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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리비아: 구금센터 화재로 망명신청자 사망

2020.03.06

지난  2월 29일 토요일 밤에서 3월 1일 일요일 사이 리비아 트리폴리 남쪽 나푸사(Nafusa) 산맥에 위치한 다르 엘 제벨 (Dhar el Jebel) 구금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구금센터에는 500여명의 난민과 이주민이 임의 구금 되어있으며, 각 수용실은 과밀집 상태이다. 이 화재로 26세 에리트리아인 남성 한 명이 사망했다. 

 

화재가 일어난 수용실 전경. 좌측 아래 철골만 남은 침대가 보인다. 구금센터는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질병이 빠르게 퍼진다. 현재  많은 난민과 이주민이 결핵을 앓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 5월부터 외딴 곳에 위치한 이 구금센터에서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현재는 화재로 손실된 물품을 대체하기 위한 기초생필품을 보급하고 생존자를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50명이 생활하던 건물 한 동이 파괴됐으며 다른 건물도 일부 피해를 입었다. 12월에도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으나 당시에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심리 상담가의 보고에 따르면 사람들이 큰 절망감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충격에 빠졌고, 끝없이 반복되는 정신적 외상에 감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번 화재와 안타까운 청년의 사망은 이들이 리비아에서 겪은 극심한 학대와 충격적인 사건에 더해져 고통을 배가시켰습니다. 수 개월 혹은 수년째 구금되어 있는 환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고립되어 있는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망명 신청이 처리되는 것뿐 입니다. 어떻게든 리비아를 벗어나고 싶어합니다.”_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 크리스틴 니벳 (Christine Nivet)

현재 다르 엘 제벨 구금센터에 임의 구금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되어 있는 에리트리아 또는 소말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다. 안전한 곳을 찾아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들은 위험한 여정 동안, 특히 리비아에서 끔찍한 일들을 겪었다. 본인 또는 친척에게 돈을 갈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신매매단에게 납치 당해  고문을 당한 사람들도 있다. 안전한 곳을 찾아 유럽으로 가고자 지중해 횡단을 시도했으나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트리폴리의 구금센터로 끌려온 경우도 있다. 2018년 8월 리비아 수도에서 민병대 간 분쟁이 일어난 후 트리폴리 구금센터에 있던 사람들은 나푸사 산맥에 위치한 시설로 옮겨졌다. 분쟁 최전선에서는 멀어졌으나 동시에 대중의 이목에서도 멀어지며 사실상 아무런 지원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었다. 2019년 5월 다르 엘 제벨 구금센터를 처음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은 충격적인 의료적 상황을 목격했다. 결핵이 수 개월 째 유행하고 있었고, 2018년 9월부터 2019년 5월 사이 최소 22명의 난민과 이주민이 결핵 또는 다른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

최소 2,000명 이상의 난민과 이주민이 여전히 어떠한 법적 절차 없이 리비아 내 열악한 구금 센터에 기약 없이 갇혀 있다. 이곳에서 난민과 이주민은 열악한 생활 환경과 지속적인 학대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이들을 리비아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안전한 국가에서 제공되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 분쟁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은 계속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바다로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다시 리비아로 돌려보낸다. 이곳에서 난민과 이주민은 다시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섰지만, 시간이 갈수록 리비아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다르 엘 제벨 구금센터에서 우리가 치료한 환자 중에는 구금된 지 3년이 넘은 사람도 있습니다.  의료진으로서 우리가 구금된 사람들의 고통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환자들은 여전히 해로운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으며, 이들의 국제적 보호에 대한 필요에는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리비아 내 난민과 망명 신청자의 이동과 재정착을 즉시 확대해야 합니다.”_크리스틴 니벳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내 난민과 이주민의 임의 구금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난민과 이주민을 이동시킬 대책이 수립되는 동안, 가장 취약한 인구가 안전과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호소를 비롯해 보호 체계가 신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유럽은 바다로 탈출하려는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강제 송환을 중단하고. 안전한 국가에서는 생존자를 위해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