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한 해 1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 홍역

한국에서는 사라진 질병이라고 생각한 홍역. 하지만 작년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40명 넘게 나오며 또다시 확산 우려를 낳았다. 한국은 2014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홍역퇴치인증’을 받았으나, 해외여행 등을 통한 국내 전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홍역 확산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는 2018년 한 해 동안 세계 전역에서 홍역이 대규모로 발병해 976만 명이 감염되고 14만 20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홍역 사망자의 대부분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5세 미만 아동이었다. 홍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있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사망률이 더욱 안타깝다.


대규모 홍역 확산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2018년 중반부터 시작된 대규모 홍역 유행으로 지난해에만 31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75%는 아동이다. 이것은 국가 내에서는 10년만에 최대 규모이고,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홍역 확산이다.

홍역은 어린 아이들이 걸리기 쉬운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합병증이 생기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홍역이 영양실조나 말라리아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매우 위험하다.

11개월된 펨바(Phemba)는 어머니와 함께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홍역치료센터에 왔다. 펨바의 가족은 이곳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보건소 두 곳을 거쳐야 했다. 펨바와 쌍둥이 여동생은 홍역이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고, 동생은 도착한 직후 사망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환자가 매우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좀 더 일찍 온다면 예방이 가능한 합병증이 생긴 경우도 많다. 펨바는 이튿날 퇴원할 수 있었다. ©Simon Ming/MSF

하지만 사실 홍역은 백신을 통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 2회를 접종한 사람은 홍역 증상도 비교적 약하고 전염 위험도 적다. MMR 백신 예방 효과는 1회 접종 시 93%, 2회 접종 시 97%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같은 경우 소아의 MMR 백신 2회 예방접종률은 95-99%로 유지되고 있다.

조르진느(Jorgine)는 생후 5개월인데, 겨우 3kg이다. 홍역 백신은 9개월부터 접종할 수 있다. 조르진느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홍역으로 인한 호흡곤란, 기침, 발열과 발진 등의 증세를 보였다. 홍역뿐 아니라 영양실조도 심각한 상태였다. 홍역치료센터에서 4일간 홍역 및 영양실조 치료를 받아 다행히 상태가 호전되었다. ©Solen Mourlon/MSF

하지만 백신이나 예방접종 실시 기관이 부족하고 보건 시설 자체의 접근성이 낮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예방접종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다. 한 단위 그룹에서 홍역을 예방하려면 아동의 90%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범위하고 정기적인 예방접종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되어야 하는데,문제는 이 90%라는 예방접종률이 이루어지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 내 홍역 백신 공급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접종 시점까지 백신을 적정한 온도에 보관하기 위해 필요한 저온 유통 체계도 부족하다. 백신을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인력과 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필요는 막대하지만 국가의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결국 2019년 홍역은 콩고민주공화국의 26개 주 전역에 퍼졌다.

14개월 된 루툼바(Lutumba)는 발열과 기침, 설사 증상이 있어 12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왔고, 홍역 판정을 받아 홍역치료센터에서 치료받았다. 홍역치료센터에서 3일간 경과를 지켜보고 온전히 회복할 때까지 외래병동에서 3일을 더 보낼 예정이다. ©Solen Mourlon/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 여러 지역에서 홍역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년간 홍역 환자 치료와 더불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신규 발병 지역을 식별해 신속하게 개입하기 위한 감시 활동을 수행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 한 해 동안 5만 명이 넘는 홍역 환자를 치료했고, 81만 명이 넘는 아동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의 10개 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주요 홍역 유행지인 콩고센트럴(Kongo Central)주에서도 지난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홍역 환자가 가장 많이 보고된 보건 구역을 중심으로 대응 활동을 하고 있다. 홍역 전담 치료센터를 통해 합병증 환자를 치료하며, 현지 보건소에서는 일반 홍역 환자 치료, 감시 및 의료 시설 환자 이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로메인(Romain)은 예방접종 담당 간호사로, 다른 의료진과 함께 홍역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보건 구역 내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지도로 설명하고 있다.©Solen Mourlon/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