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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난민촌 철거, 이주민을 위한 지속적인 거처와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2019.12.04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총괄 로린이 두 명의 통역사와 함께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이동 진료소 위치를 알리고 있다. ©Remi Decoster/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총괄 로린이 두 명의 통역사와 함께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이동 진료소 위치를 알리고 있다. 이동진료소를 고정된 장소에 설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난민과 이주민을 찾아가 알려야 한다. ©Remi Decoster/MSF

 

11월 28일 프랑스 정부는 파리 북부 포르트 드 오베르빌리에 (Porte d’Aubervilliers) 난민촌 일부를 철거했다. 이 난민촌에는 약 2천명이 파리의 외곽 순환도로를 따라 세워진 임시 텐트와 보호소에 살고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주기적으로 난민촌을 방문해 의료상담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2개 다른 단체*와 함께 파리의 난민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과 지속가능한 해결책 부재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지난 11월 6일 프랑스 정부는 2019년 말 전까지 파리의 모든 난민촌을 철거하고 약 3천5백명에게 무조건적으로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소극적인 조건부 대응

첫 철거 작업은 11월 7일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Porte de la CHapelle)과 생 드니 (Saint-Denis) 윌슨 대통령 거리 (Avenue du President Wilson)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공약과는 달리 무조건적으로 거처를 제공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수십 명이 다시 거리로 돌아오는 것을 봤다. 이들은 “필요조건의 행정적 기준에 미달”이라고 말했다. 철거 작업 중 텐트와 침낭이 모두 폐기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궁핍한 상태에서 다시 떠돌이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11월 28일, 포르트 드 오베르빌리에는 수백 명의 이주민이 일 드 프랑스 (Ile de France) 광역 행정구 버스를 타기 위해 줄 섰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버스를 타지 못했고, 500명 정도만 이동했다. 남겨진 이주민 중에는 철거 작업 중 텐트나 침낭이 폐기돼 더 이상 잘 곳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파리 라 샤펠 지역 난민 센터가 50명밖에 수용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주민은 다리 밑에서 텐트도 없이, 식량 또한 부족한 채로 지낸다.  © Mohammad Ghannam/국경없는의사회

파리 라 샤펠 지역 난민 센터가 50명밖에 수용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주민은 다리 밑에서 텐트도 없이, 식량 또한 부족한 채로 지낸다.  © Mohammad Ghannam/MSF

 

점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몰리는 이주민

프랑스 경찰청은 철거 작업과 병행하여, 포르트 드 라 샤펠을 포함한  몇몇 지역에 캠프가 재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 인력 배치를 보강하는 “복귀 방지(Zero return)” 전략을 도입했다. 이것은 이주민을 해산시키기 위해 공권력이 남용되는 것과 같다. 길거리로 내몰린 이주민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며, 그저 눈에 덜 띄게 만들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뿐이다.

이주민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 숨어 살 수 밖에 없다. 이 정책은 망명 신청을 어렵게 만들고, 이주민이 식량 배급이나 의료, 권리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며, 주거 체계로부터는 더더욱 멀어지게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미 2017년 포르트 드 라 샤펠과 2018년 밀레네르(Millenaire)에 경찰을 배치한 것이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을 보았다. 결과는 난민촌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진 것뿐이다.

포르트 드 라 샤펠 난민의 생활 환경. ©Antoine Kremer/국경없는의사회

포르트 드 라 샤펠 난민의 생활 환경. ©Antoine Kremer/MSF 

 

무조건적인 거처 제공과 지속가능한 해결책 필요

2015년부터 60회에 걸쳐 철거가 이루어진 지금,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시 한 번  재산 몰수, 일시적인 소개, 공권력 남용에 대해 경고하고자 한다. 60회 동안, 무조건적인 거처 제공과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으며, 이후 남성, 여성, 아이들까지 수많은 이주민이 다시 거리로 돌아오고, 이들이 다른 곳에 정착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막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을 이런 조건 속에 가두는 것은 존엄성을 헤치는 행동이며, 특히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지역에서 추방당한 모든 이주민에게 안정적인 거처와 의료 접근 및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철거 작업을 반복해선 안 된다.  


* 기아대책행동(Action Contre la Faim, ACF),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세계의 의사들(Médecins du Monde France) 외 22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