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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에티오피아: 흑열병 긴급 대응 전개 중

2023.04.05

2022년 말, 에티오피아의 남부민족인민지역*Southern Nations, Nationalities and People’s Region (SNNPR) 오모 골짜기(Omo Valley) 남부에서 생활하는 무르시(Mursi)족이 대거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무르시는 약 7,000명으로 이뤄진 작은 부족인데,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모 골짜기 아래쪽에 무르시족을 포함해 열댓 개의 부족이 살아가고 있다. 당시 흑열병(Kala azar, 힌두어로 ‘흑열’)이라고도 불리는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이 유행해 무르시족과 인근의 부족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동진료소 앞에서 환자를 분류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와 무르시 부족민 ©MSF/Julien Dewarichet

이곳을 찾는 환자는 비장과 간이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 있고, 열도 납니다.  대부분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이며, 골수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출혈이 있는 환자도 있습니다. 소외열대질환인 흑열병은 치료하지 않을 시 95%의 치사율을 보이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환자를 발견해 시급히 치료받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_히왓 멜락(Hiwot Melak) /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국경없는의사회는 유행 직후 해당 지역에서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에 대응해왔으며, 약 두 달 동안 79명의 흑열병 환자를 발견, 치료했다. 

치명적인 질병, 흑열병

비교적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놀라울 정도로 많은 흑열병 환자가 발생하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즉시 오모 골짜기 남부로 향했다. 의료 접근성이 차단된 이곳에서는 흑열병으로 인해 중증 급성 영양실조까지 앓는 성인 및 아동 환자가 많았다. 

한 부족민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질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병으로 죽은 사람이 매우 많다”고 전했다. 흑열병으로 아내와 자식 다섯을 잃은 부족민도 있었다. 

흑열병은 소외열대질환일 뿐 아니라 가장 치명적이기도 한 질병 중 하나이다. 치료하지 않을 시 매우 치명적인 이 질병은 1942년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기록되었는데, 그 후 점차 확산하여 에티오피아 대부분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 되어 에티오피아 인구 32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동 환자의 체온을 재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MSF/Julien Dewarichet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이동진료소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흑열병 유행에 대응하고자 긴급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흑열병 환자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동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예방접종을 한 번도 받지 않았으며, 의사나 간호사를 처음 보는 부족민이 대부분이었다.  

이전에 의료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번 활동이 중요했습니다. 심지어 6~70세 환자도 진료소는 처음 방문해 보았죠. 말라리아 환자가 꽤 있었고 영양결핍성 빈혈 환자도 많았습니다. 이 환자들은 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입니다.”_타미라트 반툴레(Tamirat Bantule) /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환자를 인계하기 위해 병원에 전화를 하고 있다. ©MSF/Julien Dewarichet

흑열병 환자의 경우 50km 정도 떨어진 진카(Jinka)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활동 개시 후 불과 몇 주 만에 병원 역량이 한계에 다다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보건부 인력과 협력해 추가 공간을 마련하고자 텐트를 설치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흑열병 환자 전용 병동까지 운영하게 됐다. 진단 및 치료 과정이 복잡하고 고통스럽지만, 치료를 받은 환자 대부분 무사히 회복했다. 

아들을 데리고 이동진료소를 찾았어요. 거기서 이 병원을 안내해 주어 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아들이 죽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잘 회복했어요.”_비콜쉬(Bicolshe) / 흑열병 환자의 보호자 

진카 병원의 흑열병 전담 병동 외부에 모여 있는 무르시 부족민 ©MSF/Julien Dewarichet

영양실조 및 기타 감염병 확산 우려 

오모 골짜기의 부족민을 위협하는 것은 흑열병 뿐만이 아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벌써 몇 년째 가뭄이 이어져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이동진료소를 찾은 한 환자는 “흑열병으로부터 생존했다고 해도 곧 배고픔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 전하며, “먹을 게 들풀밖에 없어 매우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흑열병과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에 더해, 정기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부족민 사이에서 홍역이나 콜레라 등 질병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스럽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동진료소 운영을 통한 환자 발견 활동과 1차 의료서비스를 오모 골짜기 남부 전역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진카 병원에서 흑열병 진단 및 치료 역량을 제고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37년째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하며 관련당국과 함께 분쟁, 전염병,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인구와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차단된 인구에게 의료지원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압두라피(Abdurafi) 및 암하라(Amhara) 지역에서 흑열병 및 사교상(뱀독) 전담 치료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20년째 흑열병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6월 24일,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마리아 헤르난데스 마타스(María Hernández Matas)와 테드로스 게브레마리암 게브레미카엘(Tedros Gebremariam Gebremichael), 요하네스 할레폼 레다(Yohannes Halefom Reda)가 에티오피아 티그라이(Tigray)에서 활동을 펼치던 중, 인도주의 구호 활동가임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에티오피아 정부와의 적극적으로 대화했지만, 다분히 고의적이었고 잔혹했던 공격 사건 당일의 전말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추후 에티오피아에서 인도주의 활동가가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이 설명하는 에티오피아 흑열병 실태와 국경없는의사회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