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타이즈는 지금 전쟁 중입니다

평상시에도 1분에 5번 정도 폭발음이 들립니다

아룬 제간(Arunn Jegan)은 2016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디네이터 아룬 제간 예맨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아룬 제간 ⓒAntonio Faccilongo

저는 최근에 타이즈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이곳 교전선 양쪽에서 여러 병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타이즈의 인도적 상황은 여기 오기 전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첫 1주일을 보내면서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이곳 사람들이 날마다 얼마나 많은 어려움에 부딪치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타이즈에 도착한 지난 1월에도 주변의 모든 교전선에서 폭력사태는 고조되어 있었고, 지난 며칠 동안에는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바로 이곳 사람들의 일상입니다.

지난 사흘간 우리는 117명이 넘는 전쟁 부상자들을 치료했고,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분쟁이 심화되면서 응급실과 수술실은 부상자들로 넘쳐났습니다. 하루 평균 70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받았으니까요. 우리가 치료한 환자들은 총상, 유산탄 부상, 지뢰 부상을 입었습니다. 너무도 충격적인 장면들을 보게 됩니다. 병원 직원들은 최근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어떤 직원들은 부상자들의 상태를 안정시키려고 거의 잠도 못 잔 상태로 일했습니다. 상태가 안정되는 환자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을 보니 무척 힘들었습니다. 혈액을 기증해 달라, 시체 운반용 부대를 지원해 달라 하는 병원들의 요청을 들으면서, 벌써 수년째 타이즈 사람들이 얼마나 가혹한 현실을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 분쟁이 격화된 이후로 예멘에서는 전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시내에 있는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사무실까지 와서 부상자를 치료하려고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교전선에서는 끊임없이 총격 소리와 폭격 소리가 들려옵니다. 교전선들이 우리 의료 시설에서 아주 가깝거든요. 이 때문에 직원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큰 압박을 느낍니다. 평상시에도 1분에 5번 정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니까요.

직원 하킴(Hakim)은 아이들에게 집 밖에 나가지 말고 실내에 있으라고 단단히 일렀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그런데 아빠는 날마다 어디 가는 거야?”라고 물었답니다. 날마다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는지, 이곳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잘 아실 수 있겠죠.

늘어난 의료 수요, 그리고 의료진과 의료 시설이 처한 치안 상황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우리 활동을 존중하고, 의료 시설을 안전하게 지켜주기를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 지원이 필요한 모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정성과 중립성의 원칙을 지키며, 환자의 소속을 묻지 않고 모든 부상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인도주의 단체들이 이곳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렸으면 합니다. 현재 타이즈는 예멘에서 가장 격렬한 분쟁이 일어나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이 너무도 많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타이즈에 남아 있는 소수의 의료 단체 중 하나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년간 타이즈 교전선 양쪽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교전을 보면서 특히나 이곳에서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경비원 무너진 부모님 집 앞에 앉아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경비원 ⓒFlorian SER IEX/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