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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EU-터키 합의 이후 3년, 난민 억제 정책과 끝나지 않은 고통

2019.03.22

 

  • 수 천명의 난민들, 그리스 섬에 갇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
  • EU 각국 정부는 그리스 군도의 난민 이주 금지 정책 폐지하고 취약한 상황에 놓인 난민들을 EU 내 수용 가능한 지역으로 즉각 이송시켜야 

3월 초, 그리스 사모스(Samos)에 머물고 있는 난민의 모습.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이 아이는 바티(Vathy) 난민캠프에서 부모, 세 형제와 함께 살고 있다. 아이 엄마는 난민캠프가 아이에게 안전하지 않으며 일상 생활을 할 공간 조차 없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MSF/Anna Pantelia

그리스 내 난민 수용과 관련한 EU-터키간 합의가 이뤄진 지 3년째를 맞았다. 이 합의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그리스 섬에 도착해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은 등록 및 망명 처리가 이뤄지는 전 시간 동안 그리스 섬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망명 신청자들은 비위생적이며, 위험하고 과밀한 난민촌에서 몇 개월에서 최장 몇 년을 무기한으로 기다려야 한다. 아테네나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허가 받더라도 이들의 불행은 끝나지 않는다.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다른 EU 국가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만날 수 없고,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지역에서 계속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국경없는의사회는 EU 각국 정부에 그리스 군도의 난민촌 이주 금지 정책을 중단하고, 아동을 포함해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모든 이들을 EU 내 수용 가능 지역으로 즉각 이송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3년간, 수 천명의 남성, 여성, 아동들이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않으며 과밀한 환경에서 기본적 보건 서비스는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로 살고 있으며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악화되어 모두가 고통 받고 있다. 

“그리스는 EU가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오갈 데 없는 수많은 남성, 여성, 아동들이 모여 있는 쓰레기 하차장 같은 곳입니다.  한 때 ‘난민 위기’라고 했던 것이 이제는 끔직한 수준의 고통에 이르러 그리스 본토부터 군도까지 번졌습니다. EU와 그리스 당국은 이미 취약한 상황에 놓인 난민들의 존엄과 건강을 위협해 추가적인 난민 유입을 막고자 하는 듯 보이며 이러한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냉소적인 정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_ 엠마누엘 고에 (Emmanuel Goué) /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현장 책임자

EU-터키 합의로 인해 수천 명의 남성, 여성, 아동들이 다섯 개의 섬에 갇혀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모스(Samos) 섬에 있는 바티(Vathy) 난민캠프는 난민들이 과도하게 밀집되어 거주 환경이 극심하게 악화된 곳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이 섬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최대 648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바티 캠프에는 4,112명 이상이 몰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공식 캠프 주변의 지저분하고 위험한 지역에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캠프 주변에 비공식적으로 형성된 거처에는 보호자가 없는 아동 79명을 비롯하여 임신부 및 노인들도 있으며 정신이상 등 급성 정신 질환을 포함한 만성적 건강 문제를 겪는 환자들, 고문과 성폭력 피해자들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레스보스(Lesvos)와 히오스(Chios) 섬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레스보스의 모리아(Moria) 캠프는 최대 수용 인원이 3,100명이지만 현재 5,225명이 머물고 있으며 히오스에 있는 비알(Vial) 캠프도 최대 수용 이원보다 350명이나 더 많은 1,361명이 거주하고 있어 이 두 지역은 이미 수용 한계치를 넘어섰다. 사모스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열악한 거주 환경, 난민 지위 승인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신체적ㆍ정신적 질환을 겪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리스의 사모스섬의 바티 난민캠프는 현재 공식 수용 가능 인원인 638명보다 약 6배 많은 4,051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다. 그 결과 수 천명의 남성, 여성 아동이 공식 난민캠프 주변의 수풀 지대에서 살고 있다. 이 곳에서는 비닐로만 덮인 천막이나 하절기용 텐트 안에서 잠을 자며 화장실이나 수도도 없다. 이불도 부족한 상황이며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들과 배설물이 나뒹굴고 있다. ©MSF/Caitlin Ryan

“EU-터키 합의 이후 3년간 EU와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군도에서 머물고 있는 난민들에게 존엄하고 인도적인 거주 환경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티 난민캠프에 있는 난민들 중 절반 이상이 비닐을 덮어 만든 하절기용 텐트에서 살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온갖 쓰레기들과 배설물로 가득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사모스에서 구호 활동을 재개하며 지금까지 임신부와 만성 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으며 정신 건강 이상 환자들에게 단체 정신 상담 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주 간 활동을 더욱 확대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계획입니다.” _ 바실리스 스트라바리디스 (Vasilis Stravaridis) /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사무총장 

난민 관련 EU-터키간 합의 이행에 따라 그리스 본토로 들어오게 된 수 천명의 이주민들은 UN 또는 비정부기구들이 운영하는 임시 거처 또는 난민 캠프에서 거주하거나 판자집 또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팀은 우울증, 불안, 정신 이상 등 정신적 건강 문제를 겪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으며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팀은 이 환자들의 현 주거 환경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여성의 과거 성폭력 트라우마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이 여성들은 또 다른 성폭력의 두려움에 떨며 살아갈 뿐만 아니라 약물 치료로 인해 어지럼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치료 자체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거주가 보장되지 않는 한 환자들은 회복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그리스 전역에 걸쳐 정말로 안전한 주거 환경이 갖춰져야 할 환자들의 수에 비해 공급은 너무나 부족한 실정입니다.” _ 엠마누엘 고에 (Emmanuel Goué) /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현장 책임자

2016년 이래 전체 난민 수는 크게 감소했으나 2019년 초부터 지금까지 그리스로 유입된 난민 남성, 여성, 아동은 총 5,000명 이상에 이른다. 이 중 대다수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발생한 국가에서 왔으며 여성과 아동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이주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EU가 실행한 난민의 거주 지역 제한 및 억제 조치가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떠나 강제 이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난민들에게 안전한 정착지를 제공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96년부터 그리스에 있는 망명 신청자들과 이주민들에게 인도적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국경없는의사회는 터키로부터 그리스 군도 및 본토로 유입되는 망명 신청자, 난민, 이주민들의 증가에 대응하여 구호 활동을 확대했으며 2016년부터는 기본 보건의료 서비스 및 만성 질병 치료, 성•생식 보건, 물리치료, 임상 심리치료, 정신 치료를 비롯하여 포괄적인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오늘날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 내 레스보스, 사모스, 히오스 섬과 아테네(Athens) 중앙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