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실향의 아픔을 이겨내는 일

누구도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할 거예요

수년간 분쟁과 치안 불안이 계속되면서 이라크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 활동이 거의 멈춰 버렸습니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던 많은 실향민들에게는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하나, 정신건강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움 받기를 불편해합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 내 천막을 돌아다니며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룹 활동을 조직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치료를 받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설명했습니다.

나와르(Nawar)는 이라크 북부 술라이마니야 시 인근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4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의 지원을 받으며 우울증에서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이름은 나와르이고 올해 53살입니다. 제 아들 내외와 세 아이들, 둘째 아들 내외와 다섯 아이들, 그리고 셋쩨 아들까지 다 여기 있습니다.

우리집 근처에서 이라크 군과 이슬람국가(IS) 사이에 교전이 있었고, 우리는 모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IS가 밤새 총을 쏘았기 때문에 우리는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분쟁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집도 잃고, 전부 다 말이죠. IS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멋진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피난민이 돼서 집을 떠나게 된 거예요. 우리가 떠난 지 벌써 4년이 되었네요.

캠프에 있는 동안 굶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와서 도와 주었거든요. 하지만 모든 것을 잃어 버려서 우울해졌습니다. 전에는 농장도, 차도, 집도 있었는데, 그들이 다 빼앗아 갔습니다. 그들은 우리 집에 들어와 모든 것을 가져가서는 전부 부숴 버렸어요.

그곳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천국 같았죠. 하지만 결국 우리는 겁에 질려 달아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치욕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오다가 아이들 몇몇은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5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이동하기도 했어요.

캠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지금은 편안하게 지낸답니다. 하지만 누구도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가 심은 나무, 우리가 기른 벌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저는 친척들, 특히 사촌들이 그리워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제 사촌 3명은 살해당했는데, 그중 1명은 판사였어요. 아르빌에 살다가 가족들과 함께 집에 돌아오기로 했는데, 무장 단체에게 붙잡혀서 세 명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제가 우울하고 슬프게 된 건 그 때문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해 물었더니 사람들은 제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주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방문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주일에 몇 번씩 심리학자 분에게 제가 겪고 있는 문제를 설명했습니다. 저는 여기 와서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숨쉬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웃들에게도 찾아가 보고, 집 밖에도 나가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해 주시더군요. 호흡 문제는 고쳤습니다. 나쁜 꿈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는데, 심리학자 분이 도움이 될 만한 행동들도 알려 주셨습니다.” *환자의 이름은 가명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나와르 정신건강 지원을 받고 있는 나와르 ⓒMSF/Sacha My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