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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토착 지역 공동체에서 의료지원 및 보건증진 활동

2023.07.21

베네수엘라 동부에 위치한 델타 아마쿠로(Delta Amacuro)주는 대서양에 접해 있는 광활한 지역으로, 이 곳에서는 강이 주된 길 역할을 하며 열대 우림이 지평선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다.

접근이 어려운 이 지역에는 상당수의 토착민 공동체가 거주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18살 아델리아는 임신 38주차지만, 아직 한 번도 산전 진단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 와라오(Warao) 토착민 공동체 출신인 아델리아는 진통이 시작되면 자신의 공동체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은 영혼 치유자이자 전통 의술인 위시라토(wisirato)를 찾아가 도움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막상 진통 시작과 함께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자 아델리아는 두려움을 느꼈다.

바로 전날, 아델리아는 하얀 배경에 빨간 사람 모양이 그려진 깃발을 단 배 두 척이 오리노코(Orinoco) 강을 따라 내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국경없는의사회였다. 마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근처 나바사누카(Nabasanuka) 토착민 공동체로 오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오리노코강을 따라 이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보트 ©Matias Delacroix

아델리아는 어머니에게 나바사누카에 있는 외래 진료소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고, 두 사람은 기다랗고 가벼운 목선 쿠리아라(curiara)를 타고 두 시간동안 노를 저어 나바사누카로 향했다.
나바사누카 진료소 분만실의 엄청난 열기와 습기 때문에 아델리아는 정신을 붙들고 있기조차 힘들었지만, 의료팀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나이가 너무 어리고 임신 중 진단 검사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탓에 의료진은 아델리아의 출산이 매우 위험할 것이라 판단했다. 설상가상으로 진료소는 기본 시설만 겨우 갖춘 상태였다. 이러한 각종 난관에도 불구하고 오전 9시30분경, 아델리아는 아들 호세 안토니오(José Antonio)의 우렁찬 첫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키 52cm에 건강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아델리아가 갓 태어난 아들 호세 안토니오를 안고 미소짓고 있다. ©Matias Delacroix

2022년 7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지 보건 당국과의 협력 하에 델타아마쿠로 주 전역에 있는 고립된 공동체들에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델타아마쿠로 주는 면적이 40,000제곱킬로미터 이상으로 매우 방대하고 숲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토착 공동체들은 해당 지역에서 공공 물길로 이용되고 있는 오리노코 강둑을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료소에 가려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델타아마쿠로 주의 수도인 투쿠피타(Tucupita)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최소 여섯 시간은 이동해야 하고,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보려면 카누를 타고 몇 시간 혹은 며칠씩 노를 저어야만 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토착민 공동체들은 열악한 생활 환경과  의료서비스 접근 제약 탓에 각종 전염병에 시달린다. 기생충 감염 혹은 설사와 같은 수인성 질병, 말라리아처럼 모기 혹은 다른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 호흡기 감염, 피부병, 영양실조 등이다. 또한 산전후 관리 지원 부재로 인해 임신부와 신생아도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도착하려면 최소 수 시간 이상 카누를 타고 오리노코강을 따라 노를 저어야 한다. ©Matias Delacroix

토착민과 방문 의료팀 사이 언어 및 문화적 차이, 해당 지역의 약품 및 기타 의료물품 부족은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렇게 외딴 지역에 직원을 배치하는 일이 쉽지 않고, 또한 약품 및 기타 의료물품이 부족한 탓에 주민들이 적절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렵습니다.”_카를로스 도밍게즈(Carlos Dominguez) / 국경없는의사회 델타아마쿠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보건 당국과의 협력 하에 델타아마쿠로 주 동부에 위치한 안토니오 디아스 (Antonio Díaz)시 내 산 프란시스코 데 과요(San Francisco de Guayo)와 나바사누카 지역사회에서 두 개의 외래 진료소를 운영한다. 의사, 간호사, 약사, 식수위생 전문가, 물류 전문가, 보건증진 전문가로 이루어진 다제적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매달 삼 주 간 해당지역 보건의료 거점에서 머무르며 하루 70여 명 정도의 환자에게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모터보트로 오리노코강을 따라 이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Matias Delacroix

델타아마쿠로에서의 보건증진 활동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분야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에게 보건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토착민 공동체 고유의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 건강한 생활습관, 위생관리 및 질병 예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건증진 활동은 사람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적극적 접근법입니다.” _카를로스 도밍게즈 / 국경없는의사회 델타아마쿠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의 토착 지역공동체 주민 대상 보건증진 활동 ©Matias Delacroix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전문 치료가 필요해 상급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 환자 이송을 지원하기도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나바사누카 진료소에서 제공할 수 없는 긴급 치료가 필요한 세 살짜리 헤수스(Jesus)를 이송하기 위해 필요한 구급선을 투쿠피타로부터 보내줄 것을 현지 보건 당국에 요청했다. 헤수스의 부모는 아들을 나바사누카 진료소에 데려오기 위해 카누를 타고 무려 네 시간 동안 노를 저었다. 하지만 다시 투쿠피타로 가려면 구급선으로 여섯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족히 일주일은 노를 저어가야 한다.

델타아마쿠로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전개하는 활동은 거주 지역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의료서비스는 외딴 지역 혹은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이들까지 포함해 모두가 지닌 기본 권리라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신념을 반영한다.

나바사누카 진료소에 머물고 있는 아델리아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 전문가와 모유수유의 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델리아는 커다란 미소를 띤 채 “야케라 위토(Yakera wito)”라고 말한다. 와라오어로 인사말이지만 고맙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마을에 의사가 있으면 사람들이 안정되고 행복해지죠.”_와라오 토착민 공동체 리더

이제 아델리아가 강을 따라 집으로 돌아갈 차례다. 아들 호세 안토니오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주민들에게 소개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베네수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지 보건 당국과의 협력 하에 아마조나스(Amazonas), 안소아테기(Anzoátegui), 볼리바르(Bolívar), 델타아마쿠로 주에서 활동하며 공공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취약 계층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