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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리포터] Issue #13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유행 이후 10년...변화는?

2024.04.30

제가 현장에 갔을 때 한마디로 그 느낌을 표현하자면 '가혹하다'는 건데요. 

이게 더 잔인한 게 뭐냐면, 에볼라 감염이 사회적으로 약자, 그러니까 보호해야 한다는 어린이나 임산부의 경우에 굉장히 취약하고 사망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있는 동안 어린 환자 특히 5세 이하의 환자들이 꽤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한 명도 생존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너무 비참하고 안타깝더라고요.”_국경없는의사회 정상훈 활동가, 2015년 2월 JTBC뉴스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 (*다시 보기) 

현장에 나와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2014년 서아프리카를 휩쓸었던 에볼라 대유행. 그 엄청난 사망률과 전 세계가 함께 떨었던 공포.

아직 기억하는 분 있으십니까? 

 

국경없는의사회는 기억합니다. 

국제 인도적 지원 의료 구호 단체로서  국경없는의사회에게도 해당 활동은 설립 이후 당시 단체 역사 44년을 통틀어 최대 규모의 긴급구호 활동이었습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이 전염병 대응 활동에 지출한 비용만 한화로 약 1,391억원에 달했으니까요(*국경없는의사회의 2014-2015 에볼라 대응 내용 자세히 살펴보기)

 

2016년 1월 라이베리아가 42일간 신규 발병 사례가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에볼라 종식을 선언했고, 이는 서아프리카에서의 2014-2015 에볼라 대유행 사태 종식을 의미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해당 지역  마지막 에볼라 프로젝트 역시 2016년 10월 종료됐습니다.  

당시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이었던 조앤 리우(Joanne Liu)의 발언을 보실까요? 

오늘 마침내 에볼라 종식을 축하하고 안도할 수 있는 날이 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추후  다른 전염병 확산과 소외 질병들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지 배워야만 합니다. 이번 에볼라 대응은 국제 수단의 부족에서 국한된 것이 아니고, 피해 지역에 보다 신속한 지원을 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환자와 피해 지역 사회의 필요는 모든 질병 대응에 있어서 본질로 남아야만 하고 정치적인 관심보다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_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3만 명이 넘게 감염되고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데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다니?’

의아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는 안타깝게도 사실이며, 아직까지도 필요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처음 에볼라 바이러스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된 건 1976년.

이후 대응에 필수적인 백신과 치료제 없이 거의 반세기가 흘렀습니다.

2014년 사상 최대 규모였던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북미 및 서유럽 소재 선진 국가들 코앞까지 도달한 위협에 직면해서야,

에볼라 치료제 및 백신 관련 연구개발 자금이 비로소 극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후로 미화 8억 달러 이상의 공적 자금, 유관 국가 정부 및 비정부기구, 임상시험을 주관하거나 촉진시킨 학계 기관들, 치료제 시험에 직접 참여한 환자 및 생존자들의 필수적 기여가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드디어 두 가지 에볼라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해당 치료제들은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용을 권장했으며, 현재 WHO 필수 의약품 모델 목록(Model List of Essential Medicines)에 포함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적 현실은 아직도 엄연히 남아있습니다.  

현재 미국 제약회사 리제네론(Regeneron) 및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Ridgeback Biotherapeutics) 두 곳이 에볼라 치료제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치료제 대부분은 미국 국가 안보 및 생물학적 방어용 비축분으로 관리되고 있죠.

2020년 이후 5차례의 유행이 다시 발발하는 동안, 둘 중 한 가지 치료제를 받은 환자는 세 명 중 한 명 꼴에 불과합니다.

에볼라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조차 치료제를 쉽게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세계는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었고, 그래서 감염된 사람들이 치료시설에 오도록 설득하기가 어려웠어요... 이제는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이 있기 때문에 생명을 구하고, 질병을 예방하고, 에볼라 유행을 통제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들이 제공될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한 일입니다.” _닥터 아르망 스프레처(Dr. Armand Sprecher) / 국경없는의사회 공중보건 전문가 

국경없는의사회가 국제적 에볼라 치료제 비축분 구축을 촉구하는 옹호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의학적 해결책들이 2014년 에볼라 유행을 일으킨 가장 흔한 유형 자이르(Zaire)형 바이러스에만 효과적이라는 문제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유행 사태를 초래했던 에볼라 바이러스는 알려진 5종 중 2018년 백신이 개발된 ‘자이르형’이었죠. 그러나 2022년에 치사율은 50%로 자이르형보다 낮지만 아직도 대응 백신이 없는 ‘수단형’ 에볼라가 2022년 우간다에서 발발했습니다. 

연구개발 자금과 수급 관련 전 세계적 불평등만 정치경제적 문제로 남은 것은 아닙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질병의 대응 현장에서, 이는 가장 지역적인 문제기도 합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2018년 에볼라가 발발해 2019년 국제적 공중보건 위기 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확산했을 때도 적극 대응에 나섰던 국경없는의사회.

2019년에는 에볼라 치료 센터가 공격 사태를 겪어 해당 활동지 활동을 종료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2월 27일, 콩고민주공화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에볼라 대응을 담당하다가 제네바에 복귀한 직후였습니다. 병상 96개 규모인 부템보(Butembo) 에볼라 치료 센터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는데, 무장한 사람들이 침입해 총격을 가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그들은 치료 센터에 불을 질렀습니다.”_국경없는의사회 긴급 대응 코디네이터 트리시 뉴포트(Trish Newport) 

에볼라를 치료하는 센터가 왜 공격 받았냐고요?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실제적 대응에 중요한 것은 의학적 개입 뿐이 아닙니다. 지역사회에 불신과 오해가 만연해 있다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또 있습니다. 

에볼라가 발생한 이후 많은 단체가 몰려 왔는데, 이것은 에볼라가 모금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를 위했다면 우리에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어봤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에볼라가 아니라 가족의 안전이 더 중요하고, 자녀가 말라리아나 설사로 생명을 잃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에볼라는 우리가 아닌 당신의 우선순위입니다.” 

이 국경없는의사회의 당시 현장 직원 발언이 놀랍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시 현장 긴급 대응 코디네이터로 일한 트리시 뉴포트가 해당 사태에서 얻은 교훈과 생각을 자세히 공유한 바 있습니다. (*관련글 읽어보기

이때 국경없는의사회가 얻은 교훈은 ‘지역 사회 참여’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이는 모든 활동 현장에서 중요한 원칙이지만, 에볼라와 같이 오해와 루머가 공포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치명적 유행병 대응시에는 더욱 필수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볼라 종식을 축하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는 뉴포트의 말은 우리에게 아직도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깁니다.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댜유행 당시 북미와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느꼈듯, 변화하는 국제사회 환경과 한국의 참여도 속에서 우리도 이제는 에볼라를 ‘오래 전 일어난 먼 곳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014년에도 이미 서아프리카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한국은 에볼라 위협을 크게 느끼고, 국제적 책무를 다하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의료보건인력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 보건복지부 역시 국내 유입 상황 대비 안전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고요. 

한국은 여러 나라로 확산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_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 2014년 제 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 발언 

세계 최대 에볼라 유행 사태 이후 10년, 국경없는의사회의 대응 내용과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고요? 지금 아래 행사에 참여를 등록하세요. 

5월 9일 저녁, 10년 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위기 당시 국경없는의사회 시에라리온 소재 에볼라 관리 센터에서 지원 활동을 했으며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 엠마 캠벨이 자세한 영상과 생생한 현장 경험을 나눕니다. 

에볼라 유행시 가장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겪는 이들이 치료제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은 비도덕적입니다. 역량있는 제조사들에게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기술을 이전하라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요구를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한국 의료 및 생명공학 분야 제조사들의 경우, 성공적 기술이전을 통해 콜레라나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등 중저소득국에 영향을 끼치는 소외된 질병들의 치료제나 백신 생산 증량에 기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제 전지구적 공공보건 영역에서 한국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모두가 사는 곳에 관계없이 꼭 필요한 의약품 접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_엠마 캠벨,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지난 10년 동안 얻은 명확한 교훈은 민간 기업이나 정부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의약품 접근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그리고 향후 에볼라 치료제와 예방 도구가 보다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하려면 공적 자금으로 개발되는 의료 도구의 연구개발 과정 초기부터 전지구적 접근성이 보장되는 조건을 부과하고, 시험에 참여한 지역사회의 치료제 접근성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10년 전에 겪었던 비극적인 인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다음 유행에 지금 대비해야 합니다. 기타 유형의 바이러스를 포함한 에볼라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의료적 도구 접근성에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_닥터 마르시오 다 폰세카(Dr. Márcio da Fonseca),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감염병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