 활동은 주민들이 의료시설 안에서 에볼라에 감염될 확률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직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마다 철저한 조사를 실시한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 안전 조치는 경우에 따라 적절히 수정된다. 직원 감염 대부분은 현지 마을에서 발생했다. 현재 스펜서 박사의 감염 경로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