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기후위기는 보건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취약

지구와 인간의 건강을 위해 우리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

마리아 게바라Maria Guevara l 국경없는의사회 국제본부 의료활동 총책임자

기후변화는 의료보건 분야에도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인도주의에 기반한 의료 구호단체로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미 전 세계 70개 국가 이상에서 우리가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가 야기하고 있는 의료보건 문제를 목도하고 있다.

올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강타한 강력한 사이클론 모카로 인해 지역사회뿐 아니라 난민캠프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수년간, 2013년 중부 필리핀을 초토화한 하이옌(Haiyan)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에서 수많은 집과 건물을 파괴한 대규모 홍수 재해를 야기한 강력한 태풍들이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비단 사이클론과 태풍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7월은 지구가 174년 만에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캐나다에서는 산불이 발생하고 프랑스, 스페인,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나타났으며, 미국 플로리다와 호주 해안가 지역에도 강력한 해양 열파가 발생했다. 요컨대 이러한 기상이변은 세계 전역에서 보다 빈번하고 강력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눈에 띄는 문제이지만, 기후 변화는 보건 문제, 특히 질병 유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들은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벡터 매개 및 식량 매개질환과 수인성 질병에 대응하고 있는데, 기후위기가 악화됨에 따라 이들의 발병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려된다. 현재 기록되고 있는 수치에 더해 향후 말라리아 연간 사례가 1,500만 건 증가하고 그로 인한 사망자는 3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뎅기열의 경우, 뎅기열이 가장 만연한 아시아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10억 명이 추가적으로 해당 질병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유럽 전역에서의 뎅기열과 치쿤구니야 같은 모기 매개 바이러스성 질병 증가에 대해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는 최소 30개 국가에서 콜레라 유행까지 발생한 것을 목도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기후변화도 확실히 그중 하나다. 또한 기후변화는 식량 불안정과 영양실조와도 관련이 있다. 폭염, 강수량 증가,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은 모두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에 피해를 야기해 농작물 수확량, 밭갈이용 가축, 어획량 등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로는 특히 비전염성 질병 확산, 강제 실향 및 이주, 분쟁 발발이 있다.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다 심화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미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영향을 목도하고 있으며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부터 중동, 아프리카 국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가는 곳마 다 막대한 지원 수요가 있다. 자원이 제한적인 국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최악의 피해를 견디고 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내 로힝야 환자들은 수십 년간 이어진 박해와 세계 최대 난민캠프에 발이 묶여 있다는 사실에 더해 홍수와 사이클론으로 인한 지속적 위협 아래 놓여 있다. 섬나라 키리바시 내 환자들은 기후 및 환경 변화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으며 보다 심화된 질병 위험에도 노출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지원 수요가 우리의 대응 역량을 넘어설까 우려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1.2도 상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들은 최대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가장 취약한 인구에게 재정·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책임을 져야 한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비롯해 기후위기로 가장 막심한 피해를 입은 국가 정부들은 전 세계 상위 오염 유발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감소 혹은 관리하도록 독려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조치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전 세계 리더들은 해결을 위한 약속을 내놓고 있다. 2023년 9월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보다 환경친화적이고 기후 대응 탄력성이 있는 의료보건체계에 대한 약정이 이루어졌다. 기후위기로 가장 큰 위협에 놓인 20개 국가 중 5개 국가가 회원국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탄소중립을 위한 야심찬 전략을 발표했다.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보건, 기후위기 완화, 자연재해 대응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진행됐다.

이제 우리는 중대한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원대한 계획이 발표되긴 했지만, 각 지역연합 회원국들은 이를 실제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위험한 수준으로 경로에서 이탈한 상태다.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인류 전체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사람과 단체들이 우리의 행동 자체가 문제점의 일부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도 있다. 지구와 인간의 건강을 위해 우리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