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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세계 최대 난민 캠프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경없는의사회

2020.05.13

100만 명을 수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에서 의료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커다란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속에서는 더욱 어렵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방글라데시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시설을 신속히 확장하고 있으며, 로힝야 난민 캠프가 밀집되어 있는 콕스바자르 지역의 진료소에 격리 병상을 마련하기도 했다. 감염 예방 기본 조치부터 코로나19 환자 관리에 관한 프로토콜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의료적 대응에는 사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환자를 보호하고 치료하고, 일반 환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치료를 보장하며, 효과적인 지역사회 참여와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의 의료진과 직원이 필요하고 의약품 공급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 보조 나즈룰 이슬람(Nazrul Islam)와 보조 간호사 마하부바 카툰(Mahabuba Khatun)이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잠톨리 1차 진료소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에 대비해 진료소를 방문하는 모든 환자를 선별·분류하고 기침,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한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환자 사이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대기 구역으로 보내진다. ⓒMSF/Daniella Ritzau-Reid

식수위생 관리자 콰사르 모하마드 샤밈(Kawsar Mohammad Shamim)와 간호사  오푸 비스와스(Opu Biswas)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 치료센터에서 개인보호장비(PPE) 착용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이 치료센터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2017년 설립된 감염병 치료센터로 콜레라와 디프테리아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 병상 약 160개 규모이며, 현재 로힝야 난민캠프와 인근 방글라데시 지역사회의 코로나19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준비하고 있다. ⓒMSF/Daniella Ritzau-Reid

 

잘못된 정보와 소문으로 인한 환자 감소

코로나19 대유행의 즉각적인 영향 중 하나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주민들과 로힝야 난민들은 두려움에 빠졌다. 소문과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이것은 의료 서비스 접근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로힝야 난민 사이에서 널리 퍼진 소문 중 하나는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밝혀지면, 끌려가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이러한 두려움은 치료가 필수적인 일반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몇 주간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는 환자 수가 급감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 병원은 통상적으로 만성 창상으로 인한 상처 드레싱이 필요한 환자가 하루에 80-100명 정도 방문했다. 만성 창상은 세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매 2-3일마다 주기적인 세정과 드레싱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30명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드레싱이 젖고 오염되어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며, 패혈증을 일으키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지역사회 참여 및 역량 강화

다른 전염병 상황으로부터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지역사회를 참여시키고 교육하며, 지역사회 주민들이 스스로 보호하고, 잘못된 정보를 믿지 않으며,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전염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역량 강화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국경없는의사회에는 대규모의 보건증진팀이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협력해 코로나19를 비롯한 기타 보건 문제로부터 안전을 지키고 예방할 수 있도록 조언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교육을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보건 메시지들을 공유하는 방법을 바꿔야 했다. 보건증진팀은 집집마다 방문하며, 가족 구성원과 개별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블루투스로 공유할 수 있는 짧은 영상도 만들었다. 또한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소통하며, 지역사회에서 신뢰받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메시지가 전파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치료 및 격리 과정을 설명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격리시설 방문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권고되고 있는 예방 수칙은 로힝야 난민 캠프 내에서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콕스바자르에는 26 ㎢ 남짓한 땅에 850,000명의 로힝야 난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허름한 작은 방 하나에 최대 12명이 밀집해 생활하고 있어 ‘물리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비현실적이다. 급수대와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며 식량 및 연료는 배급 받는다. 이것은 사람들이 급수대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며, 식량 및 연료를 배급 받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대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누는 물론이고, 깨끗한 물도 매우 부족하다. 

“마실 물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손을 씻으라는 위생 수칙에 대해 들으면 난민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에 11리터 정도의 물이 주어지는데, 어떻게 손을 자주 씻을 수 있겠습니까?” _ 리차드 캘핀(Richard Galpin) 국경없는의사회 식수위생 전문가

 

이동 제한의 대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동 최소화하는 일부 제한이 필요하긴 하나, 이것은 동시에 콕스바자르 내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질병이 있는 환자들이 의료 시설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의료 시설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아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 HIV, 당뇨와 같이 비전염성 질병이 있는 환자들은 규칙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나,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치료가 중단될 경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의료 시설에 방문하기 위해 교통수단을 찾는 것 또한 큰 어려움이다. 최근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는 환자 중 한 명이 눈물을 흘리며 병원에 왔다. 환자는 자신이 병원에서 출입이 거부될 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교통편을 마련하는데 5일이 걸렸고, 5시간 동안 툭툭(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여러 번 갈아타며 이동해야 했다.

이런 제약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몇 주간 국경없는의사회는 콕스바자르를 가로지르는 버스를 배치하여 병원과 진료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수백 명의 직원에게 교통편을 제공했다. 직원 중 많은 수가 방글라데시인이나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가진 외부 활동가가 필요하기도 한데, 현재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국제 긴급 구호활동가 중 3분의 1이 방글라데시로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은 코로나19 대응 뿐 아니라 기존의 의료 활동의 지속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의료 지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은 이곳 난민 캠프의 주민들에게 큰 부담입니다.” _뮤리엘 부르시에(Muriel Boursier) 국경없는의사회 방글라데시 현장책임자

각 의료 시설의 수용력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고 있으며, 캠프 내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 줄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이곳에는 출산을 앞둔 산모가 있으며, 설사를 앓는 아동과 만성 질환 환자들은 여전히 치료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응 뿐 아니라 기존의 필수적 의료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로힝야 난민들은 지난 수십년간 미얀마의 박해를 받으며 의료 서비스 접근을 제한 받아 왔다. 현재 이들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며, 면역력 또한 매우 약하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발생 전 국경없는의사회가 난민 캠프 내에서 치료한 환자의 약 30%가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였다. 이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의료진의 감염 위험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욱 높다. 의료진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최전방의 의료진에게 지지의 마음을 전달하며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공포심으로 인해 낙인을 찍으며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 또한 목격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중 일부는 코로나19를 두려워하는 지역사회로부터 폭언이나 위협을 받았고 최전방 의료진이 거주하는 것을 꺼리는 임대주 때문에 퇴거를 당한 직원도 있었다. 

궁극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역량은 필수 개인보호장비(마스크, 가운, 의료용 고글, 장갑 등)와 의약품 공급 가용성에 의해 좌우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진 보호를 위해 개인보호장비(PPE)에 대한 최소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개인보호장비 부족은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 가지 제약에도 의료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의료 관계자와 보건 당국의 협력과 결속이 필요하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쿠투팔롱 야전병원에 새롭게 설치된 격리 병동.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의료 시설에 코로나19 격리 및 치료 병동을 준비했다. 쿠투팔롱 야전병원은 격리 병상 20개를 마련했고 필요시 10개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MSF/Daniella Ritzau-Reid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보건증진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한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최근 난민 캠프의 상황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