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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대지진 10년 후 – 붕괴 위험에 처한 아이티의 보건 체계

2020.01.13

2010년 대지진이 아이티를 강타한 지 10년이 지났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대지진 당시 대규모의 긴급 구호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아이티는 또 다른 위기에 처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적·정치적 위기로 국가의 보건 체계는 붕괴될 위험에 놓여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대응 활동 당시 카르푸(Carrefour) 병원 건물 외부에 임시로 마련된 국경없는의사회 수술실. ⓒJulie Remy

아이티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하산 이사(Hassan Issa)는 "10년전 대지진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당시 이미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아이티의 보건 체계도 60% 이상 파괴됐다"고 말했다. "10년 후 대부분 의료 인도주의 단체들이 떠났고, 아이티의 의료 체계는 정치 및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2010년 1월 12일 규모 7.0의 지진이 아이티를 초토화시켰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진이 일어나기 19년 전부터 아이티에서 활동해왔다. 대지진으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의료 시설 세 곳 중 두 곳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이티의 긴급한 필요에 대응하며 당시 10개월 만에 35만여명을 치료했다. 이것은 국경없는의사회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긴급 구호 대응 활동 중 하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티에서는 경제난과 정치적 긴장이 심화되며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시설을 비롯해 모든 의료 시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7월 연료비 인상이 큰 사회적 위기를 촉발하며 의료 시설들은 의약품, 산소, 혈액, 연료, 직원 등이 부족해 기본적인 서비스 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산드라 르마르크(Sandra Lamarque) 국경없는의사회 아이티 현장 책임자는 “지진 이후 아이티가 받은 국제적 지원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고 당시 약속 되었던 지원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향했으나 아이티 주민들의 삶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경제적 기회 부족, 잦은 폭력 사태로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현재 아이티의 상황을 전했다.

2019년 포르토프랭스 마티상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안정센터는 매달 평균 2,450명의 환자를 받았는데 이 중 10%가 총상, 열상, 폭력으로 인한 부상 환자였다. 포르토프랭스 드후이야 지역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화상치료병원에서는 9월 총 141명의 중증 화상 환자가 입원했고 주로 사고에 의한 환자였다. 포르타피망과 같은 지방에서는 현재 아이티의 보건 체계의 위기가 보다 극명히 드러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오랜 기간 이 지역에서 응급 및 모성 보건 서비스를 지원해왔고, 입원이 필요한 심각한 환자의 경우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이제는 운영을 하고 있는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지역의 주요 병원과 혈액은행은 지난 10월 약탈당한 후 문을 닫았고, 여전히 온전히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2019년 12월 타바레 외상센터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가 사고로 부상을 입은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Leonora Baumann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가 내 경제 및 정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티 의료 체계가 대처할 수 없을 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활동을 확대했다. 지난 11월 포르토프랭스 타바레 지역에 50 병상 규모의 외상센터를 다시 열었으며, 문을 연지 5만에 574명의 환자를 받았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150여명이 입원했으며, 그 중 57%가 총상 환자였다. 또한 아이티 보건인구부를 지원하기 위해 의료기기 및 자재를 기부하고 의료 시설을 복구하며, 포르토프랭스의 주요 병원 의료진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남부 지역 포트살루트의 병원과 10개 보건소를 지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