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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시리아: 안전지대까지 엄습한 폭격에 탈출 행렬 이어지는 이들리브

2020.02.25

시리아 북서부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동맹군의 공습에 더해 지상 공격까지 이어지며 시리아 내 마지막 남은 반대 세력 점령지에서 대규모 실향민이 발생했다. 최근 알레포(Aleppo) 서쪽의 도시와 실향민 캠프가 포격 당한 이후 안전한 지역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안전 지역을 찾아가는 차와 트럭으로 도로가 가득 찼다.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과 지상 공격으로 마지막 반대 세력 점령지인 이들리브 주에서 대규모 실향민이 발생했다. 터키 국경 인근 아트메(Atmeh)는 안전한 곳으로 떠나려는 차량으로 도로가 가득 찼다. 아트메에서 약 20km 떨어진 알 다나(Al Dana)까지 가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린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재 매우 절박한 상황입니다. 기존에 안전한 것으로 간주되던 지역에서 공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쪽으로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동쪽의 최전선과 서쪽의 폐쇄된 터키 국경 사이에 몰려 점점 설 곳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실향민 캠프의 생활 환경은 이미 매우 열악한데, 군사작전이 계속되어 새로운 실향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면 더 악화될 것입니다.”_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현장책임자 줄리엔 델로잔 (Julien Delozanne)

시리아 정부군은 다마스커스(Damascus)와 알레포를 잇는 고속도로를 장악한 후 서쪽으로 진군하며 알레포 서쪽의 인구 밀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2월 14일과 15일, 사르마다(Sarmadah) 인근에 위치한 캠프에 포탄이 떨어졌다. 이곳에는 이들리브(Idlib) 남부의 전투를 피해 온 사람 수 천명이 있었다.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텐트 또한  파괴되었다. 동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타카드(Takad) 또한 2월 13일부터 수 차례 공격을 받아 주민 대부분이 피신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최근 타카드에서 일어난 대포, 미사일, 전투기 공격으로 피신했습니다. 차량을 구할 수 없거나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우리도 의약품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있고, 의료적인 필요가 갈수록 긴급해지는 지역에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장소를 찾고 있습니다. 타카드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기초의약품을 남겨뒀습니다.”_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보건소의 책임자 무스파타 아자즈 (Mustada Ajaj)

알 아타렙(Al Atareb)에 있는 병원 또한 지난16일에 도시 내에서 일어난 공격으로 문을 닫았다. 이전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병원에 응급처치함을 지원했다. 다라트 이자(Darat-Izaa)에 있는 병원 또한 폭격에 대한 우려로 2월 17일 문을 닫았다. 그 결과 현재 알레포 서부 지역에는 운영 중인 병원이 단 한곳도 없다. 

이들리브 북부와 알레포 서부 사람들은 이미 이동을 반복하고 있는데, 최근 상황이 급변하며 더더욱 불확실한 상황 가운데 놓였다. 알레포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데이르 하산(Deir Hassan) 캠프에서 일하는 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는 “당장 내일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다만 현재 폭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정부군이 진군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 “우리는 두려움과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고 전했다.

유엔에 의하면 2019년 12월 1일부터 현재까지 시리아 북서부에서 87만 5천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실향민 캠프는 이미 과잉 수용 상태며 폭격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지역에 숙소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길가나 언덕에 텐트를 세우거나 야외에서 생활하고 있다. 

 “폭격에도 사망의 위험이 있지만, 캠프 내에는 다른 형태의 위협이 있습니다. 당면한 것은 아니나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사망의 위협입니다.“ _캠프에 최근 가족과 함께 도착한 실향민

 “폭격이 심해질 때 마다 실향민이 새롭게 유입됩니다. 대부분 피신한 지역에서 지낼 곳을 찾지 못해, 어디든 공간만 있으면 텐트를 세우고 지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 지역은 텐트로 가득 찼고, 터키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습니다. 텐트를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가정과 함께 생활합니다. 길가나 올리브 나무 아래 담요만 덮고 앉아있는 사람도 볼 수 있습니다. 걸치고 있는 옷 외에는 아무 것도 없이 피신한 사람들도 있습니다.”_데이 르 하산 캠프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이들리브 북부와 알레포 서부에는 임시 거주지가 산재해 있으며, 이곳에는 실향민이 겨울 추위 속 방한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2월 중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폭설로 많은 도로가 폐쇄됐다. 한 가정은 텐트 내부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질이 좋지 않은 연료를 사용해 4명 전원이 질식사했다. 한 실향민은 캠프 내에서 구호 물품을 배급 받으며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 “현재 캠프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난방도 식량도 없으며 보온을 위해 올리브 나무 잎을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12월 1일부터 이들리브 북부의 여러 지역에서 필수 구호물품을 배급했다. 시리아 군대의 공세를 피해 새롭게 유입된 실향민의 필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의료진이 치료한 환자 대부분이 겨울 추위와 열악한 생활 환경으로 인한 호흡기 감염 환자인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의료진은 또한 지난 몇 주간 상당한 수의 임산부와 아동을 치료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들리브의 여러 외딴 지역에서 필수 구호물품을 배급하며 새롭게 유입된 실향민의 필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부터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0여 개 캠프와 하림(Harim), 살킨(Salqin), 사르마다(Sarmadah), 킬리(Killi), 마라트 미스린(Maarat Misrin)의 임시 거주지에서 약 1만3천여명에게 담요와 방한복, 위생키트를 배급했다.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난방 재료를 지원하며, 캠프 내 수만 명에게 식수를 배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요가 크고, 국경없는의사회는 갈수록 실향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상 공격과 공습이 계속되면서 실향민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15-16일 사이 알레포 서쪽에 캠프 몇 곳의 사람들이 대피했다. 교통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터키 국경 인근 아프린(Afrin)이나 아자즈(Azaz)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보다 가까운 곳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목적지가 어디든 그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는 “분쟁이 9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지난 9년보다 올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