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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서한] 남수단 전역에서 나타나는 필수 의약품 부족

2016.04.07

말라리아로 의식을 잃은 채 정부보건센터로 실려온 뒤 IV 치료를 받은 네 아이의 엄마인 32세 아렉 누오이, 남수단 아웨일에서는 매일 150명의 말라리아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진단을 위한 검사도구와 치료약이 매우 부족해 구하기 어렵다. ⓒDiana Zeyneb Alhindawi

장기간 이어지는 폭력과 피난 속에 이미 극도로 심각해진 상황 속에서, 1년 전 우리는 인도주의 공동체와 후원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필수 의약품 부족을 막아낼 구조적 혹은 결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며 좌절감을 감출 수 없다.

 

2년여 동안 이어져 온 남수단 분쟁은 현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늘 그렇듯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토록 위태로웠던 인도적 상황에 더하여,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의료적 긴급 상황마저 전개되고 있다.

 

응급의약품기금(Emergency Medicines Fund, EMF) — 남수단 전역에 필수 의약품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고, 해당 의약품을 확보해 제공하는 일을 보장했던 프로그램 — 이 중단되면서, 전국적으로 의약품 공급이 끊기는 용납할 수 없는 파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당초 이 프로그램의 목표들은 정부로 다시 넘겨졌으나, 나라가 계속된 위기에 휩싸인 지금, 정부가 그 빈자리를 메우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러한 대규모 의약품 부족이 불러올 더 큰 영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최악을 피하려는 노력들이 일시적으로 나타났었다. 비축해 둔 의약품을 배급하고 재할당했지만,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활동 지역에 있는 대다수 1차 의료 시설에서 의약품 부족을 목격했다. 한 예로, 우리는 아웨일(Aweil) 안팎의 의료 센터 및 기관 42곳을 방문했는데 그중 12곳이 완전히 폐쇄된 상태였고, 23곳은 의약품이 없어 환자들에게 처방전을 주면서 시장에서 약을 구입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 와중에 지난해에 일어난 말라리아 발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검사도구와 치료제를 기증하고 배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우리가 치료한 중증 말라리아 환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그리고 현지에서 기본 의약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회복 단계에 있는 많은 환자들이 계속 찾아왔다.

 

우리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당시에 예측했던 정도와 관계없이, 위와 같은 결과들은 이제 공식적인 보고 체계 속에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렇듯 의약품 공급 중단은 지금 남수단의 엄연한 현실인데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구조적 접근은 아직 명확히 세워지지 않았다. 또 다른 우기가 눈 앞에 닥친 가운데, 갑작스런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물류 여건도 더 나빠질 수 있다. 한 단체가 나서서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가 아닌 지금, 하나된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이에 우리는 모든 후원자, 관련 단체 및 당국에 다시 한번 요청한다. 완벽한 의료 위기를 막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이 위기는 이미 위태로웠던 인도적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최소한 지역민들이 생명을 살리는 의약품을 구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하지 않는다면 수천 명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며, 또 다시 이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과 아동들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 모든 주요 후원자들에게 이러한 우려를 표하고 수많은 양자 회의도 가졌으나, 우리는 이렇게 공개 서한의 형식을 빌려 다시금 우리의 호소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