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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난민 수색구조선 시워치4(Sea-Watch 4)에 승선한 여섯 명의 활동가

2020.08.20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여섯 명이 승선한 구조선 시워치4(Sea-Watch 4)가 지중해 수색∙구조작업을 위해 출항했다. 박해와 분쟁, 극도의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지중해 횡단을 시도하는 난민과 이주민을 해상에서 구조하며,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 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 구조 활동 준비를 마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난민 수색구조선 시워치4(Sea-Watch 4)에 승선한 여섯 명의 활동가 ⓒHannah Wallace Bowman/MSF

 

일리나 안젤로바(Ilina Angelova) 인도적 지원 담당자 (불가리아) 

ⓒHannah Wallace Bowman/MSF

제가 맡은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갑판에 나가는 순간부터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언어 능력 뿐만 아니라 ‘인권 보호’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된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제 역할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육지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적절한 인도주의 단체에 안내하는 것입니다. 생존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죠. 

이 활동의 첫 번째 목표는 바다에 버려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고, 저의 역할은 구조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생존자들은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하고, 자신의 경험과 두려움을 공유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시워치4에 승선한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겪은 일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해양 경계선을 넘어 생사의 여정을 시도한 사람들을 대신해 옹호할 수 있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비극과 반복된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구조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 바다에서 죽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바바라 데크(Barbara Deck) 의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캐나다) 

ⓒHannah Wallace Bowman/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서 의료 지원을 제공하지만,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을 찾는 이 프로젝트는 보다 즉각적이고, 매우 대립적입니다. 단지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죠. 우리가 선상에서 만나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그동안 방치된 일차적이자 인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폐에 물이 찬 경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에서부터 오랫동안 방치된 만성 질환 증상들을 치료하는 것까지, 이 활동은 제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는 이유가 실현되는 순간입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존엄성과 함께 말입니다.  

현재 지중해 중부의 현실은 인간의 삶보다 정치를 우선시한 정책의 결과입니다. 바다에서 배가 침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나, 사람들이 리비아의 고통스러운 환경으로 다시 돌려보내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은 각국과 지역사회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비판적 성찰의 시기에 우리는 바다에 버려진 사람들에게도 주목해야 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보이지 않는 무덤’인 바다 위, 우리에게 있는 책임에서 눈을 돌릴 수 없습니다. 

 

마리나 고지마(Marina Kojima), 조산사 (일본) 

ⓒHannah Wallace Bowman/MSF

저는 2016년 아쿠아리우스호에서 처음 수색구조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여섯 번째 활동 중 저는 남자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분만을 도왔습니다. 산모는 자정에 구조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산모를 대피시킬 방법이 없어 결국 다음날 오후 선상에서 분만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배 위에서 엄마와 아기가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중해 한가운데 떠있는 구조선 위에서 삶을 시작하는 한 생명에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하선할 때쯤 우리는 여섯 번의 구조 작업을 더 했고 600여명을 구조했습니다. 

첫 번째 활동을 마치고 저는 남수단과 카메룬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사람들을 만났고, 몇몇은 가족이 이미 리비아로 떠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차마 리비아의 현실이나 그곳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오션바이킹호를 타고 지중해로 돌아왔을 때 저는 생존자들로부터 리비아의 끔찍한 상황에 대해 다시 들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저는 유럽 국가들이 국경에 있는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점점 더 회피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동시에 지중해 중부에서 익사하는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다짐을 지켜온 동료들을 보면서 자랑스러웠습니다. "유럽행을 시도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쉽죠. 하지만, 제 경험상 난민들은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이곳에 있어야 합니다. 바다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나 월리스 보우먼(Hannah Wallace Bowman) 현장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영국) 

ⓒHannah Wallace Bowman/MSF

한 사람이 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60초입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훨씬 짧습니다. 

이것은 지중해에서 구조된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사람들은요. 대부분이 예외 없이 지중해 횡단의 위험을 알고 있고, 바다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알거나 다른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익사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왜?"라고 묻곤 했습니다.   

왜 바다 건너 수백 마일 떨어진 대륙에 대한 희망만으로 배에 오르는 걸까요?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요. 제가 이런 질문을 하면, 제가 이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들이 옳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막을 지날 때의 순간들, 구금센터와 고문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도 말입니다. 상상해보려 하지만, 저는 그 극단적인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할 확률이 절반도 되는 않다는 걸 알면서도 떠나게 만드는 상황 말입니다.  

현재 달라진 점은 제가 활동을 나갈 때 선택했던 ‘불확실성’이 이제는 '본국'에서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저는 이동이 제한되고, 제 자신과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 말입니다.   

우리가 떠난 육지는 현재 보건 비상사태의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예전보다 더 무섭고 낯선 곳처럼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제는 고립된 곳에서 누군가를 바다로 내모는 실존적 위협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부모의 의지에 더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두워지는 바다 위 불과 몇 밀리미터 두께의 고무보트에 의존한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니에크 크롬바흐(Aniek Crombach), 의사 (네덜란드) 

ⓒHannah Wallace Bowman/MSF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닿는 것이 더 어려워지면서, 인도적 지원 제공에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구체화시켜 취약계층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유럽에서 자라면서 안전한 환경 속에서 여행이나 교육의 기회가 많았습니다. 특히 의사가 된 이후 이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제가 앞으로 만날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를 횡단하는 위험한 여정을 시도하는 이유는 이것이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목적과 다짐을 다시한번 세우게 해줍니다. 우리 활동에 점점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장애물이 늘어가고 바다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데 장벽이 많아져도 말입니다.  

저는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와 활동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불확실한 시기에 중요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구조 활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알렉산드르 알라드, 간호사 (캐나다) 

ⓒHannah Wallace Bowman/MSF

저는 방금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왔습니다. 그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 및 에볼라 대응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큰 프로젝트 팀이었고 저는 관리직에 있었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다를 것입니다. 의료진 네 명 중 한 명으로서 저는 활동에 직접 투입되어야 합니다. 

구조 활동 동안 저는 시워치4에서 배치한 소형 고속보트에 탑승해 '최초 접근'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때 조난당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식불명이거나 심각한 의학적 필요가 있는 환자를 초기 분류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익사나 외상 관련 부상과는 별도로 탈수, 탈진, 연료에 노출되어 나타나는 증상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여성과 아동이 몇 명인지 확인하고,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공황이나 불안 증상 등을 살필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활동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복잡해졌고, 우리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선박에서 감염 예방 및 통제의 역할도 감당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적절한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높은 수준의 청결 및 위생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 등입니다.  

저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준비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