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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연속된 위기를 마주한 소수민족 야지디

2020.08.18

이라크 신자르 지역. ©Emilienne Malfatto

이라크 북서부 신자르(Sinjar)의 야지디족 지역사회에 코로나19 대유행이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서 시행된 규제 조치로 이미 취약한 공동체의 일상과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  

2014년 이슬람국가(IS)가 신자르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고, 이라크 북서부에 주로 거주하는 종교적 소수집단 야지디(Yazidi)족은 이를 두고 ‘학살’이라고 불렀다. IS 무장세력은 남성 수천 명을 학살했고, 여성과 아동 약 6천 명을 납치하여 노예로 팔거나 성 노예로 만들었다. 2015년 도시를 IS로부터 되찾고 6년이 흐른 지금, 수많은 가정이 여전히 정신적 및 신체적 상처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일부는 아직도 실종상태인 가족을 찾고 있으며, 사망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슬퍼하기도 하고, 생계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라크 전역에서는 도시 간 이동이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신자르에서는 이러한 제한으로 주민들의 경제 상황과 일상이 큰 타격을 받았고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자르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주민이 빈곤선 이하로 살고 있으며 실업률이 매우 높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직업이 있던 사람들은 강제로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일을 하지 못해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되었다. 

“신자르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도시 외곽에서 하루 이틀씩 일하는 임시 노동을 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사업이 중지됐고, 사람들은 마을 밖으로 일을 찾으러 갈 수 없게 되었어요. 농사는 그간 투입한 노력이나 재원에 비해 소득이 매우 적고, 다른 지역의 상인이 오지 못하니 장사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곡식과 채소가 썩고 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도 주민들의 소득이 낮았는데 지금은 아예 없습니다.” _아이드 나시르(Aeed Nasir) / 시누니(Sinuni) 종합병원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책임자

“가정 폭력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나가서 일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통금이 완화된 이후, 많은 여성이 남편이 자신과 자녀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좌절과 걱정을 공격적인 행동과 분노의 형태로 가족들에게 표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자르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여기에는 봉쇄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심각한 우울증 증상인 자살 충동 또는 시도까지 보인 환자들이 많아졌어요.” _피비 욘케우(Phoebe Yonkeu) / 시누니 종합병원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매니저

신자르 주민들은 또한 이동 제한 조치로 의료 대한 접근성이라는 문제에도 직면했다. 

“통금령 이전에는 전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주민들이 쿠르드 자치구의 다후크(Duhok)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후크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모술(Mosul) 밖에 없습니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모술로 가려면 구급차를 타고 검문소를 지나야 해요. 환자가 모술에 있는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평균적으로 4시간이 걸립니다. 야지디 사람들은 2014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모술에 가는 것을 꺼립니다. 아랍어를 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기도 합니다.” _모리스(Shanna Morris) / 시누니 종합병원의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이라크 신자르의 시누니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환자를 모술에 위치한 나블루스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살피고 있다. © MSF

국경없는의사회가 응급 및 산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누니 종합병원은 신자르의 마을 주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러나 병원으로 오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검문소가 막혀 병원을 찾는 여성의 수가 줄고 있다. 

“외래 진료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하게 되어 산전∙후 진료나 가족 계획을 위해 병원을 찾던 여성들이 올 수 없게 되었어요. 응급의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동 제한이 조금 완화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 환자가 늘었는데, 가족 계획에 필요한 물품과 의약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아델레이드 데브라(Adelaide Debrah) /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한 야지디 여성이 2019년 9월 시누니 병원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를 돌보고 있다. ©Emilienne Malfatto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최근 이 지역에 있었던 공습과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 관련 단체에 대한 군사작전으로 인해 주민들은 더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역에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코로나19 피해 또한 지속되며 많은 주민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야지디족은 2014년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합니다. 대학살의 영향이 아직도 만연하며, 전사자의 합장묘지가 곳곳에 있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먹을 것을 살 돈조차 없습니다. 병원 직원들이 여러 번 환자들을 위해 직접 돈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신자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식수가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_아이드 나시르 (Aeed Nasir) / 시누니 종합병원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책임자    

시리아-이라크 접경지역 출신의 20세 여성 아말 무하마드가 2019년 9월 출산일을 앞두고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Emilienne Malfatto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8월부터 시누니 종합병원에서 응급 및 산과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정신 건강에 대한 필요가 크다는 것을 파악하여 시누니 종합병원에서 정신 의학 및 심리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정신건강 활동을 확대했다. 신자르산의 실향민을 위한 정신건강 활동 및 그룹 상담을 또한 진행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시누니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9만 명 이상의 주민이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해당 지역의 모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 시누니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14,581명을 치료했으며, 출산 755건 및 성·생식 건강 상담 8,702건, 정신건강 상담 1,434건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