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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납치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이주민, 막혀버린 출구

2020.02.14

멕시코 이주 루트의 중간 지점 코아트사코알코스(Coatzacoalcos)의 이주민. ©Christina Simons/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멕시코 테노시케(Tenosique)에서 범죄조직에 납치되어 물리적 폭행과 성폭력을 당한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11명에게  의료 및 심리 치료를 제공했다. 타바스코(Tabasco) 주 남부에서는 범죄조직이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다. 이미 부상을 당했고, 이후 멕시코에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온두라스 이주민 11명 중 10명은 테노시케를 떠나 미국 망명을 위해 이주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최근 강화된 멕시코 남부 국경 국가 경비대의  국경 통제를 피하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납치를 당했다. 이들은 5명, 6명씩 나뉘어 국경을 넘은 직후, 범죄조직 일원으로부터 “한 명당 800페소를 지불하면 미국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이후 범죄조직은 이주민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어떤 집으로 데려가 감금하고 폭행했다. 이들은 24시간 가량 인질로 잡혀 폭행과 성폭력을 당했고, 친척이 몸값을 지불할 때까지 고문을 당했다. 

 “이들은 이후 멕시코에서 다시 폭력 사건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미국행을 시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것은 이주민이 멕시코에서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본국의 폭력과 빈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납치 사건은 독립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타바스코에서 이주민에 대한 폭력, 고문, 학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습니다. 이곳은 전혀 안전한 이주 경로가 아닙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멕시코 정부가 국경에 군을 배치함에 따라 이주민의 상황이 더욱 취약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중앙 아메리카 이주민은 오직 그 출신과 신분 때문에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미국 망명을 거부하거나, 망명 신청이 처리되는 동안 강제로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것은 이주민을 큰 위험에 빠뜨립니다.”_세르지오 마르틴(Sergio Martin)/국경없는의사회 멕시코 현장책임자

멕시코 남부와 북부 국경을 잇는 화물 열차 비스트(Beast)를 타고 이동하는 이주민이 주로 쉬어가는 환승 지점. ©Christina Simons/MSF


국경없는의사회는 2월 11일, 중앙 아메리카 이주민 및 망명 신청자 48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 <멕시코:No Way Out-막혀버린 출구> 를 발표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9%가 본국을 떠나기 2년 이내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며, 45.8%가 이주의 주요 원인을 ‘폭력의 위험’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동을 동반한 이주민 75%가 폭력조직 활동에 참여 강요 등 폭력으로 인해 본국을 떠나게 됐다고 응답했다. 많은 이주민이 멕시코를 통과하는 이주 루트에서도 폭력을 경험한다. 응답자 57.3%가 폭행, 갈취, 성폭력, 고문 등 여러 형태의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멕시코 내 중앙 아메리카 출신 망명 신청자는 납치 및 폭력의 특정 대상이 되기 때문에, 목숨에 위협을 받습니다. 안전한 법적 대안 없이는 이들이 인신매매와 범죄조직의 수중에 있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범죄조직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이것은 이주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_마르틴/국경없는의사회 멕시코 현장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