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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2019.07.30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난민 및 이주민들이 입고 온 구명 조끼 수 천 개가 쌓여있다.  (2018년 5월) © ROBIN HAMMOND/WITNESS CHANGE

 

인터뷰 | 앤 시실리아 키예르 (Anne-Cecilia Kjaer),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활동 매니저

“어제 아침, 리비아 콤스(Khoms) 군사 기지에 사람들이 하선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의사 한 명, 간호사 두 명, 차량 기사로 구성된 우리 팀이 그곳에 도착했을 땐 오전 10시 30분이었습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에리트레아, 수단, 이집트,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약 80명 정도 됐었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 햇빛을 피해 그늘진 벽 쪽에 기대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거의 옷도 걸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수건을 두르거나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였고 충격에 휩싸인 채 그늘 아래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의 증세는 심각했습니다. 바닷물을 너무 많이 삼키고 코로 들이마셔 호흡곤란 상태인 환자도 있었고, 심한 경우 혈액 내 산소부족으로 피부가 검푸르게 변하는 청색증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있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매우 심각한 상태였죠.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긴급 환자들을 진단하고 난 다음 정맥주사를 놓았고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어요. 이렇게 총 7명이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물에서 끌어올린 수단 출신 한 남성은 아내와 아이들이 물 속에서 익사하는 걸 봤다고 말하며 아연실색한 채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상황이 조금 안정된 후 우리는 비교적 급성 성향이 약한 환자들을 한 명씩 진료하고, 식수와 긴급 식량을 배급했습니다. 이들은 타고 있던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부터 몇 시간 동안 40도 가까이 되는 더위에 노출되어 굉장히 목이 마른 상태였습니다.  

구조된 사람들은 몸 곳곳에 작은 상처들이 있었고, 물을 너무 많이 삼켜 복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기진맥진한데다 정신적 충격까지 겹친 상태였죠. 그 중에는 오랫동안 인신매매단에 붙잡혀 있던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영양실조와 빈혈 증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생존자들은 수요일 저녁 어두워질 즈음 리비아 연안에서 출발해 이동하던 중, 배 세 척이 부딪히면서 배가 파손돼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육지까지 1~2km나 떨어져있었고 물은 계속 차오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육지를 향해 다시 돌아가던 중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에 있던 아이들은 대부분 수영을 할 수 없었고, 수영을 할 수 있던 사람도 체력 고갈로 결국 익사하고 말았다고 전했습니다. 

구조 활동을 하면서 이 상황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물 속에 시신이 70구 이상 있었다고 합니다. 생존자들은 어선에 있던 사람들에게 구조돼 리비아 콤스로 옮겨졌습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배에는 여성과 아동 50명을 포함해 총 300명 이상이 타고 있었고 또 다른 배에는 400명 이상이 타고 있었지만 관련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이 콤스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53명의 생존자가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두 번째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팀이 하선지로 출동해 응급 환자들을 진료했습니다. 

새벽 1시, 또 다른 190명이 하선지에 도착했습니다. 리비아 해양 경비대에 붙잡혀 강제로 송환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대부분 수단, 에리트레아, 소말리아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아동도 한 명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도 식수와 식량을 배급하고 진료를 진행했습니다. 수요일 리비아에서 400명을 싣고 지중해를 건너던 중 발생한 난파사고에서 생존한 사람들인지, 그 외 다른 난민이나 이주민 집단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번 난파사고를 분석하고 있지만 신빙성 있는 공식 정보가 부족합니다. 현재 구조된 생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놓인 상태이며 이들만이 사고 관련 정보의 주된 출처입니다. 배가 하선한 곳에서 우리가 구조하고 치료한 사람들은 이후 항구를 떠났고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된 7명의 환자를 살피고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이들을 구금센터로 보내서는 안됩니다. 안전한 거처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안전한 국가로 대피시켜야 합니다. 

제가 어제 진료했던 생존자들은 대부분 매우 끔찍한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미 정신적 외상을 입은 이들은 또 한번 치명적인 위험 앞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지중해를 건너기 전, 이들은 사막을 건너다 인신매매단에 붙잡혀 폭력과 고문을 당하기도 했으며 눈앞에서 가족들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들은 아주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되거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국가로 강제 송환돼 난민이나 이주민 신세가 되어 극심한 폭력에 놓일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 상황을 보면 굉장히 가슴이 아픕니다. 이미 극심한 폭력과 트라우마에 시달린 사람들이 다시 구금센터에 수용되거나 위험한 곳으로 송환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실제 이들의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단어로도 이 고통을 표현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에서 난민 및 이주민 수색 구조 활동을 위해 구조선을 운영한다. © Anthony Jean/SOS MEDITERRAN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