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 로힝야족을 향한 폭력 사태 후 2년, 여전히 보이지 않는 해결책

2017년 미얀마군의 폭력 탄압으로 로힝야족 74만여 명이 피난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이주한 지 2년이 지났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 난민은 91만 명에 이른다. 현재까지도 로힝야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지원 노력이 부족해, 로힝야 난민들은 권리를 박탈당한 채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


미얀마 라카인(Rakhine) 주의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은 지난 수십 년간 정부로부터 배척당하고 박해받아 왔으며, 이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2년 전 로힝야족을 겨냥한 폭력 사태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지만 이후 법적 지위를 상실한 로힝야족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실질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년간 로힝야족이 겪는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정부와 함께 외교적 노력을 배가하며,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소외된 로힝야 난민에 대한 법적 인정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베노아 드 그리세(Benoit de Gryse) ㅣ미얀마•말레이시아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매니저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만난 로힝야 난민 비비 잔(Bibi Jan)과 5살 아들. ©Dalila Mahdawi/MSF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돈이 없어요. 난민 캠프를 떠날 수도 없고요. 아이들의 미래를 계획할 수 없죠.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식량 배급을 받지 않고 스스로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_비비 잔
 

로힝야족은 미얀마를 떠나 여러 국가로 이동했지만 모든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다. 방글라데시로 이주한 로힝야 난민은 이주 당시부터 지금까지 대나무로 지어진 정착촌 거처에서 머물고 있으며, 이동하거나 일을 하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외부의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로힝야 난민 정착지인 콕스바자르(Cox’s Bazar)의 진료소에서 열악한 생활 환경에서 깨끗한 화장실과 식수가 부족해 여러 질병에 걸리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매달 수만 명을 치료하고 있고, 2017년 8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130만 회의 진료를 진행했다.

고얄마라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치료받는 로지아와 2개월된 아들 주바르. 병원에 입원한 많은 아이들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의 출산과 출생 후 맞이하는 열악한 환경으로 전염병에 걸렸다. ©Pablo Tosco/ANGULAR
미얀마에 남아 있는 로힝야족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암울하기만 하다. 1982년 시민권법에 따라 이들은 실질적으로 무국적자가 되었고 최근 몇 년, 시민권부터 교육, 결혼, 가족 계획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이동의 자유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까지 박탈당했다. 2012년에는 로힝야족과 라카인 지역 주민 간 폭력 사태가 일어나 온 마을이 파괴되기도 했다. 이후 라카인 중심에는 실향민 캠프가 형성돼 로힝야족과 카만 이슬람교도 12만 8천 명이 과도하게 밀집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동과 생계유지 활동이 제한되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 시설과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잠톨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1차 진료소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Anna Surinyach

미얀마 라카인 주에는 6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이 살고 있는데, 미얀마군과 라카인 무장 단체인 아라칸군(Arakan Army)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로힝야족과 이곳 지역사회가 피해를 받게 되자 로힝야족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50세 로힝야 난민 쇼르는 태국에서 밀수꾼에게 구타를 당하다 도망쳐 나와 2019년 4월 말레이시아 페낭에 도착했다. ©Arnaud Finistre/MSF

“집세 낼 돈이 부족해서 그저 하루하루 그날 잘 수 있는 곳에서 잡니다. 살아남으려 최선을 다합니다.” _쇼르 물르크
 

말레이시아 또한 지난 30년 동안 로힝야족의 발걸음이 이어진 곳이지만 이곳의 현실도 불확실하기만 하다.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합법적 노동을 할 수 없어 말레이시아 내 암시장 거래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과정에서는 착취나 채무 강제노역, 사고를 당하기 쉽다. 로힝야 난민들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치료받을 곳을 찾는 행위만으로도 구금 센터에 수용되거나 추방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