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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예방 가능한 자궁경부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

2020.03.04

말라위 밀레파 보건소에 자궁경부암 검진을 위해 여성들이 앉아있다  © Luca Sola / MSF

자궁경부암의 ‘불평등’

2018년 한해 동안 전 세계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여성은 약 31만1000명이며, 그 중 85%는 개발도상국의 여성이다. 또한 한 해 동안 57만 명이 새롭게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자궁경부암이 나타나는 모습은 ‘불평등’하다. 42개 국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다른 어떤 암보다도 더 많은 여성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스위스에서는 암 중에서 가장 사망률이 낮다.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말라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며, 말리, 짐바브웨가 그 뒤를 잇는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이 적게 나타난다. (출처: 란셋 세계 보건 보고서)

한국에서도 자궁경부암 발생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것은 무료접종사업과 자궁경부암 국가 검진사업 등으로 예방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출처: 보건복지부)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많은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는 것일까? 우선 자궁경부암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 수치는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 세계는 지금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 세베린 칼루웨트 박사 (Dr Severine Caluwaerts), 국경없는의사회 산과 전문의

자궁경부암은 어떻게 생길까?

대부분 자궁경부암은 성적 접촉으로 전염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의 지속적인 감염으로 발생한다. 이것은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HPV는 100 종류가 넘지만 특히 두 종류, 16번과 18번이 치명적이며, 모든 자궁경부암의 70%가 이 두 종류에 의해 발생한다. 

대부분 여성은 감염이 되어도 바이러스가 즉각 소멸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만성 감염이 자궁경부 세포에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전암(암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암이 될 확률이 비교적 높은 병적인 상태)’이라고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이것이 15-20년에 걸쳐 ‘조용히’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HIV 양성인 여성과 소녀에게는 HPV 감염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타나는데, 다른 여성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말라위에서는 암을 발견하는 시점이 늦기 때문에, 평균 진단 연령이 49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완치가 어렵고, 암으로 인한 고통도 수반하게 된다. 이 여성들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경우다.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은 어떻게 예방할까?

자궁경부암 예방은 HPV에 노출되기 전, 빠르면 9세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방의 첫 단계는 9세부터 14세 사이에 HPV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사항이다.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2019년 8월 기준 만 12세 여성 청소년의 절반 가량이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단계는 전암 검진과 치료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검진 및 치료’ 과정을 통해 전암 상태를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으면 재발에 빠르게 대처하고, 필요한 경우 더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통역가 티페라(Tifera)가 리사오 초등학교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학생들의 순서를 안내하고 있다. 예방접종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 MSF

예방접종

2006년 첫 번째 백신이 도입된 이후, 호주와 같이 초기에 활용을 시작한 국가에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머지 않아 고소득 국가에서는 자궁경부암을 퇴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제약회사 두 곳에서 암을 유발하는 HPV 유형에 대한 백신 세 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제약회사 머크(Merck)는 이 중 두 종류의 판매량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머크는 자궁경부암의 피해가 가장 큰 국가의 수요는 충족하지 못했다.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는 백신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머크가 유럽과 북미 시장과 같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소득 국가의 79%가 예방접종을 시작한 것에 반해 저소득국가는 21% 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렇듯 백신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는 일부 국가에서 ‘9세 아동’과 같은 단일 연령 집단에만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 결과 국경없는의사회는 HPV 예방접종을 실시하기로 한 국가에서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소외 받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예방접종과 관련해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활동에도 제한을 받는다.

두 소녀가 접종 기록과 부모님의 동의가 담긴 서류와 본인의 신분증을 손에 들고 있다. 예방 접종을 위해서는 두 서류가 꼭 필요하다.© MSF

현재 추산에 따르면 말라위는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매년 신규 발병률은 두 번째로 높다. 2020년 1월 전국적인 HPV 예방접종 캠페인이 두 번째로 실시되어, 9세 소녀를 대상으로 1회차, 10세 소녀를 대상으로 2회차 접종이 진행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라위 보건부와 함께 8일간 치라줄루의 지방에서100개 학교와 17개 보건 구역에서 8,500명 이상의 소녀를 대상으로 예방 접종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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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

2018년 국경없는의사회는 5개 국가에서 2만 명 이상의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검진을 제공했다. 전암 진행을 막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개입한 단계다.

HPV 예방접종도 효과적이지만, ‘검진’ 또한 자궁경부암 예방의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오늘날 많은 여성이 백신이 도입되기 전 이미 성장했고, 어린 소녀 중에도 여전히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소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진을 받으면 치료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많은 개발도상국이 어려움을 마주한다. 

따라서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환자가 한 번 지역 보건소를 방문했을 때, 하나의 의료 제공자에 의해 가능한 모든 ‘검진 및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간호사와 조산사는 'VIA(visual inspection with acetic acid, 묽게 만든 초산 용액을 자궁경부에 발라 희게 변하는 부위를 찾아내는 검사법)’을 사용해 육안으로, 또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을 활용해 자궁경부의 이상이나 전암 상태를 발견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또한 이후 발견한 것을 정해진 범위 내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장비를 갖춘다. 전류 프로브를 사용해 병변을 냉동하거나(크라이오테라피-저온을 이용한 치료법) 열을 가해(온열 치료법) 제거할 수 있다. 상담을 포함 한 전체 진료는 30분 내에 끝난다.

짐바브웨 구투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지탄도 병원 간호사 에반스가 'VIA(visual inspection with acetic acid, 묽게 만든 초산 용액을 자궁경부에 발라 희게 변하는 부위를 찾아내는 검사법)’을 사용해 자궁 경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Nyasha Kadandara/MSF

현장에서 치료할 수 없는 전암 상태는 ‘원추 절제술(조직 검사와 병변 제거를 위해 자궁경부를 원추형으로 도려내는 시술, LEEP)’을 받아야 한다. 암이 의심되는 경우 국경없는의사회는 조직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검진과 치료에 필요한 인프라와 장비를 비교적 단순하게 하는 것은 비용이나 거리, 또는 복잡한 자원으로 정교한 분석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비용 효율이 높은 전략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또한 이런 방법을 시행해 더 많은 여성에게 ‘검진 및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필리핀에 차량 진료소를 운행하거나 짐바브웨에 임시 진료 텐트 등을 설치한 것이 그 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부 또는 지역 협력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간호사 멘토링을 진행하고, 동료 평가 및 전문가 지원을 통한 정기적인 치료 질 보증 도입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지역사회 참여는 필수적인 요소다. 검진과 치료를 통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과 증상이 있을 때까지 방치하면 너무 늦다는 것, 긍정적인 검진 결과는 암을 진단받는 것이 아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짐바브웨 구투 지역에서 현재 검진과 치료를 받은 여성의 비율은 유치 인구의 75%에 이르렀다.

자궁경부암이 진행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술

검진을 놓쳐 암이 진행된 경우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자원이 제한적인 개발도상국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항암·방사선치료는 더욱 어렵다.

자궁경부암은 퍼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초기에만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궁적출술에 이어 병원에 오랜 시간 입원해야 하는 것은 여성과 가족에게 여러 가지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말라위 프로그램 내 예방과 치료의 모든 범위를 완료하기 위해 2019년 12월 수도 블랜타이어에 수술실과 입원 병동을 열었다. 한편, 짐바브웨와 말리에서는 이러한 수술과 입원이 가능한 전문 병원으로 여성들을 이송하는 것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5개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자궁경부암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짐바브웨: 국경없는의사회는 짐바브웨 구투(Gutu)에서 아세트산과 자궁경부확대촬영을 이용한 육안 검사(VIAC)를 이용해 자궁경부 이상과 전암 상태의 병변을 검진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장에서 전암 치료 (크라이오테라피-저온 치료법)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송한다.

필리핀: 필리핀에서는 현지 단체 리칸(Likhaan)과 협력해 수도 마닐라에서 자궁경부암 검진과 크라이오테라피를 제공하며, 기타 성·생식 보건 서비스 또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9세에서 13세 사이의 소녀 22,000명을 대상으로 HPV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에스와티니: 국경없는의사회는 2016년부터 에스와티니에서 VIA 검진과 크라이오테라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9년 에스와티니 보건부에 프로젝트를 인계하기 전까지 간호사 교육을 지원하고 간호사 주도의 진단을 위한 이동 진료 및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말리: 말리에서는 수도 바마코에서 자궁경부암 치료를 포함한 종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포인트지 대학 병원(Point G University Hospital)과 각 환자의 가정에서 통증완화 치료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바마코에서 여성을 위한 암 검진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말라위: 말라위 치라줄루와 블랜타이어에서는 통합적인 자궁경부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HPV 예방접종과 더불어 검진 및 전암 치료 등을 제공한다. 작년 11월 새로운 수술실을 열어 수술과 통증완화 치료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불평등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국경없는의사회는 40, 50대 여성들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시점이 너무 늦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여성들은 이 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회에서 고통 받으며 상태가 악화되었는지도 모른다. 설명되지 않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거나, 일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암은 이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사회에서 거리를 두게 했을 것이다. 

자궁경부암의 고통과 부담 때문에 통증 완화 치료에 대한 필요 또한 대두되었는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여기에서도 ‘불평등’을 인식했다. 

말리의 수도인 바마코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치료가 가능한 유일한 병원에서 병원 및 가정 기반 통증 완화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환자의 약 50%가 시외에서 온다. 이 프로그램은 증상 예방과 관리, 통증 완화, 정신사회적 지원을 포함한다. 여성들은 또한 항암치료, 비 종양 장애, 종양으로 인한 부상의 부작용을 치료 받는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또한 일주일에 2회, 극빈 가정이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갈 수 없는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필리핀 마닐라 항구 여러 부두와 연결된 톤도 빈민가에서  진행한 대대적인 지원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린 소녀 2만 5000명을 대상으로 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 Hannah Reyes Morales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을 끝낼 수 있을까?

고소득국가에서는 자궁경부암 치료에 엄청난 발전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와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5월 열리는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자궁경부암 퇴치를 위한 전략안’을 상정했다. 예방접종, 검진과 치료를 확대하지 않으면 사망률은 계속해 늘어날 것이다. 

우선,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개발도상국의 소녀들을 위해 HPV 백신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이 백신은 모든 국가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와 같은 인도주의 단체에게도 적절한 가격에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여성을 검진하고 치료하는데 있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훈련된 보건 인력과 원활한 자재 공급이 필요하다. ‘검진 및 치료’는 지방의 1차 진료소나HIV 프로그램과 같은 기존 의료 서비스에 통상적인 치료 중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검진 또한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HPV 검진과 같이 보다 새롭고 민감한 검사법을 도입해 빠르게 암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2017년과 2018년 사이 국경없는의사회는 검진 및 치료 범위를 두 배로 늘리고 확장 가능한 치료 모델의 근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자원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것은 거대한 문제에 비해 적은 노력이다.

암 치료 또한 확대가 시급하다. 사망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암을 일찍 발견한 여성들은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나 수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들과 지역사회가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심리사회적 지원 또한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한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사실상 이 여성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